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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스캔으로 밝혀진 천 년 된 불상 속 미라

불상 속에 미라가 있다? 이런 일이 세상에 있다는 이야기를 과문해서 들어보질 못했는데,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2015년에 불교계에서는 떠들썩 했던 뉴스였던 것 같다.

이미지 출처: 드렌츠 박물관

2014년에 네덜란드의 아메르스포르트(Amersfoort)시의 미앤더 메디컬 센터(Meander Medical Centre)에서 이 불상에 대한 의학적 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의뢰자는 네덜란드의 드렌츠 박물관(Drents Museum)이었다. 불상은 오스카 판 오버헤임(Oscar Van Overeem)이라는 네덜란드 미술품 수집가가 구입해서 드렌츠 박물관에 전시했던 것 같다.

CT를 찍고, DNA 검사를 위해 뼈 샘플을 채취하고, 내시경을 이용해 내부 조사와 샘플 채취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해당 불상의 내부에 승려의 미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장기는 제거되어 있었고 속에는 한자가 인쇄된 종이와 확인되지 않은 썩은 물질이 있었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드렌츠 박물관

불상 내부의 인물은 서기 1100년에 사망한 불교 승려 류콴(Liuquan)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쪽 자료를 찾아보니 章六全(Zhang Liuquan)이 한자명인 듯하다. 중국에서는 통상 章公祖師(Zhanggong Zushi, 장공조사)라고 부르는 것 같다. 2015년 헝가리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미라 전시회를 통해 중국 쪽에서도 그 존재를 알게 되었고, 반환 소송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소송에서는 중국의 소송 당사자인 푸젠 지역의 양춘과 동푸 촌민위원회 쪽 소유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반환을 인정하지 않았다(아무래도 소송 당사자성이 문제된 듯하다). 반면 중국 국내 재판에서는 당연히 해당 마을의 소유로 인정하고 반환하도록 판결이 이루어지고 있다(22년에 2심 판결이 있었다). 

이런 송사 이슈도 관심을 끌지만(법적으로 시신으로 봐야 할지 물건으로 봐야 할지 논란이 있다고 한다), 종교학 공부인에게는 '사자 숭배'의 한 양식으로서 미라 불상 숭배 양식에 눈이 간다.


성유골 숭배와 비견되는 시신 숭배

성유골 숭배는 기독교의 역사에서도 유명한 사자숭배 양식이다. 종교적인 측면에서 고명하거나 역사적 사건을 대표하는(주로 순교자) 인물의 뼈를 숭배하는 것이다. 사자 숭배의 일종인데, 해당 유골을 '특별한 초자연적 힘'을 가진 물질로 여기는 관념이 특징적이다.

종교적 측면에서 개념화하자면 일종의 '사회적 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집단이 공유하는 부적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승려 미라 불상의 경우 해당 지역 사람들이 자신들의 조상이자 신적 존재로 여기며 숭배해 왔다고 한다. 

성유골은 살이 썩고 남은 뼈로 해당 인물의 종교적 특성(초자연적 힘)을 보존하여 사용하고자 하는 것인 반면에 미라는 살과 뼈가 부패하지 않은 상태로 특수하게 방부 처리를 하거나 말리는 방식으로 해당 인물의 종교적 힘을 보존하여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미라화(mummification) 방법

이집트의 미라는 죽은 후 특수한 약품으로 방부 처리를 하여 시체를 보존하는 방법인데 반해서 중국 등 아시아권의 미라화는 스스로 미라가 되기 위한 식이요법을 하거나 특수한 조건(굴, 골방, 항아리 등에 좌정)에서 자연적으로 미라화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식이요법으로 쌀, 밀, 콩으로 만든 음식을 피하고 견과류, 열매, 나무 껍질, 솔잎을 조금씩 먹어 체지방과 수분을 줄여갔다고 한다. 또 박테리아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주는 허브, 소철 씨앗 및 참깨를 먹었다고 한다. 방부액으로 쓰인 나무 수액(옻 같은)을 마시기도 했다고 한다.

부패할 수 있는 살을 줄이고 방부제 효과를 낼 수 있는 물질을 섭취하여 점차 말라 죽는 자살 방법이 자기 미라화 방법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등신불과 즉신불

미라가 된 불교 승려의 사례로 잘 알려진 경우가 중국의 등신불(等身佛)과 일본의 즉신불(소쿠신부츠, 卽身佛)이라고 한다.

'등신불'이란 말을 전에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는데, 이번에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알게 되었다. 

말 뜻은 '사람 크기의 불상'(等身)이지만, 실제 의미는 승려의 시신(미라)으로 만든 불상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사용한 방식인데, 육신불(肉身佛) 혹은 육신보살(肉身菩薩)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고승의 마른 시신에 금박을 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Chinese monk mummified, covered in gold leaf in rare honour"(https://www.thestar.com)

중국 쪽에서 익숙한 개념으로 이야기한다면 위의 장공 불상도 '등신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 등신불로 검색해 보면 위의 사례도 대표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중국 스타일의 등신불 제작 방식과 다소 차이가 있는 제작 기법이기는 하다(미라화된 시신에 금박을 입히는 게 아닌 나무 불상에 넣은 듯). 시대적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즉신불은 금칠을 하지 않은 미라화 된 승려를 불상으로 삼는 경우를 말하겠다. 이러한 케이스는 태국 등지의 동남아에서도 확인되는 것이다.

일본과 태국의 즉신불

이 모두는 기본적으로 다 사자 숭배의 한 양식으로서 (부패하고 남은) 시신 숭배의 다양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특별한 방부처리 없이 단식에 가까운 식이요법으로 미라가 되는 것은 고승의 증표로 여겨졌다고 한다. 수행을 통해서 고도의 법력을 쌓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단식 등을 통해 미라화를 시도하지만 미라가 되지 못하면 화장하거나 다시 묻고 숭배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 버전은 사리숭배와 연관 지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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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왜 미라 승려 불상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혹은 그러한 전통이 사라졌다고 봐야 할까?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나름 전통이 남아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런 사례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국내의 어떤 승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선 시대 이전까지는 한국에도 등신불 전통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교의 영향 때문에 사라졌다고 보아야 할까? 그런데 중국은? 

공부를 더 해 보지 않는 이상은 아직 답을 내리긴 어려울 것 같다. 누구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빠르겠지만..


참고자료

CT Scan Reveals Mummified Monk Inside Ancient Buddha Statue │ History.com

Liu Quan │ mummipedia wiki

章六全 │ 維基百科

Buddhist mummies │ wikipedia

“Sokushinbutsu”: Japan’s Buddhist Mummies │ nippon.com

Is a Mummy a Person or a Property │ The Chinese Journal of Comparative Law

Chinese court orders Dutch collector to return smuggled 1,000-year-old mummified Buddha statue │ globaltimes.cn

‘등신불의 비밀’ 밝혀진다…과학자들 형성과정 규명 │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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