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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기원’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 참여 후기(인간의기원연구소)

※이 글은 얼룩소 글(23.7.17)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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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기원’이라는 주제로 열린 KAIST 인간의기원연구소 1회 학술대회(2023년 7월 10일 월요일)에 참여했습니다. 대전에서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학술대회라서 전날에 내려갔습니다. 숙박은 서강대 K종교학술확산연구소(Academic Center for K-Religion)에서 지원해 주었습니다.

학술대회 당일은 발표장을 가려다가 충남대 앞 오거리 우회전에서 헤매고, 양문순 빌딩(E16-1)이 아닌 정문술 빌딩(E16)에 들어가는 헤프닝이 있어서 예상한 시간보다는 늦었지만, 학술대회 시작 시간 전(9:20)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약한 비가 뿌리던 날씨는 어느새 개여 있었습니다.

발표장이 있던 양문순 빌딜 앞(사진 인간의기원연구소 제공, 이하동)

사전신청자가 200명 가까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아마 정재승 선생님의 ‘티켓 파워’였겠죠), 10시 전까지 자리가 많이 차지는 않았습니다. 10시 10분까지 늦게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개회가 연기되었습니다.

축사나 이런 것 없이 정재승 선생님의 인간의기원연구소 설립 및 1회 학술대회에 대한 소개를 하시고 바로 1발표자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졌습니다. 1발표는 약 10시 20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발표는 “종교적 사고와 행동의 진화인지적 토대”라는 제목의 발표였고, 발표자는 구형찬 박사였습니다.

구형찬 박사의 1발표

  • 인간은 영혼, 사후세계, 기적, 주술 등을 믿고 있다.
  • 여러 문화권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종교적 사고와 행동은 생물학적(진화적, 인지적) 요인을 따져 봐야.
  • 인간의 종교적 사고와 행동, 적응적인가, 부산물인가? 발표자는 부산물을 지지.
  • 리처드 소시스(Richard Sosis) 같은 학자는 종교를 적응 복합체로 보고, 종교가 도덕 위반자와 무임승차자를 통제해 협력을 촉진하는 기능을 가진다고 본다.
  • 파스칼 보이어(Pascal Boyer) 같은 학자는 인간의 종교적 사고와 행동을 적응의 부산물(by-product)로 본다. Ex. 행위자 탐지(포식자/피식자)는 적응된 인지 모듈인데, ‘없는 존재를 행위자로 추정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럴 경우에 초자연적 존재(귀신, 유령, 신 등)를 표상할 수 있게 된다.
  • 부산물 이론이 인지종교학의 이론적 표준모델이다.
  • 종교적 사고와 행동을 야기하는 인지 모듈의 예로 Intuitive Ontology, Agent Detection, Theory of Mind, Intuitive Causal Inference, Behavioral Immune System, Kin Recognition, Meta representation 등이 있다.
  • 종교적 사고의 대표적인 예로서 초자연적 행위자 관념을 다루면서, 해당 관념과 관련된 다양한 인지 모듈과 특정 초자연적 행위자 관념의 문화적 지속을 설명하는 ‘최소 반직관성(minimally counter-intuitiveness, MCI) 가설’이 있다.
'최소 반직관성' 실험. 보이어와 램블의 2001년 실험 결과. '영역 불일치(Domain-incongruity)'가 회상이 잘 되는 것을 보여준다. 출처: 1발표 ppt.

 

