만성절(All Saints' Day)로 알려진 핼러윈*이 머지않았다. 누가 귀신과 유령이 출몰하는 날로 믿을까만 21세기 유흥 소비 시장에서 여전히 각광을 받는 축제일이다.
*핼러윈(Halloween)의 한국어 표기에 대한 논란이 있다. 통상 '할로윈'을 많이 쓰나 '핼로윈'을 쓰기도 한다. 로마자 표기 규칙에 따르면 핼러윈이라고 한다. 참고1, 참고2.
한국 사람들에게 핼러윈은 그리 친숙한 축일은 아니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향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핼러윈으로 떠들썩한 곳이 서울 등 몇몇 대도시의 주요 유흥가인 것으로 보면 말이다.
이 날의 기원이 무엇인가가 핼러윈을 기념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아니겠지만 호사가의 관심사는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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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축제는 고대 켈트족의 사우인(Samhain)* 축제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록에 따라서 '모닥불을 피우고 유령을 쫓기 위한 의상을 입는' 축제로 여겨지기도 하고, '무덤이 열린다고 여겨지는 날 모여서 축제하는 날'로 여겨지기도 한다.
*한국에서 이 발음을 '삼하인'으로 적는 경우가 많지만 본래 발음대로 적으면 '사우인'이다.
날짜로는 11월 1일(현대 달력 기준)을 말하는데, 통상 그 전날 밤부터 시작된다. 고대 켈트족 시간관은 해가 질 때 날짜가 바뀐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11월 1일은 '겨울의 시작' 혹은 '새해 첫 날'로 간주된다고 한다. 하루의 시작도 일몰 이후로 보니, 한 해의 시작도 겨울부터 꼽는 듯하다.**
*Ó hÓgáin, Dáithí. Myth Legend and Romance: An Encyclopaedia of the Irish Folk Tradition. Prentice Hall Press, 1991. p. 402.
**켈트족은 한 해를 빛의 반년과 어둠의 반년으로 나누었다고 한다. 어둠의 반년 시작일은 11월 1일, 빛의 반년 시작일은 5월 1일이다.
'사우인'의 어원과 '핼러윈'의 어원
'samhain'은 인도 게르만 공통 조어(祖語) '*semo-' ("summer")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samhain이 '여름의 끝' 정도의 의미로 추정되곤 했다. 혹은 '회합'을 뜻하는 고대 켈트어 '*samani'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의 근거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 후대에 비슷한 음을 찾아 연결한 결과로 보인다.
'halloween'은 8세기 교황(교황 그레고리우스 3세)에 의해서 가톨릭의 축일과 사우인이 통합(11월 1일로)되면서 '성인과 순교자를 기리는 날'이 '망자의 날'이 되었다. 서기 1000년에 이르러 죽은 자를 기리는 '모든 영혼의 날'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모든 성인의 날'(All Saints' Day)이라는 의미에서 All-hallows 혹은 All-hallowmas(중세 영어로 Alhollowmesse)로 불리게 되었다. 그런데 사우인은 '밤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eve'가 붙어서 All-Hallows Eve(모든 성인의 날 전야)라고 불리다가 'halloween'으로 굳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핼러윈 코스튬의 기원
핼러윈 하면 '가장'costume을 빼 놓을 수 없다. 가장의 대상은 귀신, 언데드 등 다양하다. 현대에 와서는 여러 대중문화컨텐츠 속 캐릭터 코스튬으로 확장되긴 했지만(올해─2021년─는 '오징어 게임' 코스튬이 아마도 핫템?), 기본적으로 망자(영적 존재)를 '가장'하는 것이다. 그러한 풍속이 고대 사우인 축제에도 있었다고 이야기되기도 하고,* 유럽 기독교 문화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고대 사우인 축제에서 동물의 가면이나 가죽을 썼다고 하는데, 그것이 망자의 유령을 '흉내'낸 것인지는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가장'의 이유가 일반적으로 망자를 흉내내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게 '망자를 대리해서 표현하는 것'이나 '망자가 여기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망자의 해코지를 피하기 위해 죽은 자 행세'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후자(동료 전략)가 고대적 축제에서 가장하는 의미이고 전자(대리자 행세)가 기독교화 된 이후의 변화된 의미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행위'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다소간의 모호성이 존재한다. '무서운 존재'의 모습을 가장하는 것, 특히 고대에 동물의 가면이나 가죽을 사용했다고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일종의 '축귀 전략'의 일환이었을 수도 있다는 점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귀신이 무서워하는 것을 사용하기. ex. 동지 팥죽).*
*이런 방식으로 설명하는 예, How Trick-or-Treating Became a Halloween Tradition. 여기에서 "켈트족의 사우인 축제 기간 동안, 마을 사람들은 찾아오는 유령을 쫓아내기 위해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복장을 하여 변장했다. 그리고 잔치상을 준비해서 환영 받지 못하는 영혼들을 달래기 위한 음식을 남겨 두었다."고 적고 있다.
