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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은 '최초의 한글 소설'이 아니나..

※이 글은 얼룩소 글(23.7.2)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홍길동전》이 '최초의 한글 소설'이라거나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홍길동전 이야기'(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를 허균이 지었다는 이야기는 한국 사회에서는 문화적 상식에 가깝습니다. TV 방송에서 그런 정보를 접하기도 쉽습니다. 2018년 '어쩌다 어른' 한글날 특집 방송의 한 장면 그런데 국문학계에서 이 문제는 꽤 오래전부터 다뤄져 왔고, 결론은 지금 우리가 아는 그 '홍길동 이야기'는 허균이 지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전혀 관계가 없다고 보는 것도 아닙니다만). 이는 꽤 명확하게 확인됩니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에서 이 문제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습니다. 언론에 보도되어 누구나 알게 된다거나 다큐나 교육 예능에 그런 정보가 잘 소개되지는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확인 작업'은 사실 이야기로서 재밌지는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잘못된 정보'가 사실적 정보가 되는 예는 인간사에서 상당히 많습니다. 그걸 '신화'와 연결짓기도 합니다만, 신화는 어떤 초자연적 현상을 담은 기이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라기보다는 '가상의 이야기'로 이해되기 쉬운 것이었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그리스 사람들이 정말 믿었을까라는 의문을 다룬 책 도 있습니다). 근래 주목되는 '가짜 뉴스'가 그런 예로 더 적합해 보입니다. 가짜 뉴스는 통상 적대적 정치 세력에 치명적인 정보나 지지 정치 세력에 유리한 정보입니다. 훨씬 자극적인 정보이고, 확증 편향된 정보이기 때문에 드라이한 사실 정보보다도 훨씬 빨리 멀리까지 퍼지고, 고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사1 , 기사2 ). '틀린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은 그렇게 자...

2023년 '종교의 기원'에 관한 과학적 논의를 다루는 학술 대회

※이 글은 얼룩소 글(23.6.29)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KAIST 인간의기원연구소 1회 학술대회의 주제로 '종교의 기원'이 다뤄지게 되었습니다. 저도 프로그램 기획과 발표자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2발표). 프로그램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KAIST 인간의기원연구소 진화인류학자, 심리학자, 종교학자가 모여서 '종교의 기원', '과학적 종교 연구'에 대한 다양한 주제의 발표와 강연을 진행합니다. 저와 구형찬 박사는 '인지종교학'(Cognitive Science of Religion) 연구자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인지종교학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종교 행동과 관념을 구형찬 박사가 소개해 주십니다. 발표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종교적 사고와 행동에 횡문화적 보편성과 다양성이 나타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와 인지체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이 질문에 답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저는 과학적으로 종교를 연구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연구 대상의 문제(종교라는 개념)를 다룹니다. 과학vs종교의 흑백논리나 과학적 호교론(종교 정당화)을 넘어서 인간의 종교적 행동과 종교문화를 과학적으로 다루는 것의 의미와 의의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발표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종교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종교'라는 대상이 잘 정의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들의 한계를 살펴보면서, 과학적 종교연구를 위해 종교 정의 측면에서 넘어야 할 장애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조셉 불불리아(Joseph Bulbulia)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지종교학, 종교심리학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세계적인 학자입니다. 불불리아는 종교적 행동과 감정이 인간의 친사회적 행동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종교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다양한 심리실험적 연구를 해 오...

종교와 환각제(+마약), 그리고 마음의 비밀

※이 글은 얼룩소 글(23.6.27)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종교와 환각제의 관계는 그 비유적 의미('종교는 민중의 아편')에서 '중독'과 해악에 초점을 맞추게 합니다. 종교인들이 맹목적인 신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고 판단될 때, '종교의 중독적 성격'이 주목되곤 합니다(" 종교가 아편이 될 때 "). '종교 중독(religious addiction)'이라는 표현은 개신교계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이 경우 '종교 중독'은 '해로운 신앙 생활'로 간주되며, 대체로 이단적인 신앙에 빠지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종교중독, 신앙의 열심으로 포장된 보이지 않는 질병 ", " 유사종교 중독과 영지주의 ", " 사이비 종교 세뇌, 마약중독 같아 "). 도박, 알콜, 컴퓨터, 약물 중독이 보통 중독의 대상으로 이야기된다. 출처: 헬스 경향, https://www.k-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2453 그런데 종교와 환각제는 실질적 차원에서도 밀접한 관계를 지녀왔습니다. 종교 의식에 환각제가 쓰이는 경우가 있었고, 환각제 경험을 통해서 종교적 체험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종교 활동과 환각제의 밀접한 관계 '종교적 체험'은 보통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체험과 분리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러한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합리적인 의식 상태라고 부르는 정상적인 각성 상태의 의식은, 아주 얇은 막에 의해 의식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단지 하나의 특별한 의식 상태일 뿐이다. 반면에 거기에는 잠재적 형태의 의식상태가 전혀 다른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 그것들은 일상적 의식 상태와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란 말은 마르크스만 한 말일까?

