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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기원’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 참여 후기(인간의기원연구소)

※이 글은 얼룩소 글(23.7.17)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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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기원’이라는 주제로 열린 KAIST 인간의기원연구소 1회 학술대회(2023년 7월 10일 월요일)에 참여했습니다. 대전에서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학술대회라서 전날에 내려갔습니다. 숙박은 서강대 K종교학술확산연구소(Academic Center for K-Religion)에서 지원해 주었습니다.

학술대회 당일은 발표장을 가려다가 충남대 앞 오거리 우회전에서 헤매고, 양문순 빌딩(E16-1)이 아닌 정문술 빌딩(E16)에 들어가는 헤프닝이 있어서 예상한 시간보다는 늦었지만, 학술대회 시작 시간 전(9:20)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약한 비가 뿌리던 날씨는 어느새 개여 있었습니다.

발표장이 있던 양문순 빌딜 앞(사진 인간의기원연구소 제공, 이하동)

사전신청자가 200명 가까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아마 정재승 선생님의 ‘티켓 파워’였겠죠), 10시 전까지 자리가 많이 차지는 않았습니다. 10시 10분까지 늦게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개회가 연기되었습니다.

축사나 이런 것 없이 정재승 선생님의 인간의기원연구소 설립 및 1회 학술대회에 대한 소개를 하시고 바로 1발표자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졌습니다. 1발표는 약 10시 20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발표는 “종교적 사고와 행동의 진화인지적 토대”라는 제목의 발표였고, 발표자는 구형찬 박사였습니다.

구형찬 박사의 1발표

  • 인간은 영혼, 사후세계, 기적, 주술 등을 믿고 있다.
  • 여러 문화권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종교적 사고와 행동은 생물학적(진화적, 인지적) 요인을 따져 봐야.
  • 인간의 종교적 사고와 행동, 적응적인가, 부산물인가? 발표자는 부산물을 지지.
  • 리처드 소시스(Richard Sosis) 같은 학자는 종교를 적응 복합체로 보고, 종교가 도덕 위반자와 무임승차자를 통제해 협력을 촉진하는 기능을 가진다고 본다.
  • 파스칼 보이어(Pascal Boyer) 같은 학자는 인간의 종교적 사고와 행동을 적응의 부산물(by-product)로 본다. Ex. 행위자 탐지(포식자/피식자)는 적응된 인지 모듈인데, ‘없는 존재를 행위자로 추정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럴 경우에 초자연적 존재(귀신, 유령, 신 등)를 표상할 수 있게 된다.
  • 부산물 이론이 인지종교학의 이론적 표준모델이다.
  • 종교적 사고와 행동을 야기하는 인지 모듈의 예로 Intuitive Ontology, Agent Detection, Theory of Mind, Intuitive Causal Inference, Behavioral Immune System, Kin Recognition, Meta representation 등이 있다.
  • 종교적 사고의 대표적인 예로서 초자연적 행위자 관념을 다루면서, 해당 관념과 관련된 다양한 인지 모듈과 특정 초자연적 행위자 관념의 문화적 지속을 설명하는 ‘최소 반직관성(minimally counter-intuitiveness, MCI) 가설’이 있다.
'최소 반직관성' 실험. 보이어와 램블의 2001년 실험 결과. '영역 불일치(Domain-incongruity)'가 회상이 잘 되는 것을 보여준다. 출처: 1발표 ppt.

 