음식 받기
일반적으로 귀신 같은 영적 존재의 해코지(≒액운/살)를 막기 위해서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주는 의미에서 문 앞에 음식을 내 놓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귀신/유령 행세를 하며 음식을 동냥하는 행위로 그러한 풍습의 양상이 변화한 것으로 설명된다.
앞에서 코스튬의 의미를 해석한 것과 연결해서 생각해 보면(축귀형), 누군가 방문해서 음식을 내 놓는 게 아니라 문 앞에 음식을 내 놓는 행위에서 해당 관습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과거 기록과 상응). 이것은 우리의 '고수레'처럼 잡귀들을 '달래는' 의미에서 음식 베풀기를 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반면 집집마다 방문해서 음식을 받는 행위는 전근대 사회의 '재분배' 의미를 갖는 잔치의 베풀기(ex. 포틀래치, 한국의 거지에게 잔치음식 베푸는 관습)와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웃의 굶주린 자의 질시가 저주가 되고 살(煞)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온정을 베푸는 것은 선업(善業)을 쌓는 것이고, 사회적 명성을 사는 일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설명하는 바대로 '고수레'처럼, 귀신 같은 존재로 가장하고 있는 사람을 '대접'해서 실제 '귀신을 달래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유감주술적(비슷한 것이 비슷한 것을 낳는다) 행위로 해석하는 게 쉬운 것이긴 하다.
그런데 그 쉬운 길을 벗어나서 생각하게 해 주는 사례가 있다. 20세기 초 핼러윈에서, 미국 경제가 좋지 않았을 때, 젊은이들의 난폭한 행동이 사회적 문제가 된 예가 있다(아래 신문 기사, "장난꾸러기들이 난동을 부리고 차량을 탈선시키고 거리를 물바다로 만들어 경찰을 녹초로 만들다" 참고). 이를 참고해 보면, 이 축제에서 음식 베풀기가 결코 영적 차원에 대한 상상력 만으로 유지된 게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Star Tribune page 1, Minneapolis, Minnesota (November 1, 1933) |
어쩌면 '액운 피하기'와 '사회적 재분배 압력'(음식 수요자)이 상호 작용하며 이러한 행위 양식을 지속시켰다고 보는 게 더 그럴 듯한 설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trick or treat'
'내게 사탕을 내놔라'라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지만, 귀신/유령이 마치 그렇게 위협하며 '나를 달래지 않으면 해코지 하겠다'는 의미로 더 쉽게 이해해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일견 영적 존재의 비(非)선악적 성격(해코지 할 수도 복을 줄 수도 있는)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도깨비'는 보통 사람들에게 골탕을 먹이는 존재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잘 이용(속이기)을 하면 복을 주기도 하는 존재로 그려진 것을 떠올려 보라. ex. '혹부리영감'. 유럽의 '요정'이나 중동의 '지니'(램프의 요정)도 이런 성격의 영적 존재이다.
그런데 그러한 풍습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것은 근래의 일이다(20세기 북미). 그 이전 풍습(15세기)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누는 풍습'이 있었고 그 음식을 '영혼 케익'soul cake으로 불렀다. 이때 가난한 사람들은 음식을 제공받는 대신에 집안의 '죽은 자를 위한 기도'를 대가로 제공했다고 한다. 애초의 '음식 베풀기' 풍습이 기독교적으로 변용된 결과로 보인다.
