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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적 역사'와 '역사적 신화', 역사와 신화의 비식별역

 "'신화적 역사'와 '역사적 신화'", 이 타이틀로 글을 냈었다. 2016년에. 필자의 2016년 논문 이 글은 박사학위 논문에서 다룬 사례들을 활용해서, " 승자의 역사와 신화적 역사 "의 논의를 확장해서 완성한 것이었다. 이 글에서 나는 '신화'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화'라는 게 '종교' 개념과 마찬가지로 역사-문화적 특수성을 지닌 것으로 사람들이 가진 어떤 일반성을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화 개념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전범으로 하는 인간화된 신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그리스-로마 신화만 하더라도 그냥 '신들의 이야기'로 포괄할 수 없다.  도시 건설 이야기, 영웅의 성장 이야기 등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 개념을 다른 문화권의 신비한 이야기에 적용할 때, 신화 개념 적용의 타당성을 묻게 된다. 그래서 그리스-로마 신화가 '제대로 된 신화'이고 나머지 지역의 신화라고 불리는 것들은 아류라는 식의 평가를 내리기 마련이다. '한국 신화', 이 말은 '한국의 신화'를 말하는 것인데, 여기에 들어간다고 여겨지는 이야기에는 《삼국유사》 《삼국사기》 《제왕운기》 《동국이상국집》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규원사화》  등의 기록물 속 이야기, 민간전승, 무가 전승 등을 '민간 신화', '무속 신화' 등으로 부르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구분은 기록 형태에 따른 구분이고, 내용상 우주창생신화, 영웅신화, 문명기원신화, 건국신화 등등으로 분류된다(두백, ' 한국신화 '). 지금이야 이런 분류학이 정리되어 있지만 '신화' 개념이 우리에게 낯설던 개항기에는 우리에게 신화는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서서히 우리 안에서 신화를 발견하게...

믿는 진실은 사실일까 아닐까 │ 김어준을 언론인이라 못할 이유가 있을까?

※ 이 글은 '얼룩소'에 2023년 1월 10일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 ∞∞∞ ─── 뜬금없이 뇌과학 이야기부터 해 보겠습니다. TED 강연 중 " Your brain hallucinates your conscious reality "(당신의 뇌가 당신의 의식적 현실을 환각으로 만들어 낸다)라는 게 있습니다. 애닐 세스(Anil Seth)라는 신경과학자가 인간의 '현실 인식'이 가진 '시뮬레이션'으로서의 특성을 이야기하는 강연입니다. 핵심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Anil Seth의 TED 강연의 한 장면 우리가 환각에 대해 동의할 때 우리는 그것을 현실이라고 부릅니다. 신경과학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 무척 신기했습니다. 종교라는 '내로남불 체계'가 딱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남의 종교는 거짓이고 우리의 종교는 진리라 여기는 발상 잘 아실 겁니다. 정치와 미디어(+언론)의 문제는 사실과 거짓의 싸움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록위마'의 고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힘 있는 사람들이 '현실'을 결정할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죠. 한국 사회의 지배계급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국제 질서 상에서 '사실'은 언제나 '전략적 사실'(남을 해롭게 하고 나를 이롭게 하는 서사가 가미된 사실)-강대국의 이익이 고려된 사실입니다. 종교학이나 신화학을 배우면서 이런 문제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신화나 종교 같은 것은 내부자의 시선에서는 한 없이 아름다운 세계관입니다. 그러나 외부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무엇 하나를 과장해서 진정한 종교/신화는 무엇이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러한 삶을 살지 않지요. 우리는 진리나 사실의 소유자가 아니라 그걸 이용해서 살아가야 하는 롤 플레이어에 가깝습니다. 거짓은 나쁘다, 사람들을 미혹시킨다, 현대 사회에서 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