2발표는 제가 “과학적 종교연구의 대상은 무엇인가: 원시종교론과 비교종교학 재고”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2발표
  • 과학적 종교연구의 일반적인 두 가지 태도: 과학적 호교론(‘과학적으로 우리 종교는 옳다’)과 과학적 무신론(‘과학적으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 과학적 종교연구로서 science of religion은 19세기부터 시도되었고, 그 시기의 지배적 논의는 원시종교론이었다. 인격신이 존재하는가? 그 신이 여럿인가 하나인가? 도덕에 관심이 있는가 없는가? 이런 기준으로 원시종교에서 유일신교까지 위계적으로 배열하였다.
  • 기독교에 익숙한 서구인의 편견이 오롯이 반영된 논의로서 이제는 ‘과학적 연구’로 평가받지 않는다. 이후로 ‘종교의 기원’은 종교학 분야에서 해명될 수 없는 문제로 인식되었다.
  • 종교/종교적 인간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위한 선결과제는 측정을 가능하게 하는 ‘조작적 정의’이다.
  • 그 정의를 종교인들의 믿음 내용(신이 존재한다/영혼이 존재한다/사후세계가 존재한다 등)에 근거해서 설정하게 되면 결국 ‘문화적 편견’으로 돌아가거나(원시종교론의 실패를 반복), 뻔히 증명될 수 없는 물음을 붙들고 씨름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페가수스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하지는 않는다).
  • ‘종교’에 대해서 우리는 전통적으로 전승되어 온 상식에 입각해서 생각한다. 즉, 문화적 관념이라는 것이다. 신, 경전, 공동체, 사후세계관, 도덕 규범 등을 갖춘 믿음 체계(belief system)로 간주하며, 사람들을 선하게 만들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가르침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로남불’이 작용해서 ‘내가 믿는 종교는 옳지만, 다른 사람이 믿는 종교는 거짓이다’라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
  • 그래서 종교학자들은 종교인들의 믿음 내용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종교 정의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재는 ‘가족유사성’으로 종교를 규정한다(다른 종교가 갖는 여러 요소들 중 일부를 공유하면 종교로 본다).
  • 진화인지적 관점을 고려하면, 제도 종교와 인지체계로부터 자연스러운 종교적 사고와 행동을 구분할 수 있다. ‘종교의 기원’은 그래서 ‘(제도) 종교의 기원’과 ‘종교적 행동/관념의 기원’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에서도 ‘종교’를 참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문화적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 만우절 ‘장난’ 사례가 말해주는 것(만우절 장난과 빙의의 관계)은 ‘문화적 편견’에 입각해서 인간의 진화된 본성과의 관련성을 무시해서 본다면 해명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경계성 종교 행동으로 보면 ‘초자연적 예방 행동’으로서 장난의 기원을 살펴볼 수 있다(핼러윈의 trick or treat, 크리스마스의 캐롤이나 우리의 ‘고수레’ 문화나 비슷한 종교적 관념/행동의 산물).
만우절 장난의 기원은 전통적인 종교 이해의 관점으로는 해명될 수 없다. 출처: 2발표 ppt
  • 종교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그 개념의 편향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경주 될 수 있다면, 역사-문화적 설명의 한계를 넘어서 종교의 기원에 대한 답을 제공해 줄 것이다.
  • 종교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과학적 호교론, 과학적 무신론의 한계를 넘어서 과학적 활용(응용종교학)의 길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예정된 시간보다 많이 늦어져서 11시 45분쯤 오전 프로그램이 마무리되고 점심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비가 그친 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자못 힘겨운 점심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후 첫 시간은 진화인지적 종교 연구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조셉 불불리아(Joseph Bulbulia)의 특강이었습니다. 강연은 줌(zoom)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불불리아 줌 강연 모습
  • 강연 제목은 “The Causal Impact of Religion on Social Behaviour(종교가 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인과적 영향)”이었습니다.
  • 불불리아는 종교에 대한 진화적 가설과 그 동안 제시된 증거를 검토하고, 남은 문제를 확인하고, 뉴질랜드 사회 자료로 종교의 사회적 영향을 인과적으로 설명하는 자신이 참여한 연구를 소개하였다.
  • 종교에 대한 정의를 ‘초자연적 존재(영혼, 신들, 타부, 유일신)에 관한 믿음과 실천’으로 제시
  • 종교에 대한 진화적 수수께끼: 오래되었고(종교는 인류만큼 오래되었다), 큰 비용이 들며(고행, 순결 등), 어디에나 있다.
  • 아마도 협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했을 것이다(가설).
  • 그 증거로 고비용 의례 행동(고통을 수반하는 의례)이 의식의 동기화, 자선 활동 증가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
고비용 의례의 효과를 다룬 논의 소개. 출처: 특별강연 ppt
  • 또 도덕적 종교적 신념이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고 생태적 압력에 더 취약한 사회에서 더 널리 퍼져 있다는 연구, 교화하는 신 관념이 복잡한 사회에 선행했다는 연구, 인간희생과 사회 계층화의 상관성을 다루는 연구, 오스트로네시아 사회에서 종교적, 정치적 권위의 공진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
  • 종교적 신념이 협력을 가져온다는 가설(도덕적 신념이 복잡한 사회에 앞서고, 생태학적 요구는 도덕적 종교의 분포를 예측하고, 종교 엘리트는 정치 엘리트와 협력하여 합법적인 권력을 획득)
  • 종교적 의례가 사회적 복잡성을 가져온다는 가설(고각성 의례-고행, 고통 수반 의례는 심장 리듬의 동기화및 협력을 촉진하고, 인간 희생은 권력을 정당화함으로써 사회적 복잡성을 뒷받침)
  • 앞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 ‘의례 연구의 샘플이 제한되어 있다’, ‘기존 연구 상관성 보여주지만, 인과성 증명하지 않아’,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쓸모가 없는가’
  •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신이 참여한, 2009년 시작된 20년 장기 추적 조사 프로그램인 ‘뉴질랜드인의 태도 및 가치관 조사’에서 종교, 영성, 기도, 교회 출석, 의미 부여, 신과 영혼에 대한 믿음, 도덕적 행동/태도를 조사한 결과를 소개.
  • 종단 연구를 통해서 기준점 이후 변화를 추적하고 종교 활동의 인과적 효과를 추론할 수 있다.
  • 종교적 소속, 신에 대한 믿음, 영혼에 대한 믿음, 교회 출석(모두) & 정기적 출석의 경우에 협력 지표 혹은 편견 지표 상의 변화를 추적하여 주제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감사의 마음을 높이고, 편견을 낮추며, 공동체 활동 증가를 확인하였다.


