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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라는 개념이 인간의 종교문화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데 걸림돌인 이유

 ※이 글은 얼룩소 글(23.3.11)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종교'가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문화·제도적 실체로서 물질적 형태로 확인되는 것들, 경전, 신전, 상징물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종교라는 것이 사람들이 상상해서 만든 문화적 관념을 다수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뭔가 실체가 있다'고 여겨진다는 점을 놓치게 됩니다. 유발 하라리는 이를 멋들어지게 '상호주관적 실재(inter-subjective reality)'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https://www.andyhinesight.com/the-future-and-reality/ 종교라는 대상은 우리가 그 존재를 동의하기 때문에 실재성을 얻는 그런 개념입니다. 물론 그런 개념을 낳은 '물질적 현상', 객관적 실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걸 포착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이 개념의 한계를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어 religion이든 번역된 말 '종교(宗敎)'든지, 어떤 자연적 현상을 지칭하지 않고, 사람들이 모여서 벌이는 행위나 공유하거나 퍼져있는 관념을 일컬어 그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문화적 편견의 산물이라고 거칠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종교', religion, 그 어원으로 여겨지는 라틴어 religio의 의미 변화 과정만 살펴보아도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그런 개념의 초기 버전을 찾아가면, 만국 공통의 종교적 관념과 행동 방식을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말은 무언가 인간에게 좋지 않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초자연적 존재의 힘을 빌리는 모종의 행위를 일컫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감각, 인식에서 하나의 물질적 현상[생리-화학적, 진화생물학적 기제]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자문화권의 맥락

지구교를 가져보면 어떨까? : 기후 위기와 지구교

※이 글은 얼룩소 글(23.3.4)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지구교라고 하면 종교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종교 집단으로서의 '지구교'는 일본 SF 전쟁 소설인 『은하영웅전설』에 등장하는 지구교입니다. 해당 소설 속 세계관에서 지구는 인류 발상지이지만, 폐허가 된 곳으로 나옵니다. 90년대 초 해적 번역판 표지와 은하영웅전설 애니 속 지구교 총대교주의 모습(출처 각: https://www.gamet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531, https://sumally.com/p/981753) 우주 스케일의 이야기에서 인간이 지구에 살지 않는 모습을 그리면 통상 오염된 지구에서 인류가 탈출해서 다른 행성이나 항성계에 사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모티프가 많이 쓰인 바 있습니다. 『카우보이 비밥』에서는 우주 이동 수단 사고로 달 파편이 떨어져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서 지구를 그리고 있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경우, 지구를 탈출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구에 대한 설정이 역시 오염되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그립니다. 오염된 지구를 정화하기 위해 인간에게 해로운 포자를 내뿜는 숲인 '부해(腐海)'를 설정하고 있지요. 달이 파괴되어 파편이 떨어지는 지구를 보여주는 '카우보이 비밥'의 한 장면(출처: https://twitter.com/Rage98306/status/1487208608622264322) 쓰인 글은 “거대 산업문명이 붕괴하고서부터 1000년, 녹과 세라믹조각들로 뒤덮인 황폐한 대지에, 썩은 바다 곧 부해(腐海)라고 불리는 유독한 장독을 내뿜는 균류의 숲이 확

믿는 진실은 사실일까 아닐까 │ 김어준을 언론인이라 못할 이유가 있을까?

※ 이 글은 ' 얼룩소 '에 2023년 1월 10일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 ∞∞∞ ─── 뜬금없이 뇌과학 이야기부터 해 보겠습니다. TED 강연 중 " Your brain hallucinates your conscious reality "(당신의 뇌가 당신의 의식적 현실을 환각으로 만들어 낸다)라는 게 있습니다. 애닐 세스(Anil Seth)라는 신경과학자가 인간의 '현실 인식'이 가진 '시뮬레이션'으로서의 특성을 이야기하는 강연입니다. 핵심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Anil Seth의 TED 강연의 한 장면 우리가 환각에 대해 동의할 때 우리는 그것을 현실이라고 부릅니다. 신경과학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 무척 신기했습니다. 종교라는 '내로남불 체계'가 딱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남의 종교는 거짓이고 우리의 종교는 진리라 여기는 발상 잘 아실 겁니다. 정치와 미디어(+언론)의 문제는 사실과 거짓의 싸움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록위마'의 고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힘 있는 사람들이 '현실'을 결정할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죠. 한국 사회의 지배계급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국제 질서 상에서 '사실'은 언제나 '전략적 사실'(남을 해롭게 하고 나를 이롭게 하는 서사가 가미된 사실)-강대국의 이익이 고려된 사실입니다. 종교학이나 신화학을 배우면서 이런 문제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신화나 종교 같은 것은 내부자의 시선에서는 한 없이 아름다운 세계관입니다. 그러나 외부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무엇 하나를 과장해서 진정한 종교/신화는 무엇이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러한 삶을 살지 않지요. 우리는 진리나 사실의 소유자가 아니라 그걸 이용해서 살아가야 하

