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라벨이 인지종교학인 게시물 표시

'종교의 기원', KAIST 인간의기원연구소 포럼에 다녀와서

어제 KAIST 인간의기원연구소 포럼에 다녀왔다. 구형찬 박사님의 '종교의 기원'이란 주제의 강연이 이루어졌다. 나는 지정질문자로 참여 했다. <휴먼 디자인>의 5장 "종교: 종교는 왜, 그리고 어떻게 진화했는가"의 내용을 1시간 반에 걸쳐서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인지종교학 입문' 강연이기도 했다. 흥미로운 구성과 연출,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강연이었다. 자연주의적 관점의 종교 이해가 어떻게 가능한지, 그랬을 때 어떤 문제들이 설명되는지, 간단하면서도 요점을 잘 정리해서 보여주셨던 것 같다. '종교의 기원'을 내세웠지만, 인간의 종교적 행동/관념에 대한 진화인지적 관점의 설명이었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는 의미에서 '종교적 행동의 기원'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었다. 나의 질문은 '고인류의 매장 흔적'이 가장 오래된 인간의 종교적 행동의 증거일 것 같은데, 그런 것을 감안한 종교적 행동의 기원에 대한 나름의 시나리오가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호모 날레디는 과연 매장을 했는가로 요즘 논란이 뜨거운데(중론은 매장은 아니라는 쪽인 것 같다), 호모 사피엔스 사례로는 7만8천년 전, 네안데르탈인은 12만년 전 사례가 가장 오래된 것이다. 물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인간의 종교적 행동은 장례 행동인데, 그것은 현생 인류에게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건 명백해 보인다. 연계된 문제는 동물의 어떤 행동들을 의례적/종교적 행동으로 볼 수 있느냐, 볼 수 있다면 '인간의 종교적 행동의 기원'과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냐는 것이 될 것 같다. 관련 사례를 다루는 책들도 있는 것 같다. 해당 동물행동학 연구를 '동물 행동에 대한 의인주의적 해석'이라고 쉽게 단정해서 무시할 게 아니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답변이 길어지고('시신 처리 행동을 모두 종교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는

사람들은 귀신을 믿는 게 아니다, '믿음'이라는 함정 카드

믿음이라는 '함정 카드' 이제까지 인류는 귀신, 유령과 같은 ‘영적 존재’를 ‘믿어’왔다. 이제는 누구도 귀신을 믿는다고 쉽게 말하지 못한다.  전전세기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Edward Burnett Tylor는 기독교적인 종교 개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을 종교라고 이야기했다. 믿음의 대상이 유일신에서 ‘영적 존재’로 확장되었지만(이전 학자들과 비교할 때), 여전히 ‘믿음’은 종교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점이었다. 종교를 이야기할 때 '믿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던져보는 질문이다. 여러분은 귀신을 믿으시나요? 귀신은 과연 존재할까요? 이 질문에 이끌려서 귀신이 없다는 증명을 하거나 귀신이 있다는 증명을 할 수도 있다. 회의주의 과학자들 * 이 종교 문제를 대할 때 기본적으로 이런 전략을 취한다. (참고: “ 종교 '억까', 스켑틱의 질문(가설)은 비과학적이다 ”)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미신’을 비판할 때도 실험하며 결과(물의 결정)가 바뀌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혈액형 성격론’이나 ‘MBTI 성격론’이 유행할 때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 * 과학적 회의주의, “실증적 연구와 재현성을 바탕으로 증거가 불충분한 주장의 진실성에 대해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 혹은 반증하려는 과학적 태도”인데, 종교 문제에 국한해서 본다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므로) 신은 없어, 그런 거 믿지 말라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귀신이 존재한다면 질량이 있을 것이다? 귀신(유령) 문제는 어떨까? ‘안될과학’에서 그런 사례를 보여준다. 영혼의 무게를 재는 실험이 있었다고 한다. 일명 ‘21그램 실험’이 그것이다. 항간에 ‘영혼의 무게는 21g이다’라는 속설로 퍼져 있다. 미국 매세추세츠 주 헤이브릴의 의사 던컨 맥두걸Duncan MacDougall은 ‘영혼이 실존한다’면 ‘무게’를 가질 것이고(과학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 ‘