특별 강연을 마치고 3부 첫 번째로 서울대 인류학과의 박한선 선생님께서 “종교성의 개체 간 차이: 진화생태학적 논의”라는 제목의 발표를 하셨습니다.

3-1발표 박한선 선생님
  • 이시도루스 히스팔렌시스(Isidorus Hispalensis, 560–636)의 책 《어원(Etymologiae)》에 나온 종교적 표현을 근거로 ‘종교성’과 ‘영성’을 정의. 종교성: 종교 도그마를 따르며, 종교적 의례를 수행하는 것/ 이를 통해 자신과 신을 연결(ligare)하고, 신과의 계약을 준수(faith)하고, 앞으로 나아가며(spes), 이웃을 사랑(caritas)하는 것/ 믿음과 실천. 영성: 몸과 대비되는 정신적 특성/ 자신과 세상에 관한 인식과 기억, 기억의 회상, 감각과 지각, 판단과 결정 등 마음(mens)의 여러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으로서의 영(spritus)/ 경험과 인식, 회상.
  • 다른 동물은 종교성이나 영성을 가질까? 서기 1세기 경에 활동한 대 플리니우스는 코끼리의 종교적 행동에 대해서 기록한 바 있다. 《박물지》 8권. 동물의 종교적 행동, 동물 행동에 대한 의인화된 해석일 가능성. 인간에 대해서 집중하는 것으로 충분함.
  • 인류학자 앨먼 서비스, 인류 사회 진화이 네 단계(소수 부족band, 부족 연합segmentary society, 군장chiefdom, 국가state)를 나눔. 종교 조직도 그 단계에 따라 나눔(샤먼 / 종교적 장로, 세시 의례 / 종교적 의무를 가진 세습 최고위직 / 사제 계급, 범신 혹은 유일신론적 종교).
3부 1발표 ppt
  • 정치적 발전 과정에서 권력 정당화를 위해 종교 필요(재러드 다이아몬드가 말한 ‘도둑정치(kleptocracy)’와 종교 인용). 대규모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기제로서의 종교.
  • 종교적 행동/신념이 친사회성 촉진했다는 논의 소개 및 검토
  • 종교는 유전적 적합도를 높이는가? 무종교인에 비해서 종교인이 출산율이 높다. 종교는 친사회적 행동 조장? 실험 연구, 민족지 사례가 이를 지지한다. 종교 규범이 집단 영속에 이득을 주나? 종교 공동체와 세속 공동체의 지속시간을 비교하면 전자가 월등히 길다.
  • 문제: 종교가 집단 선택으로 진화했다면 무종교인(전세계 인구의 15% 내외)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 박한선, 구형찬 등이 최근에 하고 있는 연구 결과는 종교적 친사회성 가설이 동아시아(특히 한국)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 종교성의 개체/연령별 차이: 여성이 더 종교적이다(본성-낮은 남성 호르몬, 여성적 심리 + 사회적 학습-출산, 성편견 등). 종교성은 연령 증가에 따라 증가. 종교에 의존하는 성격적 특징이 존재하는 걸로 보인다. 영성이 높은 사람이 보통 사람보다 신경증(Neuroticism)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 대립모델(Diametric Model)-조현병 스펙트럼과 자폐 스펙트럼을 대립적 특성으로 놓고, 출생 환경에서의 적응 전략과 관련된다고 보는 설명 모델-로 영성의 쇠락과 종교성의 득세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농경 정착 → 식량 초과 생산 → 조현병 스펙트럼 성향 상승: 종교성 상승, 영성 쇠퇴 경향)
  • 신호 이론과 신뢰 증진 표시 이론(CREDs)의 측면에서 종교적 교리와 실천이 친사회적인지 검토해 보면, CREDs 이론에서는 표시 효과가 배가되는 상황에서 부적응적(친사회적이지 않은) 종교 행동이 진화될 수 있다.
박한선 선생님의 발표는 한 가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종교의 기원과 종교성의 개체성 차이, 종교의 친사회성’ 문제와 관련해서 진화적 관점에서 고민해 볼 문제들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발표였습니다.

보통 하루 종일 이어지는 학술대회는 오후 3시가 넘어가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마련인데, 이날은 분위기가 잘 유지되었던 것 같습니다. 빈자리가 그렇게 늘지 않은 상태에서 3부 발표들이 진행되었습니다.

