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트윗과 언론 기사를 통해서 보면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정부(경찰 및 행정 기관)의 군중 관리 실패다 vs 예방 불가능한 사고다(with 그 현장에 놀러간 사람들 책임이다)
정부 책임론의 중요한 근거로 제시되는 건 22년 이전 핼러윈 때 충분한 경찰력을 투입해서 해당 지역의 안전관리를 해 왔다는 것이다. 2017년 폴리스 라인 설치하고 안전관리하는 모습이 대표적 증거로 회자되고 있다. 이번 정권에서 충분히 많은 군중이 모일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137명의 마약 복용 등 사건 사고를 위한 인력만을 배치하고 안전관리를 도외시했다는 주장이 덧붙여진다.
반면에 예측 불가능한 사고다라는 입장에서는 22년 이전에 비춰 볼 때 올해 가장 많은 경찰력을 투입했다. 작년 및 2017년까지 투입된 경찰 인력 중에서 올해가 가장 많았다는 '경찰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과거부터 올해까지 이태원은 경찰이 한 번도 제대로 안전관리를 하지 않았고, 혼돈의 카오스 상태였다는 것을 지적하며 딱히 이번 정권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주장이 덧붙여진다.
그렇다면 사실은 어떤가?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서 정보를 편향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난 상황에서 군중심리에 이끌려 확증편향 정보가 유언비어가 되어 확산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겠는가. 그러한 속성을 인간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것은 종교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뼈저리게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의 신념이 현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은 분명 가능한 일이다.
백지 상태에서 각각의 주장과 제시된 증거를 확인해 보자. 어느 것 하나라도 조작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주장은 충분히 배척할 수 있다. 그러한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 한 번도 경찰은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다는 시각
KBS의 "참사, 왜 막을 수 없었나" 10월 30일 기사, 리포트 하누리 사회부 기자 |
이 리포트의 골자는 '경찰은 해 오던 대로 했다, 올해 최다 인원 투입해서 할 만큼 했지만, 안전 관리에서 미흡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주최측 없는 축제, 압사예방 메뉴얼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조선일보는 '정부와 경찰 책임론'을 지적하는 한 글에 대해 팩트체크 기사를 내 보냈다.
10월 31일자 팩트체크 조선일보 기사 |
해당 기사에서 인용하는 정보는 경찰청 발표 자료이다.
서울경찰청은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핼러윈 기간에 투입한 경찰 인력에 비해 올해 2배에 가까운 경찰관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90명(지역경찰 30명, 의무경찰 60명), 2018년 지역경찰 37명, 2019년 지역경찰 39명이 이태원 지역에 투입됐다. 코로나 발생 이후인 2020년과 2021년에는 지역경찰과 형사 등을 포함한 경찰 인력은 각각 38명, 85명으로 크게 늘지 않았지만 방역예방을 위해 경찰관 기동대가 별도 배치됐다고 했다. 올해에는 지역경찰 32명, 수사 50명, 교통 26명 등 137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경찰청 발표 자료를 '팩트'라고 생각해서 보면 분명 '예전엔 800명 투입해서 이태원 핼러윈 통제 했다'는 주장이 '거짓'이 된다.
또 트윗 등에서 많이 회자된 2017년 핼러윈 경찰 통제 사진과 관련해서 정보를 찾다가 발견한 어떤 자유 게시판의 글을 보자. '2017년 할로윈 경찰'로 구글링 해서 나온 첫 번째 검색 결과였다.
이 글쓴이는 '과거에도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경찰이 통제하지 않고 무법천지였다. 경험도 없으면서 트윗 등 인터넷에서 정보 보고 정부 욕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라는 주장을 편다. 해당 게시물에는 2017년 핼러윈 때 이태원 풍경을 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많은 곳에 퍼진 2017년 이태원 핼러윈 폴리스 라인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유명한 2017년 이태원 핼러윈 경찰 통제 사진 |
여기에 해당 글쓴이는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통제 했다고 하는 거 보면 일부 구간에서 이런 식으로 한 거 보고 그런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통제하면 거기서 사고가 안 났을 거라고요?
