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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기억의 오귀인(misattribution) 현상

※ 이 글은 ' 얼룩소 '에 2023년 1월 23일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본래 제목을 약간 수정하였습니다. ─── ∞∞∞ ───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이 말은 통상 괴테가 한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중에서 누가 한 말인지 적지 않은 경우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책 제목으로도 많이 회자된 표현입니다. 어쨌든.. 괴테가 한 말이 아닙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글("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는 누가 한 말인가?│오귀인 사례 (4) ")을 참고하시고요. 출처를 찾아보면, 리처드 L. 에반스라는 라디오 아나운서이자 작가(우리에게 몰몬교로 알려진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의 십이사도 정회원이기도 했음)의 책-- Faith in the future (1963)--에서 'Direction is more important than speed.'라는 표현으로 등장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Life is a Matter of Direction, Not Speed.'는 콩글리시 버전이고요). 에반스가 처음 이 표현을 사용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 표현의 유행이 시작된 시기에 찾아 볼 수 있는 명확한 출처로 그의 책을 찾을 수 있다는 건 명확한 사실입니다. 심리학 분야에서 출처를 잘못 대는 기억의 오류를 기억의 오귀인(misattribution of memory), 그 중에서도 '출처 혼동(source confusion)'이라고 합니다. 명언 사례에서 풍부하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만, 명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 책, 디자인 등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서 이런 현상들이 벌어집니다. 심리학 분야에서는 '오류'로 취급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메커니즘이 가진 특성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헤밍웨이가 한 말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정말 그런가?│오귀인 사례 (3)

이 글은 2017년 6월 19일에 작성된 글을 수정하여 올린 것이다. ━━━ ∞∞∞∞∞∞ ━━━ 이미지 출처: theunivisted.in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 헤밍웨이. 과연 그런가?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했던가? 영화 '코치 카터'의 경험 , 네팔 지진 고아 사진 (실제로는 베트남 아이들)에 대한 경험이 그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유행하는 기억은 '전형화'라고 불릴 수 있는 어떤 수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인용구도 그런 특성에 따라 출처가 구성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세상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다. 구글에서 검색해 보니 대번에 이런 게시물을 볼 수 있었다. 들어가 보면 이렇다. 옆에 붙어있는 광고에는 '헤밍웨이는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는 책이 소개되고 있다.  문제의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글을 보면, 인용 조사자에게 이 말을 누가 한 것인지 묻는 질문이 나온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순화한 번역임), 이 말을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했는지, 아놀드 새뮤얼슨이 했는지, 버나드 맬러머드가 했는지, 아니면 출처가 불분명한지 묻는다.  이런 물음은 이 사이트의 전형적인 '형식'이 아닌가 싶다. 저렇게 사람들을 나열하면서 하는 질문자라면 이미 답을 알고 있을 사람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헤밍웨이 산문의 문체, 여백과 직설이 여러 번 초고를 고쳐 써서 얻었기에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이 그에게 돌려지고 있다고 한다. 인용조사자는 답변을 한다(이하 거의 번역에 가까움). 헤밍웨이는 1964년 사망했다. 아놀드 새뮤얼슨은 헤밍웨이 사후에 헤밍웨이에 대한 회고록(1984), '헤밍웨이와 함께: 키웨스트와 쿠바에서의 한 해(With Hemingway: A Year in Key West and Cuba)'라는 글을 출간했다.  해당 글에서 헤밍웨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