 
3-2 '신경신학'에 관해서 발표해 주시는 이길용 선생님과 이를 지켜보는 청중들

3부 두 번째 발표는 이길용 교수의 “신경신학과 종교의 기원”이란 제목의 발표였습니다. 이길용 선생님의 발표는 신경신학을 표방한 연구자 세 명의 주요 학설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 제임스 애쉬브룩(James B. Ashbrook, 1925~1999)은 ‘신경신학’이라는 개념을 학계에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1984)
  • 신경생물학의 성과를 신학적 해석 작업에 적용한 결과물, 《인간의 마음과 신의 마음(The Human Mind and the Mind of God)》(1984)
  • 마음이야 말로 뇌와 신앙의 패턴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 애쉬부륵은 뇌가 좌우반구로 나뉘어져 있으나, 하나’(as One)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이것이 믿음의 패턴과 같다고 보았음(하나의 뇌이지만 다른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런데도 한 가지 목적을 위해 기능하고 있듯이, 한 분 신이지만 때론 창조주로 때론 구원자로 경험되고 해석되고 있음에 주목).
  • 그는 기존 신학적 명제를 뇌과학적 결과물을 가지고 재해석 내지 재명명하는 작업에 집중, 전적으로 신학의 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음. 그의 연구를 본격적인 ‘신경신학’ 연구로 보기는 어려움.
  • 앤드류 뉴버그((Andrew Newberg, 1966~ )는 신경생물학자이며 방사선학자로 직접 종교수행자들을 대상으로 뇌 영상 촬영기법을 동원한 연구를 통해 뇌과학적 종교체험 이해의 전기를 마련한 당사자. 대표 저서로 《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Why God won't go away?: Brain Science and the Biology of Belief)》 (2001), 《믿는다는 것의 과학(Born to Believe: God, Science, and the Origin of Ordinary and Extraordinary Beliefs)》(2012)[2006]이 있다.
  • 불교 명상가와 수녀들 모두 전두엽 부분, 그 중 특히 전전두피질에서 활발한 혈류 증가를 확인. 그리고 두정엽의 활동이 감소되는 것을 발견했음. 다만 언어 중추 부위에서 불교명상가와 수녀들 사이에 차이가 발생. 수녀들은 활성화가 증가된 반면, 불교 명사가들은 그 반대로 나타남 ⇒ 종교 전통의 수행법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임.
  • 뉴버그는 인간의 두뇌와 종교적 행위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 확인시켜 줌. 
  • 뉴버그의 신경신학은 특정 종교전통에 대한 변론적 입장은 가지고 있지 않음. 뉴버그의 신학은 그리스도교 신학이 아님. 그의 신경신학은 뇌과학을 통해 인간의 믿음 체계와 그것의 기원 등에 대한 학문적 설명을 목표로 한다.
  • 그레고리 R. 피터슨(Gregory R. Peterson)은 남다코타 주립대학 (South Dakota State University)의 종교철학 교수. 인지과학과 종교철학의 대화를 시도하는 선구적 학자. 대표저서 Minding God: Theology and Cognitive Science(2003).
  • 그의 작업은 ‘인지과학의 신학화’, 혹은 ‘신학적 수용’이라 할 수 있고, 따라서 인지신학(cognitive theology)으로 부를 수 있음.
  • 인지과학은 신학의 주제 인간의 본성, 성격, 죄의식 등을 다루는데 주요한 영감을 줄 수 있음: 신을 인격적이라 보는데, 그럼 인격이 무엇인지 규명하게 된다면 신의 속성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됨.