영국의 '가이 포크스의 날'(1605년 11월 5일 기념)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가면을 쓰고 동전을 구걸하고 다닌 일(18세기 기록)을 'trick-treat'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축제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의 너그러움에 기댄 강요된 자선의 분위기가 풍긴다.
이 축제의 장난은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20세기 초(특히 대공황 시기)에 젊은이들에 의해서 일탈적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어서 핼러윈이 일부 도시에서는 금지되기도 했다(참고). 핼러윈의 도가 넘는 장난의 요즘 예로는 Toilet papering*이 있다고 한다.
*나무 같은 데에 두루말이 휴지를 풀어서 걸쳐 놓는 장난으로 핼러윈 때만 하는 장난은 아니라고 한다.
'사탕'이 강제적 동냥의 대상으로 자리를 잡는 데는 2차 세계 대전 시기 설탕 배급제의 영향(단과자의 희소 가치 상승)과 전후 사탕 회사들의 상업 광고에 의해 이 축제의 전형적 의례 이미지─'사탕 주셈'─가 확산된 덕분이라고 한다.
지금의 '사탕 내놔라'는, 이 축제의 과거 분배 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행동에서 객기를 부리게 하는 위험요소나 재분배 기능을 모두 제거하고 그것이 자본주의적으로 길들여진 '놀이'로 변형된 결과로 보인다(망자의 해코지나 살기(殺氣)도 코스튬으로 희화화되었으니).
핼러윈의 미국화
지금 핼러윈 축제의 표준이라고 하면 미국의 대중문화 속에 나타난 핼러윈 축제(파티, 코스튬, trick or treat 등)인데, 그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미국 내에서 핼러윈이 대중화된 것은 1840년대 아일랜드 대기근 때 많은 이민자들이 유입되면서라고 한다.
19세기 후반부터 미국에서는 핼러윈을 유령, 짖꿎은 장난, 마법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의 유대를 증진시키는 축제로 만들려는 노력이 나타났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게임하고, 음식을 같이 먹고, 축제 의상을 입고 노는 형태의 파티가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핼러윈은 세속적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리고 특히 미국의 미디어 산업은 이러한 세속적 축제의 이미지를 더욱 정형화시키고 미국 내부뿐만 아니라 세계로 확산시켰다. 이것이 '핼러윈 미국화'의 화룡점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핼러윈
한국에서는 '망자의 날'과 같은 풍속이 있지는 않다. 비슷한 풍속을 찾자면(지금의 핼러윈보다는 고대적 사우인과 가까운 관념) '귀신 쫓는 의식'인 나례(儺禮)나 동지 팥죽 먹기를 이야기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핼러윈은 '미국 축제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의 핼러윈 축제는 미국인 강사에 의해서 학원가에서 유행하던 것이 클럽으로 퍼져 도시 젊은이들의 연례적인 놀이 문화로 자리잡혀 가고 있다. 미국의 영향을 직접 받은 것이기 때문에 종교적 의미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유흥적 측면이 두드러진다. 최근에 와서는 아이들 놀이로도 확장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그러한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기업과 언론인 것 같다(광고 같은 경제지의 '핼러윈 파티 용품 소개' 기사 참고).
상업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업과 언론의 노력과 함께 일부 비판적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어디 근본 없는 외국 풍속을 무개념으로 따라 하느냐'라는 꼰대적 지적질을 하는 반응. 한편 한국 계신교계의 비판적 목소리가 특히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이교도 켈트족의 풍습이자 사탄의 풍습이다, 하지마 쫌~', 뭐 이런 반응.
세계의 비슷한 관습
우리 나라에서 비슷한 관습은 앞서 말한 '나례'나 '동지 풍속'을 꼽을 수 있다. 이 풍속이 이루어지는 때가 시간 리듬이 변화하는 '마디'가 되는 시기다. 그런 면에서 '켈틱 풍속'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액막이 행동(예를 들어 '귀신 쫓기' 풍속)이 동반되는 절기는 그 외에도 설날, 정월대보름, 입춘, 단오 등이 있다.