2발표는 제가 “과학적 종교연구의 대상은 무엇인가: 원시종교론과 비교종교학 재고”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2발표
  • 과학적 종교연구의 일반적인 두 가지 태도: 과학적 호교론(‘과학적으로 우리 종교는 옳다’)과 과학적 무신론(‘과학적으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 과학적 종교연구로서 science of religion은 19세기부터 시도되었고, 그 시기의 지배적 논의는 원시종교론이었다. 인격신이 존재하는가? 그 신이 여럿인가 하나인가? 도덕에 관심이 있는가 없는가? 이런 기준으로 원시종교에서 유일신교까지 위계적으로 배열하였다.
  • 기독교에 익숙한 서구인의 편견이 오롯이 반영된 논의로서 이제는 ‘과학적 연구’로 평가받지 않는다. 이후로 ‘종교의 기원’은 종교학 분야에서 해명될 수 없는 문제로 인식되었다.
  • 종교/종교적 인간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위한 선결과제는 측정을 가능하게 하는 ‘조작적 정의’이다.
  • 그 정의를 종교인들의 믿음 내용(신이 존재한다/영혼이 존재한다/사후세계가 존재한다 등)에 근거해서 설정하게 되면 결국 ‘문화적 편견’으로 돌아가거나(원시종교론의 실패를 반복), 뻔히 증명될 수 없는 물음을 붙들고 씨름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페가수스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하지는 않는다).
  • ‘종교’에 대해서 우리는 전통적으로 전승되어 온 상식에 입각해서 생각한다. 즉, 문화적 관념이라는 것이다. 신, 경전, 공동체, 사후세계관, 도덕 규범 등을 갖춘 믿음 체계(belief system)로 간주하며, 사람들을 선하게 만들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가르침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로남불’이 작용해서 ‘내가 믿는 종교는 옳지만, 다른 사람이 믿는 종교는 거짓이다’라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
  • 그래서 종교학자들은 종교인들의 믿음 내용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종교 정의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재는 ‘가족유사성’으로 종교를 규정한다(다른 종교가 갖는 여러 요소들 중 일부를 공유하면 종교로 본다).
  • 진화인지적 관점을 고려하면, 제도 종교와 인지체계로부터 자연스러운 종교적 사고와 행동을 구분할 수 있다. ‘종교의 기원’은 그래서 ‘(제도) 종교의 기원’과 ‘종교적 행동/관념의 기원’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에서도 ‘종교’를 참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문화적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 만우절 ‘장난’ 사례가 말해주는 것(만우절 장난과 빙의의 관계)은 ‘문화적 편견’에 입각해서 인간의 진화된 본성과의 관련성을 무시해서 본다면 해명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경계성 종교 행동으로 보면 ‘초자연적 예방 행동’으로서 장난의 기원을 살펴볼 수 있다(핼러윈의 trick or treat, 크리스마스의 캐롤이나 우리의 ‘고수레’ 문화나 비슷한 종교적 관념/행동의 산물).
만우절 장난의 기원은 전통적인 종교 이해의 관점으로는 해명될 수 없다. 출처: 2발표 ppt
  • 종교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그 개념의 편향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경주 될 수 있다면, 역사-문화적 설명의 한계를 넘어서 종교의 기원에 대한 답을 제공해 줄 것이다.
  • 종교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과학적 호교론, 과학적 무신론의 한계를 넘어서 과학적 활용(응용종교학)의 길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예정된 시간보다 많이 늦어져서 11시 45분쯤 오전 프로그램이 마무리되고 점심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비가 그친 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자못 힘겨운 점심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후 첫 시간은 진화인지적 종교 연구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조셉 불불리아(Joseph Bulbulia)의 특강이었습니다. 강연은 줌(zoom)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불불리아 줌 강연 모습
  • 강연 제목은 “The Causal Impact of Religion on Social Behaviour(종교가 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인과적 영향)”이었습니다.
  • 불불리아는 종교에 대한 진화적 가설과 그 동안 제시된 증거를 검토하고, 남은 문제를 확인하고, 뉴질랜드 사회 자료로 종교의 사회적 영향을 인과적으로 설명하는 자신이 참여한 연구를 소개하였다.
  • 종교에 대한 정의를 ‘초자연적 존재(영혼, 신들, 타부, 유일신)에 관한 믿음과 실천’으로 제시
  • 종교에 대한 진화적 수수께끼: 오래되었고(종교는 인류만큼 오래되었다), 큰 비용이 들며(고행, 순결 등), 어디에나 있다.
  • 아마도 협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했을 것이다(가설).
  • 그 증거로 고비용 의례 행동(고통을 수반하는 의례)이 의식의 동기화, 자선 활동 증가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
고비용 의례의 효과를 다룬 논의 소개. 출처: 특별강연 ppt
  • 또 도덕적 종교적 신념이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고 생태적 압력에 더 취약한 사회에서 더 널리 퍼져 있다는 연구, 교화하는 신 관념이 복잡한 사회에 선행했다는 연구, 인간희생과 사회 계층화의 상관성을 다루는 연구, 오스트로네시아 사회에서 종교적, 정치적 권위의 공진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
  • 종교적 신념이 협력을 가져온다는 가설(도덕적 신념이 복잡한 사회에 앞서고, 생태학적 요구는 도덕적 종교의 분포를 예측하고, 종교 엘리트는 정치 엘리트와 협력하여 합법적인 권력을 획득)
  • 종교적 의례가 사회적 복잡성을 가져온다는 가설(고각성 의례-고행, 고통 수반 의례는 심장 리듬의 동기화및 협력을 촉진하고, 인간 희생은 권력을 정당화함으로써 사회적 복잡성을 뒷받침)
  • 앞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 ‘의례 연구의 샘플이 제한되어 있다’, ‘기존 연구 상관성 보여주지만, 인과성 증명하지 않아’,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쓸모가 없는가’
  •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신이 참여한, 2009년 시작된 20년 장기 추적 조사 프로그램인 ‘뉴질랜드인의 태도 및 가치관 조사’에서 종교, 영성, 기도, 교회 출석, 의미 부여, 신과 영혼에 대한 믿음, 도덕적 행동/태도를 조사한 결과를 소개.
  • 종단 연구를 통해서 기준점 이후 변화를 추적하고 종교 활동의 인과적 효과를 추론할 수 있다.
  • 종교적 소속, 신에 대한 믿음, 영혼에 대한 믿음, 교회 출석(모두) & 정기적 출석의 경우에 협력 지표 혹은 편견 지표 상의 변화를 추적하여 주제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감사의 마음을 높이고, 편견을 낮추며, 공동체 활동 증가를 확인하였다.