이런 주장들은 다른 관점으로 이번 사건을 보게는 해 주지만, 그런 판단이 '팩트'에 기반했는가는 제3자로서는 확인할 길이 별로 없다. 경찰청 자료는 특히나 그렇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 2021년까지도 경찰은 안전사고 관리를 하고 있었다는 시각
조선일보에서 팩트 체크한 글(예년까진 800명 투입)은 '증거'가 될 수 없다. 하나의 주장이고, 이를 크로스체크 하려면 다른 물증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위 모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쓰인 글 댓글에 이런 답변을 볼 수 있었다.
해당 트윗을 보자.
작년엔 참사가 일어난 그 골목 입구에서 경찰이 통제하고 있음. https://t.co/6tWCqCRfzy pic.twitter.com/5Ud41BmDGK
— Mr.Hong (@qlrvkdlqlrvkdl) October 30, 2022
이 자료의 진위를 판단하면 이 주장의 신빙성을 체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사실이 확인되면, '2021년까지 경찰은 안전사고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깨지게 되는 것이다. 투입 경찰 인력이 몇 명인지는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어떤 입구에 경찰이 경광봉을 들고 진입하려는 사람을 막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 영상이 2021년 핼러윈 데이 즈음의 해당 위치를 촬영한 것인지 검증을 해 보면 진위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맵 로드뷰로 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힐튼 호텔 골목 입구 |
주변 건물이 유사하고 특히 빈 상가 안의 노란 플래카드를 통해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해당 시점이 언제인지는 무엇으로 파악할 수 있을까? 카카오맵의 로드뷰는 연도별 촬영분이 있다. 과거 시점의 모습과 비교해 보면 위 트윗에 실린 영상의 촬영 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카카오맵 로드뷰 시기별 비교 |
각각 2020년 3월, 2021년 7월, 2022년 8월의 모습이다. 위 트윗의 플래카드, 건물에 붙어 있는 보안회사 마크(에스원) 등으로 보면 2021년 7월 이후에서 2022년 8월 이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스크를 대부분 착용하고 있고, 초겨울 복장, 마스크나 머리 장식을 보면 핼러윈 즈음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해당 동영상은 21년 이태원 핼러윈 축제 때 경찰이 해당 골목을 통제하고 있었다는 것을 명백하게 증명하고 있다.
다른 트윗에서 관련 영상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여기에는 경찰들이 적극적으로 시민 안전 통제에 나서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이태원은 2022년과 달랐다.
— 아침커피 (@3baopanda) October 30, 2022
정권이 바뀌었을 뿐인데.. #각자도생 #이태원 pic.twitter.com/HGtu2oMk2d
경찰이 하는 말을 들어 보면, 어디 높은 곳에 올라간 시민에게 안전한 데로 내려오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뒤에 걸린 플래카드를 보면 코로나 이후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역시 2021년 이태원의 핼러윈 모습이라고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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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축제 때 경찰을 몇 명이나 투입하여 안전관리를 했는지는 이 정도로는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22년 이전에 경찰이 군중 밀집 지역의 안전관리를, 축제 행사 주관자가 없다고 해서 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는 건 증명이 되는 것 같다.
추가>
2021년 이태원의 핼러윈 축제 상황에 대해서는 유튜브에서 여러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밀집도는 2022년만 못했지만 상당히 많은 인파가 모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몇몇 영상에서는 경찰들의 적극적 안전관리 활동이 눈에 띄고, 몇몇 영상에서는 도로변에서만 교통 정리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곳의 통행을 통제하는 모습은 다른 영상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혼잡도가 높았을 때 한시적으로 통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태원 골목 내부에서 출구와 입구를 나눠서 통제했다거나 특정 방향의 도로를 통제하고 사람들의 통행로로 확보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서 분무형 소독 장비를 놓고 사람들을 입구에서 통제한 경우는 확인이 된다.
22년 이전까지 경찰의 안전활동에 대한 두 주장은 각자 다소간의 과장이 있다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어디가 더 과장이 심하느냐는 '올해 경찰 최대 투입, 안전관리 원래 안 했음'이겠다)
2021년 이전까지 안전관리를 경찰이 철저하게 했느냐는 '그렇다'라고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몇몇 영상에서 진입 통제와 위험 관리를 한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만, 올해와 같은 밀집도의 안전관리를 하기에 충분했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과거 영상들을 보면 올해와 같은 군중 밀집도는 확인되지 않는다(물론 많았지만). 올해가 유독 인파가 몰렸다는 것은 팩트인 것으로 보인다.
추가2>
BBC 리포트 2분 32초 쯤부터 작년 경찰이 교통,안전 통제 활동을 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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