종교 '억까', 스켑틱의 질문(가설)은 비과학적이다

스켑틱'은 종교에 대해서 답을 정해 놓았다.  '그런 비합리적인 것을 왜 믿느냐. 과학적으로 허무맹랑하다.' 이번에 '종교와 건강' 문제를 얼룩소에서 다뤘는데, 너무 신념에 찬 시각만을 보여준다. https://alook.so/posts/0kt69lJ 이 질문에 대한 '스켑틱'의 답변은 '건강에 좋지 않다'이다. 그런데 과학적 연구 중에도 종교 활동 혹은 그와 비슷한 활동(특히 명상)이 건강을 증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제법 있다. 그러한 연구들은 아마 '스켑틱' 기고자의 눈에는 '유사 과학'적인 연구이거나 엄밀한 방법론이 적용되지 않은 연구로 보일 것이다. '답정너' 식으로 종교 문제를 바라보게 되면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종교에 대해서나, 종교를 향유하는 인간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작업을 외면하게 만든다. 특히 반종교적 시각에 경도되면 종교 문제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비평하기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 과학적으로 다루기에 '종교(활동)'에는 함정이 많다 위의 글에서 해리엇 홀은 프랜시스 골턴의 기도의 효능에 대한 연구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 연구가 과학적으로 종교 활동(기도)의 효과를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 잘 설계된 연구인 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종교 연구자들은 전혀 의미 없는 가설과 검증 방법을 사용했다고 판단할 것 같다. 종교 현상은 해리엇 홀이 전제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믿고 있는 명제 그대로 발생하는 게 아니다('남을 위해 하는 기도는 그가 몰라도 효과가 있다' 혹은 '남을 위한 기도에 신이 응답해서 그에게 정말 도움이 된다'는 믿음). 이 점에 대한 이해부터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반종교론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현대의 진화 인지적evolutionary cogni

과학적으로 '종교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학술대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KAIST 인간의기원연구소 1회 학술대회의 주제로 '종교의 기원'이 다뤄진다.  나도 프로그램 기획과 발표자로 참여하게 되었다(2발표). 프로그램 정보 진화인류학자, 심리학자, 종교학자가 모여서 '종교의 기원', '과학적 종교 연구'에 대한 다양한 주제의 발표와 강연을 진행한다. 구형찬 박사와 나는 '인지종교학'(Cognitive Science of Religion) 연구자로 참여한다. 구형찬 박사는 인지종교학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종교 행동과 관념을 소개한다.  발표 요지: 종교적 사고와 행동에 횡문화적 보편성과 다양성이 나타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와 인지체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이 질문에 답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나는 과학적으로 종교를 연구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연구 대상의 문제(종교라는 개념)를 다룬다. 과학vs종교의 흑백논리나 과학적 호교론(종교 정당화)을 넘어서 인간의 종교적 행동과 종교문화를 과학적으로 다루는 것의 의미와 의의에 대해서도 다룬다.  발표 요지: 종교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종교'라는 대상이 잘 정의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들의 한계를 살펴보면서, 과학적 종교연구를 위해 종교 정의 측면에서 넘어야 할 장애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여기까지가 1부이고 이어서 2부는 조셉 불불리아(Joseph Bulbulia)의 특별 강연이다. 그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지종교학, 종교심리학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세계적인 학자다. 불불리아는 종교적 행동과 감정이 인간의 친사회적 행동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종교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다양한 심리실험적 연구를 해 오고 있다. 이번 강연에서도 그러한 자신의 연구를 소개해 줄 것으로 보인다. 3부 1발표로 박한선(진화인류학/신경인류학)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진화생태학적 관점에서 종교성의 개체 간 차이를 설명해 준다.  발표 요지: 종교는 종 특이적 보편 현상이지만

