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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회적 죽음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추모제와 위령제, 그 미묘한 차이

※이 글은 얼룩소 글(23.5.18)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4월에서 6월은 많은 사회적 죽음을 생각하는 시기입니다. 출처: https://m.segye.com/view/20200915514522 사회적 죽음을 다루는 사회적/종교적 의례에 추모제나 위령제라는 말이 붙습니다. 추모제와 위령제는 죽은 사람들을 위한 의례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는 개념입니다. 추모제는 '기억'과 '기념'에 초점이 맞춰진 이름이라면, 위령제는 '죽은 자를 위로한다'는 의미가 두드러지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 강조점의 차이는 의례의 목적 상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추모제와 위령제는 같이 쓰이기도 합니다만...  담양군 가마골 위령제 (출처: http://jnnews.co.kr/m/view.php?idx=8357) 아산시 추모 위령제 (출처: https://m.dnews.co.kr/m_home/view.jsp?idxno=202111291344431840393) 명백하게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살된 개들을 위한 위령제 (출처: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40817355076689) 실험동물 위령제 (출처: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26218) 동물 대상으로는 '추모제'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일견 당연합니다. 기억과 기념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위령제는 사람, 동물 가리지 않고 쓸 수 있습니다. 그 죽은 영혼을 위로하고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원하는 의식을 지칭하기 때문입니다. 추모제와 위령제의 약간의 차이 추모제는 주로 사회적으로 기억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죽은 자를 위한 의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억의 목적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를 들자면, 먼저 순국선열을 위한 추모제입니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살아 남은 자들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

신화가 사회적 위로를 만들어 내는 방식┃〈스즈메의 문단속〉에 대한 종교학자의 감상

※이 글은 얼룩소 글(23.4.5)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다녀 오겠습니다' 장면, 출처: https://images.app.goo.gl/9RJ83DqjU7A6h24h9 이 애니메이션에 본래 흥미는 없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도 전무한 상태에서 ‘문단속’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다 보니 영화에 대한 연상이 특정한 쪽으로 쏠렸습니다. 일상적 느낌이 강한 표현이다 보니 일상물이라 지레짐작했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너나 없이 본다기에 분위기에 휩쓸려 보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백지상태로 극장에서 이 영화의 스토리와 온전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보면서 종교학 공부인으로서 무척 감동을 받았습니다. 위로의 언어는 일본인들에게 향하는 것이었습니다만, 그것이 일본 신화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고, 그 이야기가 근사하게 오늘날의 일본인들에게 울림을 줄 것이라는 게 선명하게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서 종교나 신화의 기능을 새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재난을 설명하던 신화와 전설 지진을 어떤 초자연적 존재의 의도적 행위의 결과로 상상할 수 있을까요? 지금에 와서는 그런 신화적 설명이 통하지 않습니다. 지구 내부 물질의 움직임과 지각의 이동으로 지진을 이해할 수 있는 시대니까 말이죠. 그런 지질학적 이론이 등장하기 전에 사람들은 왜 지진이 벌어지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유를 모르는 자연 현상’을 겪으면서도 나름의 이유를 찾아냈습니다.  땅 속에는 커다란 메기가 사는데, 그것이 꿈틀 움직이면 땅 위에서 지진이 벌어진다.   에도 시대 일본인들이 지진을 다스리는 주술적 의례를 수행하면서 이러한 관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하죠(18세기 이전에 이런 메기 신화가 일본에 없었다고 합니다. 참고: Namazu ). 그 기록을 ‘나마즈에(鯰絵, なまずえ)’를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다케미카즈치신이 카나메이시로 나마즈(메기)를 눌러 지진을 막는 그림, 에도, 1855. 출처: htt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