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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가 사회적 위로를 만들어 내는 방식┃〈스즈메의 문단속〉에 대한 종교학자의 감상

※이 글은 얼룩소 글(23.4.5)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다녀 오겠습니다' 장면, 출처: https://images.app.goo.gl/9RJ83DqjU7A6h24h9 이 애니메이션에 본래 흥미는 없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도 전무한 상태에서 ‘문단속’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다 보니 영화에 대한 연상이 특정한 쪽으로 쏠렸습니다. 일상적 느낌이 강한 표현이다 보니 일상물이라 지레짐작했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너나 없이 본다기에 분위기에 휩쓸려 보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백지상태로 극장에서 이 영화의 스토리와 온전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보면서 종교학 공부인으로서 무척 감동을 받았습니다. 위로의 언어는 일본인들에게 향하는 것이었습니다만, 그것이 일본 신화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고, 그 이야기가 근사하게 오늘날의 일본인들에게 울림을 줄 것이라는 게 선명하게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서 종교나 신화의 기능을 새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재난을 설명하던 신화와 전설 지진을 어떤 초자연적 존재의 의도적 행위의 결과로 상상할 수 있을까요? 지금에 와서는 그런 신화적 설명이 통하지 않습니다. 지구 내부 물질의 움직임과 지각의 이동으로 지진을 이해할 수 있는 시대니까 말이죠. 그런 지질학적 이론이 등장하기 전에 사람들은 왜 지진이 벌어지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유를 모르는 자연 현상’을 겪으면서도 나름의 이유를 찾아냈습니다.  땅 속에는 커다란 메기가 사는데, 그것이 꿈틀 움직이면 땅 위에서 지진이 벌어진다.   에도 시대 일본인들이 지진을 다스리는 주술적 의례를 수행하면서 이러한 관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하죠(18세기 이전에 이런 메기 신화가 일본에 없었다고 합니다. 참고: Namazu ). 그 기록을 ‘나마즈에(鯰絵, なまずえ)’를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