  • 피터슨의 작업은 이전 불트만처럼 21 세기 인지과학과 뇌과학의 영향 아래 있는 현대인에게 전통적 신학 주제를 이해 가능하게 설명해주는 역할.
이길용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아민 기어츠의 말을 인용하였습니다. ‘어떻게 뉴런으로 꾸란에 이를 수 있는가?’라고 말입니다. 신경과학적 종교 연구가 역사와 사상까지 설명해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발표는 포스텍의 김준홍 교수님의 “종교는 복잡한 사회 형성에 기여했는가?”라는 제목의 발표였습니다.

3-3발표 김준홍 선생님
  • 종교의 기원을 ‘죽음 혹은 사후세계 관념’에서 생각해 본다면, 매장과 관련된 고고학적 발굴에 주목해 볼 수 있다.
  • 최근 16만년 전 호모 날레디의 매장지가 발견된 것이 아닌가 하는 고인류학계의 논란이 있다.
  • 호모 사피엔스의 매장은 7만 8천년 전(케냐의 Panga ya Saidi 동굴에서 발견된 어린이 유골).
  • 부장품으로 사후세계를 생각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4만년 전 이후(ex. Sungir burials, 34,000년전 사례).
  • 1만년 전: 동식물 길들이기의 시작 → 정착생활, 잉여 식품, 인구의 증가, 분업의 심화. 5천년 전: 국가 사회의 등장. 복합 사회의 등장은 점진적인 과정이 아니라 단속평형적인 과정(어느 날 갑자기 출현). 농업 이외에 복합 사회의 형성에 기여한 주요 요소는 무엇인가?
  • Big Gods 가설(Norenzayan et al. 2016), 초자연적 존재에 의한 처벌을 강조. 종교와 복잡한 사회는 공진화했다. 메이저 종교를 믿는 사회에서 높은 협동성이 관찰됨(행동경제학 실험: 1회성 상호작용에서 협동할 가능성↑). 비교문화적 연구에 의하면, 크고 복합적인 사회일수록, 실존적 불안정이 큰 사회일수록(예, 전쟁) 종교를 믿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가 커질수록 친족과 호혜성에만 의존할 수 없음.
  • 종교의 기능 중 하나: 사회통합. 성공적인 종교 = 적응적인 집단. 종교 집단은 동일한 가치와 믿음을 공유. 성공적인 종교에는 대개 매우 도덕적인 규율(moralizing god)이 있다. 이러한 종교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부터 위협을 이용하여 규율을 강제한다. 보이지 않는 힘은 무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검증하기도 어려움.
  • Big Gods 가설에 대한 비판. Turchin et al. 2022; Whitehouse et al. 2022(seshat[Global History Databank]을 구축하여 분석).
  • 세계 전역의 373개 사회를 대상으로 100개 이상의 변수에 대해서 기원전 9600년부터 서기 1900년 사이의 정보. 종속 변수: 사회 규모(인구, 영역, 위계적 복잡함, 정부의 전문화 정도 등을 51개 변수의 통합). 독립 변수: 농업 생산량, 농업을 시작한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기반 시설 구축 정도, 경제적 발전, 내부의 갈등(계층화), 외부의 갈등(전쟁), 종교 등.
  • 최초의 처벌을 강조하는 메이저 종교는 기원전 1000년이 되어서 등장했지만(그후 불교, 조로아스터교에 이어서 기독교와 이슬람이 등장), 복잡한 사회는 그 보다 이전에 출현함.
  • 처벌은 농업과 전쟁으로 인한 사회 변화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 오히려 이 둘을 설명하는 변수는 전쟁의 강렬함(특히, 철제 무기와 기병대)과 농업의 생산량이었음.
  • 현재로서는 제도 종교는 복잡한 사회가 출현한 이후에 나타났다고 판단된다.