국가가 주도하는 추모 방식의 기괴함│추모가 아닌 위령제라고 봐야

정부가 10.29 핼러윈 참사 * 이후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합동 분향소도 정부 주도로 만들면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지침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   고려대 국문과 신지영 교수는 11월 3일 TBS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태원 참사'보다 '10.29 참사'로 쓰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실상이야 '책임 회피'라는 것은 명확한 것인데, 일부 사람들은 어떤 종교적 배경을 의심한다. 사람들은 '살(煞)'에 관한 민속신앙을 떠올리고 있다. 이마의 검은 칠이나 위패가 없는 것도 한 '법사'가 배후에서 지도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다. 합동 분향소는 이제까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적은 없었다. 세월호 합동 분향소와 비교해 보면 명백하다. 사진과 위패를 같이 놓고 있다. 위패에는 이름이 적히기 마련이다. *    *    * 종교학 공부인으로서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분향(焚香), 말 그대로는 '향을 불태운다'는 의미이다. 분향을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초혼(招魂)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관습은 아니다.  가령 기독교 경전을 보면, 민 16: 35, 왕하 12:3, 대하 13:11, 렘 1:16, 호 11:2, 눅 1:9-10 등에서 신적 존재에게 분향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야훼가 아닌 다른 신에게 분향하는 것을 문제 삼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향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물리적 성질(연기가 위로 올라가며 사라진다)을 사람들이 영적 존재와 연결시켰던 것인데, 이에 대한 직관적 상상은 지역적-문화적 범위를 넘어서 인류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초혼과 강림 우리에게 익숙한 관념은 분향을 해서 혼령을 부른다고 해서 그 부르는 곳으로 혼령이 올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해당 혼령을 특정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한데, 이름이나 사진 혹은 유품이 될 수 있다. 이런 사고방식도 한국적인 것 만은 아니다. 우리는 통상 민간신앙 같은 것으로 여기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로 텍스트 다루기 (1)

디지털 자료를 다루는 데 빠뜨릴 수 없는 기술 중 하나가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이다. 여기서 '자연어'란 컴퓨터 언어에 대비되는 인간의 언어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소리, 텍스트 등)을 뜻한다. 챗봇이나 AI 스피커 등에 쓰이는 기술이 NLP 기술인데, '디지털 인문학'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분석 기법이기도 하다. 디지털 텍스트 자료를 수집해서 이를 분석한다면 바로 NLP 기술을 적용해서 해야 한다. 종교문화 연구에도 적용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NLP도 웹스크래핑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Python 공부를 하면서 수업 시간에 종종 사용했던 주피터 노트북(jupyter notebook)을 활용해서 관련 책을 보면서 연습을 했다.  (그냥 하는 소리지만 '주피터 노트북'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노트북 컴퓨터'를 떠올렸다. 몇 번 맛을 보고 시간이 흘러 사용한 것을 까먹을 때 쯤에는 파이썬 IDE 중 하나인 파이참이나 비쥬얼 스튜디오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수업이나 관련 책에서 '주피터 노트북'을 준비하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어 어떻게 깔지'라는 생각부터 했다. 근데 컴퓨터에 이미 깔려 있어서 '뭐지?'했던 기억이... '아나콘다' 깔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인 듯. 뭐 IDE 중 하나긴 한데, 웹브라우저에서 구동해서 구글의 코랩colab 같은 종류로 느껴진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는 jupyter나 colab을 많이 쓰는 듯. colab은 클라우드 기반이라 협업-그래서 Colaboratory 의 앞글자로 colab이라 한 것-에 강점을 가진다고 한다. 참고 ) ━━━━━━ 문장이 있으면 단어들의 일부를 뽑을 수도 있고(3행은 위 문장에서 짝수 번째 단어를 추출한 것이다), 특정 단어만 뽑을 수도 있고(아래), 글자의 순서를 뒤바꿀 수도 있다.

티스토리가 또 검열을, 블로그 이사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2007년부터 지금까지 사용해 왔다. 전에 NAVER 블로그를 사용하다가 사용정책이 불만스러워 티스토리로 옮겨 나름 잘 활용해 왔다. 그러던 차에 이번까지 세 번 정도(처음에 두 번인 줄 알았는데, 메일을 뒤져보니 21년에도 한 건이 더 있었다) 블로그 이사를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이 구글 블로그도 그걸 고민하면서 만들어 두었던 곳이다.  첫 번째 사건은 2012년 12월 쯤에 있었다. 내 블로그 글 중 '하나님의 교회'에 대한 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다. 2005년 11월에 작성된 글이었다(naver 블로그에 썼던 걸 옮겼던 것이다). '명예훼손'이라고 신고를 받은 글이다. 해당 글 내용은 내가 여러번 다시 확인해 봤지만 '하나님의 교회'를 비난하려는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닌, '신종교'가 사회적으로 왜 부정적으로 판단되는 경향이 있는지를 '정통-이단'의 구도에서 '사이비'나 '이단' 규정의 문제점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그때 안 사실은 '티스토리'는 신고를 받으면 바로 제한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정말 명예훼손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블라인드처리하였고, 저 글은 지금 접근이 되지 않는다. (조만간 이 블로그에 다시 정리해 놓을 요량이다) 이번엔 '청소년 유해 정보' 문제로 로그인 자체를 막아버렸다. (7일 사용 정지) 일단 무엇이 '청소년 유해 정보'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역시나 불친절한 티스토리. 구글에서 '저장된 페이지'를 통해서 해당 내용을 찾아보니, 그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영화 향수의 '사형장의 난장' 장면이다. 이것이 문제라면 이미지 수정(모자이크 처리) 혹은 이미지 삭제를 요구하는 게 순서에 맞지 않았을까 싶다(해당 글에 사용한 이미지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해당 글에서는 빅터 터너의 '제장 공동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