특별 강연을 마치고 3부 첫 번째로 서울대 인류학과의 박한선 선생님께서 “종교성의 개체 간 차이: 진화생태학적 논의”라는 제목의 발표를 하셨습니다.

3-1발표 박한선 선생님
  • 이시도루스 히스팔렌시스(Isidorus Hispalensis, 560–636)의 책 《어원(Etymologiae)》에 나온 종교적 표현을 근거로 ‘종교성’과 ‘영성’을 정의. 종교성: 종교 도그마를 따르며, 종교적 의례를 수행하는 것/ 이를 통해 자신과 신을 연결(ligare)하고, 신과의 계약을 준수(faith)하고, 앞으로 나아가며(spes), 이웃을 사랑(caritas)하는 것/ 믿음과 실천. 영성: 몸과 대비되는 정신적 특성/ 자신과 세상에 관한 인식과 기억, 기억의 회상, 감각과 지각, 판단과 결정 등 마음(mens)의 여러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으로서의 영(spritus)/ 경험과 인식, 회상.
  • 다른 동물은 종교성이나 영성을 가질까? 서기 1세기 경에 활동한 대 플리니우스는 코끼리의 종교적 행동에 대해서 기록한 바 있다. 《박물지》 8권. 동물의 종교적 행동, 동물 행동에 대한 의인화된 해석일 가능성. 인간에 대해서 집중하는 것으로 충분함.
  • 인류학자 앨먼 서비스, 인류 사회 진화이 네 단계(소수 부족band, 부족 연합segmentary society, 군장chiefdom, 국가state)를 나눔. 종교 조직도 그 단계에 따라 나눔(샤먼 / 종교적 장로, 세시 의례 / 종교적 의무를 가진 세습 최고위직 / 사제 계급, 범신 혹은 유일신론적 종교).
3부 1발표 ppt
  • 정치적 발전 과정에서 권력 정당화를 위해 종교 필요(재러드 다이아몬드가 말한 ‘도둑정치(kleptocracy)’와 종교 인용). 대규모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기제로서의 종교.
  • 종교적 행동/신념이 친사회성 촉진했다는 논의 소개 및 검토
  • 종교는 유전적 적합도를 높이는가? 무종교인에 비해서 종교인이 출산율이 높다. 종교는 친사회적 행동 조장? 실험 연구, 민족지 사례가 이를 지지한다. 종교 규범이 집단 영속에 이득을 주나? 종교 공동체와 세속 공동체의 지속시간을 비교하면 전자가 월등히 길다.
  • 문제: 종교가 집단 선택으로 진화했다면 무종교인(전세계 인구의 15% 내외)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 박한선, 구형찬 등이 최근에 하고 있는 연구 결과는 종교적 친사회성 가설이 동아시아(특히 한국)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 종교성의 개체/연령별 차이: 여성이 더 종교적이다(본성-낮은 남성 호르몬, 여성적 심리 + 사회적 학습-출산, 성편견 등). 종교성은 연령 증가에 따라 증가. 종교에 의존하는 성격적 특징이 존재하는 걸로 보인다. 영성이 높은 사람이 보통 사람보다 신경증(Neuroticism)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 대립모델(Diametric Model)-조현병 스펙트럼과 자폐 스펙트럼을 대립적 특성으로 놓고, 출생 환경에서의 적응 전략과 관련된다고 보는 설명 모델-로 영성의 쇠락과 종교성의 득세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농경 정착 → 식량 초과 생산 → 조현병 스펙트럼 성향 상승: 종교성 상승, 영성 쇠퇴 경향)
  • 신호 이론과 신뢰 증진 표시 이론(CREDs)의 측면에서 종교적 교리와 실천이 친사회적인지 검토해 보면, CREDs 이론에서는 표시 효과가 배가되는 상황에서 부적응적(친사회적이지 않은) 종교 행동이 진화될 수 있다.
박한선 선생님의 발표는 한 가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종교의 기원과 종교성의 개체성 차이, 종교의 친사회성’ 문제와 관련해서 진화적 관점에서 고민해 볼 문제들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발표였습니다.

