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일 작성]
출산율과 출생률은 어떻게 다른가│출산율 0.75를 생각하며에 이어서
저출산 대책으로 한국 정부가 그동안 투여한 예산 규모는 상상초월이다. 2006-2020년까지 저출산 정책에 쓰인 예산은 '380조'에 이른다(관련 기사).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 긴 기간,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해결하고자 한 이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는 것을 말이다. 정책은 실패였다. 2022년 6월 인구동향으로 발표된 결과를 보면 너무 명확하다.
2020년까지의 출생아 수와 합계 출산율 |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낮다. 통상 OECD 국가들과 비교를 많이 한다. 위 자료와 연결해서 보기 쉽게 2020년 그래프를 찾아 봤다.
출처: 파이낸셜뉴스(https://www.fnnews.com/) |
theGlobalEconomy.com이란 곳의 통계치를 보면, 한국이 당당히 집계된 192개 국가 중 '적은 것으로' 1등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친절하게 출생률이 가장 낮은 나라는 한국으로 인구 1,000명당 5.3명이 태어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theGlobalEconomy.com의 국가별 출생률 순위 |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조출생률'은 5.1명이었고, 2022년 조출생률은 4.x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2022년 6월 인구동향'을 보면 6월 조출생률은 4.5명이라고 한다).*
* 조출생률, 출생률, 출산율, 합계 출산율 개념에 대해서는 "출산율과 출생률은 어떻게 다른가┃출산율 0.75를 생각하며(1)"를 참고.
2020년 세계 각국의 합계 출산율 순위 |
합계 출산율도 2020년 기준 0.84로 세계 1위(뒤에서)였다. 해당 기록을 보면 2016년부터 한국은 최처 출산율 1위 국가를 유지하고 있다.
'슈카'(전 글 참조)도 질문을 던지지만, '왜 유독 한국에서 출산율이 이렇게 낮은 것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에 대한 많은 설명이 있는데, 출산율이 낮은 주요 선진국들과 뭐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이 낮은 것인지 설명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응당 이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해서 해결해야 하느냐는 문제와 직결된다.
'슈카'의 의문은 타당하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에 대한 답을 과연 못찾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너무나 많은 답이 존재한다
이 문제에 적절한 대책을 만들지 못하고 실패하는 배경에는 '답이 많다'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결정적인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혹은 예산 집행하기 쉬운 일들에 매몰되어 효과적인 정책이 수립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문제는
수도권 집중화, 주택 가격 상승, 일자리 감소, 혼인율 감소, 자녀 양육에 대한 공포 등
이다.
1인당 GDP 증가와 출산율은 통상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2017년 1인당 GDP와 출산율 |
2017년 자료이긴 하지만 출산율과 1인당 GDP 사이의 반비례 관계를 대략적으로 잘 보여준다. 우측 하단에 Japan 아래쪽의 두 아시아 지역이 홍콩과 대한민국[South Korea]일 것이다.
지도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아프리카는 높고 유럽과 미국 그리고 동아시아는 낮다.
2020 세계 국가별 출생률 지도 |
그런데 한국은 잘 사는 나라들 중에서도 출생율이 낮다. 잘 살면 일반적으로 출생율이 낮은데, 그 수준에서도 '더 많이' 내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 수준 향상'과 같은 게 지금의 초저출산 문제를 완전히 설명해 주지 못한다.
2018년에 흥미로운 연구가 나왔다.* 2016년 기준으로 기혼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2.23이었다는 점을 보임으로써 비혼의 증가가 출산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이었다(이철희, 2018. 발표가 이루어진 2017년 말 기사로 소개되기도 함). 그런 현상 분석이라면 결론은 '빨리 결혼을 시켜야 한다'가 될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는 결혼을 못하게 만든는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게 된다)
* 이철희, 2018, 〈한국의 출산장려정책은 실패했는가?: 2000년~2016년 출산율 변화요인 분해〉, 《경제학연구》 66(3): 5-42.
간단하게 혼인율과 출생률 데이터를 모아 보았다. 이 두 지표를 묶어 놓은 그래프가 없어서 통계청에서 관련 자료 받아서 엑셀로 조악하게 그려봤다.
대체로 혼인율과 출생률이 연동되는 것을 알 수 있지만 1970-1980 사이의 상황은 다른 걸 보여준다. 아마 이 시기가 생활 수준 향상과 출산율 저하라는 일반적 현상이 벌어진 시기일 것 같다.* 그 이후에는 혼인율 감소와 출생률 감소는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 5,60년대 가족은 형재자매가 5,6명이 넘는 경우가 흔했는데, 70년대에 들어와서는 3,4명 수준이 되었던 것 같다.
결혼 인구 감소가 문제다, 가임기 여성 인구 감소가 더 크다 이런 논란도 있는 것 같다. 검색을 통해서 이런 글도 볼 수 있었다. 위의 이철희 논문을 최근 인구 트렌드와 결부시켜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과연, 기혼자는 아이를 더 많이 낳을까? 유배우자 출산율 증가 주장의 근거를 쫓아서...