과학적으로 '종교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학술대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KAIST 인간의기원연구소 1회 학술대회의 주제로 '종교의 기원'이 다뤄진다.  나도 프로그램 기획과 발표자로 참여하게 되었다(2발표). 프로그램 정보 진화인류학자, 심리학자, 종교학자가 모여서 '종교의 기원', '과학적 종교 연구'에 대한 다양한 주제의 발표와 강연을 진행한다. 구형찬 박사와 나는 '인지종교학'(Cognitive Science of Religion) 연구자로 참여한다. 구형찬 박사는 인지종교학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종교 행동과 관념을 소개한다.  발표 요지: 종교적 사고와 행동에 횡문화적 보편성과 다양성이 나타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와 인지체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이 질문에 답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나는 과학적으로 종교를 연구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연구 대상의 문제(종교라는 개념)를 다룬다. 과학vs종교의 흑백논리나 과학적 호교론(종교 정당화)을 넘어서 인간의 종교적 행동과 종교문화를 과학적으로 다루는 것의 의미와 의의에 대해서도 다룬다.  발표 요지: 종교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종교'라는 대상이 잘 정의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들의 한계를 살펴보면서, 과학적 종교연구를 위해 종교 정의 측면에서 넘어야 할 장애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여기까지가 1부이고 이어서 2부는 조셉 불불리아(Joseph Bulbulia)의 특별 강연이다. 그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지종교학, 종교심리학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세계적인 학자다. 불불리아는 종교적 행동과 감정이 인간의 친사회적 행동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종교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다양한 심리실험적 연구를 해 오고 있다. 이번 강연에서도 그러한 자신의 연구를 소개해 줄 것으로 보인다. 3부 1발표로 박한선(진화인류학/신경인류학)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진화생태학적 관점에서 종교성의 개체 간 차이를 설명해 준다.  발표 요지: 종교는 종 특이적 보편 현상이지만

한국진화학회 창립 심포지엄에 다녀와

구형찬 박사님을 따라서 참석하게 되었다. 귀차니즘의 노예라 웬만하면 학회에 잘 가지 않는데, 진화적 관점의 종교문화 연구를 펼칠 수 있는 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크게 발심을 해 보았다. 심포는 2022년 9월 24일 토요일 13시, 이화여자대학교 종합과학관 B동 102호에서 진행되었다. 학회측에서 제공한 지도는 위와 같았다. 이대에서 진행한 학회에 참여하는 건 아마 내 인생에서 이번이 두 번째였던 것 같다. 수 년 전인지 10여 년 전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이대의 지형, 학교의 구조에 대해 이미지가 전혀 없었다. 이럴 경우 나는 지도를 기준으로 '가장 짧은 동선'을 찾는 편이다. 긴 동선을 선택할 경우 충분히 '부족한 운동'을 보충할 기회를 갖기도 하겠지만, 복잡한 길에서 가장 빠른 길 찾기를 일삼는 내 성향에 충실한 선택을 내렸다. 후문을 통해서 '별표'가 되어 있는 종합과학관 B동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가장 적게 걷는 방법은 물론 승용차로 가는 것이었겠지만, 주차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몰라 포기했던 터) 내가 계획한 경로는 저랬다. 실제로 가보니 이 경로는 '언덕'을 올라야 했다. 게다가 공사로 중간에 길이 막혀 있기도 했다. 실제로는 파란 경로로 움직여야 했다. 낯선 곳이었기 때문에 계속 지도를 보고 움직여야 하는 불편이 있었는데, 약학관 B동을 지나쳐 가고 있을 때, 우연히 좌측 인도를 빠르게 걷고 있는 한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뒷모습이 낯이 익었는데, 잘 보니 최재천 선생님이었다.  ─────── 개인적으로 통성명을 한 적은 없지만 2002년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심포에서 발표하셨을 때(당시 현장에서 뵌 건 아니었다. 해당 심포엔 참석하지 않았으니) 이후로 종종 학회 등에서 뵐 기회가 있었다. 최근에는 선생의 유튜브를 찾아 보고 있기도 하다. 생각해 보니 지금 나나 구형찬 박사님이나 '신앙도 정신 진화의 산물'이라는 시각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