불교의 우란분재(盂蘭盆齋),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중국 명절인 '우란분절'(盂蘭盆節), 혹은 도교적 명칭인 '중원절'(中元節). 불교에서는 지옥에 갇힌 조상을 구하려는 의식(하안거 끝나고 함)인데, 중국화 된 버전에서는 저승의 조상 혼령이 이승에 나타나는 시기(음력 7월)에 조상을 더 좋은 곳으로 보내는 의식이 수행된다. 일본 버전은 '오봉'(お盆)이다. 오봉은 양력 8월 15일이다.
조상의 혼령이 각자 후손의 집에 나타나는 시기라면 우리의 설과 추석 같은 명절도 넣어야 할 듯하다. 다만 핼러윈의 유령은 '혈연 관계'가 두드러지지 않으니 이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불특정 귀신이라면 우리의 수륙재나 여재와 연관지어 볼 수도 있지만 그것들은 절기 의례가 아니라는 점에서 핼러윈과 차이가 있다. '이승을 떠도는 귀신'이 많다고 여겨져 산 자들의 세상이 어지러울 때 지내는 부정기 의례라는 점에서 '망자가 출몰하는 날'을 특정해 기념하는 정기의례와는 다른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멕시코의 '망자의 날(El Día de Muertos)' 같은 경우는 핼러윈의 일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즈텍 전통의 영향으로 보기도 한다(섞인 것'syncretism'으로 보기도). 11월 1일-11월 2일이 축제일이다. 애니메이션 '코코'를 떠올려 보면 될 것 같다. 미국의 핼러윈 축제와는 양상이 많이 다른 것처럼 보인다(뿌리로 가면 비슷한 관념과 행위 절차를 가진 의례로 보이기도 한다).
찾으려면 한이 없으니 이만. (다른 예 몇 가지는 다음 글 참고. Festivals of the Dead Around the World)
시간의 마디는 위험하다
귀신이 출몰한다고 여겨지는 시간은 '변화하는 시간'이다. 시간의 한 끝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마디. 박명의 새벽처럼 밤도 아니고 낮도 아니고, 시간의 끝도 아니고 시작도 아니고, 동시에 끝이자 시작인 시간이다. 그런 시간에 있을 때,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영향'을 많이 떠올린다. 혹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도움'을 많이 바란다.
새해의 다짐을 위해서 산이든 바다든 굳이 일출을 보러 가는 일이 그러한 예가 될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앞두고 소망을 기도하는 시간이다. 어떤 영적 존재를 우리가 떠올리거나 믿지 않더라도 우리의 행위는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형식의 행위이다. 자신만의 '다짐'이라고 이야기해도 행위 형식상으로 보면 어떤 초자연적 존재가 상정되어 있다('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기도하기/소원빌기/다짐하기', '달을 보고 기도하기', '산에 올라 기도하기' 등).
부와 건강을 가장 많이 떠올리지만 사실 내면은 '나쁜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이러한 때 우리의 마음은 '방어 모드'를 취하게 된다. 앞으로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최악을 피하자'는 생각에서 점치기, 예언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그런 거 안 믿어'라고 말해도 뭔가 점이나 예언을 들으면 신경이 쓰이기 마련).
전이적 성격도 주목된다. '이도저도 아닌 상태'라는 건 빛이든 어둠이든 인간계든 영혼계든 하나의 완전한 질서가 지배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애매모호하고 양가적인 상태(좋게 될 수도 나쁘게 될 수도 있는 변동성이 큰 상태)다. 기존 질서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들뜨게(혹은 흥분하게) 되고, 치기 어린 행동들, 무질서한 행동들이 표출되기 쉽게 된다. 각자의 '차이'가 특히 주목되는 시기이고 그 차이를 무력화시키고 싶어하게 되는 시기이다.