모두 다 드러난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감이 있다. 인자가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우리 사회의 출산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위 1인당 GDP와 출산율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면 우리랑 비슷한 수준의 경제 수준에서 출산율 탑인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3.0이 넘는 수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나라는 너무 특수하다. 폭탄이 터지거나 미사일이 날라다니는 상황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대교와 시오니즘과 같은 내셔널리즘이 팽배해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출산 장려 정책과 내셔널리즘이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cf. Israel: natalism and nationalism
우리나라가 현실적으로 개선 가능한 수준이라면 유럽 국가들 수준일 것 같다. 0.x에서 1.5 내외 수준으로의 개선 말이다(이상적으로는 2.1을 추구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너무 넘사벽 목표). 그런 나라들과 우리나라가 갖는 차이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는 첩경이 아닐까? 주택 가격은 그곳도 힘들 것이다.
프랑스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관련 자료들을 보면 정책상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현금성 보편복지 지원책이 있다는 점(우리도 일부 있긴 하지만 '가족수당'을 주진 않는다)과 비혼 자녀 출산과 양육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는 한국에서 '복지 포퓰리즘'으로 번번이 막히는 것이고 후자는 '유교적 가족 이데올로기의 영향력'이 좋지 않게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다. 모두 다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남여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집단이 출현하고 이를 부채질하는 언론보도가 많은 형편이다.
남자들은 돈이 없어서 결혼을 주저하겠지만 여자들은 '뭣 같아서' 결혼을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상황인 것 같다. 내 주위에서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 유독 '결혼으로 맺어지는 다양한 인간 관계-권력 관계이기도-에 대한 거부감'을 피력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생활 수준이 달라지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가사와 양육에 대한 태도도 과거의 버전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래와 같은 연구 결과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 남성의 가사와 육아부담이 더 많을수록 출산율이 올라감을 보여주는 그래프.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안 좋은 쪽으로 넘사벽의 수준 https://t.co/drEGaLuwGg
— Economic View (@EconomicView) August 30, 2022
집값도 문제고 일자리도 문제긴 하다. 혼자 살아남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언감생심 가족을 만들어 책임질 생각을 할까?
남여 젠더 갈등, 불난 데(저출산) 부채질
그런데 나는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 나는 내집 하나 없이 아이 둘을 낳았다. 어떻게 보면 개념이 없었던 것인데, 힘들어도 '함께' 복작거리며 이겨낼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가졌었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산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고 윤택하게 살지도 않았지만. 그저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릴 수 있는 행운을 얻어 없는 살림에도 아이들 낳고 복작거리며 살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리고 가사와 양육 문제로 무수한 전쟁을 하게 되긴 했지만...
그러면서 깨달은 바도 많다. 남과 여의 고정된 성역할이 부딪칠 때, '내가 여자라면'이란 주문을 외어보면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남편의 형제 특히 동생에게 호칭을 높인다든지('도련님'은 너무한 것 같다), 그에 반해 아내의 가족에 대한 호칭은 높이는 게 없는 것이라든지(내 경우 '장인어른', '장모님'이란 호칭을 당신들을 부를 때는 쓰지 않게 되었다, '아버님', '어머님'이란 호칭을 사용하게 되었다), 명절 때 시가에서 여자는 '일해라 절해라' 소리를 듣는데 반해 처가에서는 남자는 그런 소리 들을 일은 없다든지 하는 것들을 보게 된다. '여자라서 감수해야 할 것'은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게 많다. 비슷한 조건에서 성장한 여자들에게 감수하라고 이야기할 성질의 것은 아닌 것 같다(입장을 바꾸면 확실히 열받을 것 같다).
'남자라서 감수해야 할 것'도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하긴 할 것이다. 그만큼 여성들의 경제적 능력도 많이 늘었으니, 자연스럽게 조정되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내 주위에서도 아내의 경제 활동이 더 활발한 경우 (더 바쁘니까) 남편이 가사와 양육에서 더 큰 책임을 졌다.
최근 비혼의 증가와 결혼 이후 출산 시기의 지연 등은 다른 사회 경제적 요인으로만 설명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제 성역할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되었다. 이런 변화 없이 초저출산의 굴레를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정상 가족 패러다임을 넘어서야 하는 건 프랑스를 봐도 명백하다. 결혼과 관계없이 아이를 낳고, 동성끼리도 부모가 될 수 있는 세상을 모색해야 할 듯하다. 이런 문제를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요즘 젊은 것들 애 안 낳는다 ㅉㅉ' 거리면 안 되는 것이다. 그게 '모순'이라는 걸 인정해야 할 시기다.
이런 이야기는 경제 성장은 선이라고 하는 전제 하에서 인구 유지 및 증가 정책을 고민할 때 생각해 볼 수 있다. 전혀 다른 각도에서 출산율 저하 문제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구 환경과 집단 가치관의 변화 문제에 주목해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건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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