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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과 출생률은 어떻게 다른가┃출산율 0.75를 생각하며 (1)

[2022년 9월 1일 작성]

한국 사회에서 출산율 감소로 인한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그런데 그런 인식과는 무관하게 연일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8월 24일 통계청에서 2022년 6월 인구동향을 발표했다.

통계청의 2022년 6월 인구동향 보도자료

이 소식에 대해서는 '슈카 월드'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접했다. "대한민국 출산율 0.75 달성"..."역대급 세계 기록 경신"

'슈카 월드' 해당 방송 섬네일 이미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0.x 수치는 '합계 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을 말한다. 통계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수치 중의 하나는 '조출생률'이 있다. 이 개념부터 정리해 놓고 가야 한다.

2022년 6월 인구동향 자료 중 시도별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출산율'과 '출생률'이 말이 약간 다르다. 해당 수치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산(産)'이라는 표현이 있으니 '낳는 비율'이라는 것이고 '생(生)'이라는 표현이 있으니 태어난 아기의 비율이겠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비율인지가 중요하다. 낳는 것은 통상 여자들이 낳으니 태어나는 아기와 가임기 여성 수의 비율을 말하는 게 '출산율'이고, 전체 인구수당 태어난 아기 수의 비율을 구하는 것이 '출생률'이다.*

출생률(Birth rate) = 출생아 수 / 전체 인구 수

출산율(Fertility rate) = 출생아 수 / 가임기 여성 수

* 같은 '率(비율 률)'을 쓰는데, 출생'률'과 출산'율'로 다르게 표기하는 이유는 두음 법칙 때문이다. 통상 첫 음절이 '랴, 려, 례, 료, 류, 리'라는 한자가 오면 '야, 여, 예, 요, 유, 이'로 적는다. '렬, 률'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뒷음절임에도 두음 법칙이 적용이 되어 모음과 'ㄴ' 받침 뒤에는 '열, 율'로 표기한다(관례적 선호겠다). 출생+률은 'ㅇ' 자음 뒤기 때문에 그대로 '률'로 적고, 출산+률은 'ㄴ' 받침 뒤이므로 '율'로 적는다.

그렇다면 '출산율'이나 '출생률'이면 되었지 '합계'는 뭐고 '조'는 뭔가 싶다. 정리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조출생률(Crude birth rate): 1년 동안의 총 출생아 수를 해당 년도의 총 인구로 나눈 값에 1000을 곱한 값.

일반출산율(General fertility rate): 1년 동안의 총 출생아 수를 15~49세 여성 인구의 수로 나눈 값에 1000을 곱한 값.

연령별출산율(Age-specific fertility rate): 특정 연령인 여성이 출산한 출생아 수를 특정 연령 여성 인구 수로 나눈 값.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가임 여성(대략 15~49세)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15세부터 49세까지 연령별 출산율을 모두 더하여 계산한다.

출처: 나무위키, "출산율"

'조출생률'은 'crude' 즉 대강의 추정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는 '粗(거칠 조)'를 쓴 것이다. 풀어 쓰면 '대강의 출생률'이라는 것이다. 이 수치는 "인구규모 다른 지역·시점 간 출산 수준 비교에 유용"하기 때문에 사용된다.*

* 이지연, "조출생률 7.9, 합계출산율 1.17명의 의미", KDI 경제정보센터 칼럼, 2017.

그러니까 '조출생률'은 어떤 집단에서 인구 1,000명당 아이가 얼마나 태어나는가를 알아 볼 때 쓰는 비율인 것이다. 그렇다면 '합계 출산율'은 어디에 쓰는 것인가? 위의 정의를 보면, 가임 여성들이 낳는 출생아 수인데,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즉, 현재 벌어진 일(태어난 아이)을 말하는 게 아니라 미래의 상황까지 감안한 추측이라는 점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합계출산율은 15세 여성이 가임기가 완결되는 49세까지 향후 35년간 특정 연도의 연령별 출산율 패턴을 그대로 따른다는 가정을 전제로 산출된 수치다. 사회·경제가 변하면 연령대별 출산율 패턴도 변화하기 때문에 15세 여성이 49세가 됐을 때의 최종 출산율과는 당연히 차이가 난다(이지연, 2017).

이제까지 벌어진 일(태어난 아이)을 기준으로 추측을 하는 지표인 것이다. '합계'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연령별출산율'을 더해서 만들어지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연령대별 여성인구를 분모로 하기 때문에 전체 인구를 분모로 산출되는 조출생률에 비해 비교집단 간 성비 및 연령구조에 따른 출산 수준 차이를 표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이지연, 2017)

'대체 출산율(replacement level of fertility)'이라는 개념도 알아야 하는데, 한 사회가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로 정의된다. 통상 "가임 여성 한 명당 2.1명의 자녀"로 알려져 있다. 유아 사망률이 높으면 3명 정도로 추정한다('대체 출산율', 두산백과). 이 수치에 대응해서 보는 것이 '합계 출산율'이다. 합계 출산율이 2.1명 이하면 인구가 줄어든다는 이야기이다.

남녀 두 명이 만나서 자녀를 2명은 낳아야 인구가 유지되는 것인데, 0.1이 덧붙여지는 것은 사회 구성원이 아이를 낳지 않고 사망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 그리고 남녀 성비차이가 고려되기 때문이라고 한다('출산율',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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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출생률(흔히 '조출생률')은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로 인구 집단의 출산 수준을 파악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출산율(흔히 '합계 출산율)은 가임 여성이 평생 몇 명의 아이를 낳는지를 파악하는 목적으로 쓰임.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가(대체 출산율)를 판단할 때 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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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0.75'에 대한 본격적인 썰을 풀기 전 준비 운동.

다음 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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