위험에 대한 정신승리 회로를 돌려, 하나의 정신적이면서 영적인 방어막을 치는 상상과 행위가 이런 전이기에 잘 활성화 된다. 우리의 진화된 본능이 그렇게 만들어 준다. 없는 것을 있다고 여김으로써 인간은 통제할 수 없는 '미래'를 점과 예언과 의례를 통해서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인간은 내일을 향해서 살아왔다.
그것을 더 이상 의식하지 않는다고 해도 '변화하는 시간'을 맞이하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액막이 행동의 발동.
핼러윈은 이런 진화된 본성에서 연유한 종교적 의례가 역사적으로 변천해 온 결과물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뱀발 ▶
J. G. 프레이저와 핼러윈
종교학사에 등장하는 '안락의자 인류학자' J. G. 프레이저(James George Frazer)가 『황금가지』에서 핼러윈에 대해서 언급했다(제임스 프레이저, 황금가지, 821-826). '발데르의 불'을 다루는 장에서 인데, 불을 사용하는 의례의 예로 다룬다(불 → 정화 → 액막이).
그의 설명 중에 흥미로운 것이 있었다. 켈트족의 '망자의 날'이 왜 11월 1일인가에 대해서 그들의 산업구조와 관련지어 설명하는 부분이다. 농경보다는 목축 중심의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에 가축이 월동을 시작하는 시기가 '시간의 마디'로 선택되었을 것이라고 프레이저는 추측한다.
이것저것 조금 찾아보니 켈트족(프랑스, 영국 등지 분포)은 농경 활동을 일찍부터 해 왔다고 한다. 프레이저는 '또 틀렸다'(종교학계에서는 프레이저의 이론이 '열심히 잘 틀린' 것으로 유명하다. JZ Smith, "When the Bough Breaks").
이렇게 본다면 '추수제'의 성격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기후와 생태환경에 따라서 추수 이후의 시기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추석 때 '햇곡식'을 활용하여 제사를 지내고 있기 때문에 추석이 추수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서 한국의 추수 이후 시기(벼 기준)는 대략 10월-11월 경이다. 일본에서 하늘에 햇곡식을 바치는 니이나메사이(新嘗祭)는 음력 11월, 지금 양력으로 11월 하순에 지낸다.
*날짜가 추수 시기 이전이어서 추수제와 다르다는 설명도 가능하겠지만, '중국 기준'을 맞추면서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고구려, 동예, 마한의 가을 의례에 대한 기록을 보면, '음력 10월'에 추수를 마치고 축제를 지냈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삼국지』, 「위지」, '동이전'). 중국화 이전에 한반도에는 '추수제'가 어엿하게 존재했던 것이다.
핼러윈 날짜와 각 지역의 추수제 시기 사이에 오차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도..
References
Halloween 2022
Halloween is an annual holiday celebrated each year on October 31. The history behind it and its costumes originated with the ancient Celtic festival of Samhain before the holiday found its way to colonial America.
www.history.com
How Trick-or-Treating Became a Halloween Tradition
Why do children dress in costume and knock on strangers' doors to ask for treats on Halloween? The practice can be traced to the ancient Celts, early Roman Catholics and 17th-century British politics.
www.history.com
Samhain - Wikipedia
Gaelic festival Samhain (, Irish: [ˈsˠəunʲ], Scottish Gaelic: [ˈs̪ãũ.ɪɲ]; Manx: Sauin [ˈsoːɪnʲ]) is a Gaelic festival marking the end of the harvest season and beginning of winter or "darker-half" of the year. In the northern hemisphere, i
en.wikipedia.org
Celtic calendar - Wikipedia
Compilation of pre-Christian Celtic systems of timekeeping The Celtic calendar is a compilation of pre-Christian Celtic systems of timekeeping, including the Gaulish Coligny calendar, used by Celtic countries to define the beginning and length of the day,
en.wikipedia.org
프레이저, J. G., 『황금가지』, 이용대 옮김, 서울: 한겨레신문사, 2011.
기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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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1년 10월 29일에 "죽은 자들이 활보하는 세상, 핼로윈_역사와 본능"이라는 제목으로 과거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소 수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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