이상의 발표가 마무리되고 곧 종합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예정된 시간은 18:00까지였습니다만, 3,40분 넘겨서 진행되었습니다.
 
종합토론(사진 K종교학술확산연구소 제공)

이때까지도 많은 분들이 남아있었습니다. 정재승 선생님의 질문과 청중의 질문에 발표자들이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종교 생활 차원에서의 궁금증에서 학술적 난제에 대한 질문까지 다양하게 다뤄졌습니다.

흥미롭고 재밌는 학술대회였습니다. 인지종교학, 진화인류학, 진화심리학, 신학, 뇌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만나서 종교, 인간의 종교적 특성, 그리고 그 기원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또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KAIST 인간의기원연구소 1회 학술대회 ‘종교의 기원’ 참여 후기를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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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얼룩소'에 2023년 1월 21일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 ∞∞∞ ─── 미신이란 말을 많이 씁니다. 그게 무엇이냐 물어 본다면 우리는 어떤 행위들이나 관념을 이야기합니다. 뇌과학자 정재승 선생님도 미신 이야기를 하면서 '빨간색으로 이름 쓰는 행위가 불길하다는 미신'을 이야기했습니다. 차이나는 클라스, 정재승 편 미신이 어떤 것인가를 말할 때, 이렇게 미신에 속한 것들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시험 볼 때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 '시험 볼 때 포크를 선물한다' '손 없는 날 이사해야 한다' '밤에 손톱을 깎으면 안 된다' '귀신을 쫓기 위해서 팥죽을 먹는다' 그럼 '미신'은 어떤 것이냐 설명해 보라면, 아마 이런 말들을 늘어 놓게 될 겁니다. https://engoo.co.kr/blog/먼나라이웃나라-세계-각국의-다양한-미신들/ 표준국어대사전에 바로 그와 같이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미신' 항목 그런데 이런 개념은 일상에서는 그런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쓸 수 없는 설명입니다.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게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입니다. 도덕적, 경제적 판단과 믿음에도 그런 사례를 많이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관상은 과학이다', 'ABO 혈액형 성격론', '과시적 소비' 등등. 어떤 종교적 맥락에서 '이상한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미신'이란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종교와는 다른 것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위 국어사전의 개념 정의는 종교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신과 종교가 구분되지 않는다면, 어딘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미신'은 과학적 개념은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시하는 많은 개념은 편견의 산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에서 그런 게...

미신에 대한 중립적 개념은 무엇일까?