※이 글은 얼룩소 글(23.6.22)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저는 출처 오귀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소문이나 가짜 뉴스를 사람들이 사실로 믿는 현상을 통해서 인간이 신화와 종교를 만들어 향유하는 방식을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 에 마르크스의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라는 말의 참 뜻을 살펴본 김에 이 표현이 과연 마르크스의 순수 창작물로 볼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https://famosos.culturamix.com/historicos/karl-marx 칼 마르크스의 반종교적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던 ‘종교는 대중의 아편’이라는 표현은 너무나도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그 이전의 사용자들을 떠올리는 것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비슷한 표현이 사용된 이전 사례는 많았습니다. 하인리히 하이네와 모세 헤스, 출처: 위키피디아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와 모세 헤스(Moses Hess, 1812-1875)라는 사람도 비슷한 말을 한 바 있습니다. (하이네는 괴테 시대에 활동한 시인으로 신랄한 풍자와 허무주의적인 작품을 많이 남겼다고 합니다. 헤스는 마르크스와 같이 《라인 신문 Die Rheinische Zeitung 》을 만든 바 있는 인물입니다.) 하이네는 “종교를 갖게 된 걸 환영한다. 종교는 고통 받는 인류의 쓰디쓴 잔에 영적 아편 의 달콤하고 최면적인 음료와 사랑과 희망 그리고 신앙의 음료를 붓는다”(1840)고 말했으며, 헤스는 “ 종교는 … 아편이 고통스러운 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처럼 같은 방식으로 … 농노 신분의 불행한 의식을 견디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1843)고 말한 바 있습니다.*  (*Löwy Micheal, The war of gods: religion ...

델포이 신전, 종교문화의 지층을 보여주는 사례┃델포이 신전의 E 심볼의 비밀(3)

※이 글은 얼룩소 글(23.6.15)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https://www.john-uebersax.com/delphi/delphi1.htm 지금까지 '델포이 신전의 E 심볼'과 관련된 흥미로운 학계의 논의를 두 차례에 걸쳐 살펴봤습니다. 델포이에서 아폴로는 테미스를 쫓아냈을까?┃델포이 신전의 E 심볼의 비밀(1) - 베이츠의 가설 '델포이 신전의 작은 옴파로스'는 옴파로스가 아니다?┃델포이 신전의 E 심볼의 비밀(2) - 부스케의 가설 '너 자신을 알라'라는 유명한 격언의 출처를 탐색하다가(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라... ) 델포이 신전과 관련된 각종 흥미로운 이야기들(E 심볼, 옴파로스, 대지의 여신 등)을 보게 된 김에 관련 내용을 정리해 오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부스케'의 가설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준 '드 보어(Zeilinga de Boer, 1934-2016, 미국 지질학자)'의 논의를 중심으로 해서 'E 심볼의 비밀'은 어떻게 되고, 델포이의 본래 신앙이 대지의 여신에 기초했던 것인지에 대해서 다룹니다. 델피의 작은 '옴파로스'에 관한 수수께끼 옴파로스에 대한 드 보어의 논문과 드 보어(인물 이미지 출처: https://patch.com/connecticut/middletown-ct/obituary-jelle-zeilinga-de-boer-longtime-teacher-wesleyan-university) 부스케의 시나리오를 다시 말씀 드리면요. 기독교 역사 초기에 프로스퀴니타리(작은 성소)의 돔으로 사용 된 구조물이 나중에 카스트리 지역(델포이의 옛 이름)의 벽이나 건물 수리에 사용되어...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의 진정한 의미는? 종속변수로서의 종교

※이 글은 얼룩소 글(23.6.12)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누구나 이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종교의 폐해를 이야기할 때 종종 인용되는 말입니다.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가 《헤겔 법철학 비판》 Zur Kritik der Hegelschen Rechtsphilosophie 의 〈서문〉에서 한 말입니다(“Die Religion ... ist das Opium des Volkes”). 이 표현의 메시지는 통상 이렇게 이해됩니다.  종교는 대중을 환상으로 중독시키기만 할 뿐 어떠한 실질적인 구원도 이루지 못한다.  아편의 비유는 지배집단과 피지배(노동)집단의 구분 하에서 전자가 후자를 효과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허위의식을 갖게 하는 장치로서의 종교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마르크스가 이 말을 한 부분을 앞뒤로 살펴보면, 지금 '아편'이나 '마약'을 떠올리면서 부정적으로만 보는 해석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마르크스가 종교를 아편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인간에게 불필요한 것으로 단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당 〈서문〉에서 "인민의 아편"이란 표현이 등장한 문장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종교상의 불행은 한편으로는 현실의 불행의 표현이자 현실의 불행에 대한 항의이다. 종교는 곤궁한 피조물의 한숨이며 무정한 세계의 감정이고 또 정신을 상실해버린 현실의 정신이다.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 - 칼 마르크스, 〈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 《헤겔 법철학 비판》, 홍영두 옮김, 서울: 아침, 1988, 187-188쪽. https://awestruckwanderer.wordpress.com/2014/11/27/marx-on-religion-the-opium-of-the-people-from-contribution-to-the-cri...

21세기임에도 종교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이 글은 얼룩소 글(23.6.5)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종교나 미신은 비합리적인 사고의 산물로 여겨졌습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발달하면서 학자들이 이성의 승리와 맹신의 퇴조를 예상한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막스 베버라는 사회학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출처: azquotes.com 우리 시대의 운명은 합리화와 지성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의 탈마법화’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명확하게 궁극적이고 숭고한 가치는 공공 생활에서 신비로운 삶의 초월적 영역이나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인간관계의 형제애로 후퇴했다.  - 베버, 『직업으로서의 학문(Science as a Vocation)』 비합리적인 맹신의 세계(종교)는 그렇게 힘을 잃어버렸을까요? 20세기에서 21세기를 통해서 그러한 예상은 국지적, 한시적으로는 참이었지만, 인류 전체로 볼 때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를 보였습니다. 오히려 종교사회학자들은 '세계의 재마법화' 혹은 '재성화'를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종교는 여전히 공적 영역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고, 세계적으로 볼 때 종교 인구는 그렇게 감소하지도 않았습니다. 출처: https://www.pewresearch.org/short-reads/2017/04/05/christians-remain-worlds-largest-religious-group-but-they-are-declining-in-europe/ 2015년 Pew Research Center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약 84%가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2050년까지 종교 인구의 변화를 추정한 바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출처: https://www.p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