※ 이 글은 '얼룩소'에 2023년 1월 25일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본래 제목을 약간 수정하였습니다. ─── ∞∞∞ ─── 미신, 사이비, 이단 이 말들은 종교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들입니다. 미신은 종교적 의식(儀式)이지만, 종교적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을 지칭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비과학적인 믿음을 통칭할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사이비(似而非), 말뜻은 ‘비슷하지만 틀린 것’이죠. 영어의 ‘pseudo-’에 대응되는 말입니다. 사이비 종교를 ‘pseudo religion’이라고 하지요. ‘가짜’라는 의미가 두드러집니다. '사이비'란 말은 『맹자(孟子)』, 「진심장구하(盡心章句下)」 편에 수록된 말입니다.  孔子曰: 惡似而非者(공자왈: 오사이비자)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닌 것을 싫어한다." 출처: 다락원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darakwonchild) 이 언급의 자세한 맥락은 다음의 글을 참고하세요( 사이비-나무위키 ). 겉만 그럴 듯하고 속은 빈 경우를 말합니다. 사이비란 말은 참된 종교와 거짓 종교를 말하는 맥락에서 많이 쓰이게 되면서 애초 의미에서 '거짓 가르침'으로 변하였습니다(사이비과학, 사이비종교 등등). 이단(異端), 말뜻은 ‘끝이 다르다’이고, 의미상으로 ‘사이비’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맹자집주』의 주자주(朱子註) 중 '맹자는 양주와 묵적과 같은 이단에게서 유교를 지켰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유교의 맥락에서 '이단'의 대표주자는 '양주와 묵적'입니다. 양주는 '위아설'(나만 위하면 돼), 묵적은 '겸애설'(모두 무차별적으로 사랑하라)로 이야기됩니다. 유가들이 곡해해서 '무부무군(無父無君)의 가르침'으로 평가되는 것이지, 그리 허무맹랑한 가르침은 아니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참고: 양주(전국시대)-나무위키 ...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은 많다?│시간과 종교적 본능

※ 이 글은 '얼룩소'에 2023년 1월 2일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부제를 약간 수정) ─── ∞∞∞ ─── 1년의 시작점은 많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간은 동지, 설, 정월대보름, 입춘 등입니다. 전에 이야기한 16세기 후반 프랑스의 신년 기념일들처럼( 참고 ) 같은 나라 안에서도 여러 신년 기념일이 있는 경우는 특이한 현상이 아닙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원래 지역적인 단일성은 있었을 겁니다. 특정 지역에서는 1월 1일이다, 이 동네는 음력 설이다, 이 동네는 입춘이다, 이렇게 말입니다. 이게 어떤 계기에 통합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지역적으로 통일성을 가진 집단들이 묶여서 더 큰 집단으로 통합되면서 시간, 의례 등을 통합하는 과정이 뒤따르게 됩니다. 종교단체 수준에서도 진행이 되지만 국가 수준에서도 진행이 됩니다. 이 과정은 국가의 흥망성쇠, 종교단체의 흥망성쇠 등 집단 구속력의 변화에 따라서 부침을 겪으며 반복·중첩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프랑스에서는 16세기에 신년 기념일을 단일화하려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러한 노력이 19세기말 20세기에 시도되었습니다. 공식적인 수준에서 한 해의 시작일은 그렇게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지만, 의례적으로 기념하는 첫 날은 쉽게 변화하지 않습니다. 이를 문화적 관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선조들이 해왔던 대로 해야 한다는 의식으로 나타남). 여러 신년 기념일은 그런 통합의 힘에도 어떤 현실적 필요에 의해서 과거의 전승이 살아남아 그 흔적을 남긴 덕분입니다. 다만 해당 기념일을 현재에 활용하는 의미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적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면 사라질 운명을 일 겁니다. 그럴 경우 '고유한 문화를 지키자'는 운동이 표출될 수도 있습니다. 집단 정체성과 관련된 전통으로 선택되지 못하면 잊혀지는 것이고요. 동지 우리에게는 팥죽 먹는 날 정도의 의미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이 날도 과거에는 새해가 시작되는 날로 기념되었습니다. 그런 동지 축제가 신년 축제인 사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