보통 하루 종일 이어지는 학술대회는 오후 3시가 넘어가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마련인데, 이날은 분위기가 잘 유지되었던 것 같습니다. 빈자리가 그렇게 늘지 않은 상태에서 3부 발표들이 진행되었습니다.

 
3-2 '신경신학'에 관해서 발표해 주시는 이길용 선생님과 이를 지켜보는 청중들

3부 두 번째 발표는 이길용 교수의 “신경신학과 종교의 기원”이란 제목의 발표였습니다. 이길용 선생님의 발표는 신경신학을 표방한 연구자 세 명의 주요 학설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 제임스 애쉬브룩(James B. Ashbrook, 1925~1999)은 ‘신경신학’이라는 개념을 학계에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1984)
  • 신경생물학의 성과를 신학적 해석 작업에 적용한 결과물, 《인간의 마음과 신의 마음(The Human Mind and the Mind of God)》(1984)
  • 마음이야 말로 뇌와 신앙의 패턴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 애쉬부륵은 뇌가 좌우반구로 나뉘어져 있으나, 하나’(as One)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이것이 믿음의 패턴과 같다고 보았음(하나의 뇌이지만 다른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런데도 한 가지 목적을 위해 기능하고 있듯이, 한 분 신이지만 때론 창조주로 때론 구원자로 경험되고 해석되고 있음에 주목).
  • 그는 기존 신학적 명제를 뇌과학적 결과물을 가지고 재해석 내지 재명명하는 작업에 집중, 전적으로 신학의 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음. 그의 연구를 본격적인 ‘신경신학’ 연구로 보기는 어려움.
  • 앤드류 뉴버그((Andrew Newberg, 1966~ )는 신경생물학자이며 방사선학자로 직접 종교수행자들을 대상으로 뇌 영상 촬영기법을 동원한 연구를 통해 뇌과학적 종교체험 이해의 전기를 마련한 당사자. 대표 저서로 《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Why God won't go away?: Brain Science and the Biology of Belief)》 (2001), 《믿는다는 것의 과학(Born to Believe: God, Science, and the Origin of Ordinary and Extraordinary Beliefs)》(2012)[2006]이 있다.
  • 불교 명상가와 수녀들 모두 전두엽 부분, 그 중 특히 전전두피질에서 활발한 혈류 증가를 확인. 그리고 두정엽의 활동이 감소되는 것을 발견했음. 다만 언어 중추 부위에서 불교명상가와 수녀들 사이에 차이가 발생. 수녀들은 활성화가 증가된 반면, 불교 명사가들은 그 반대로 나타남 ⇒ 종교 전통의 수행법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임.
  • 뉴버그는 인간의 두뇌와 종교적 행위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 확인시켜 줌. 
  • 뉴버그의 신경신학은 특정 종교전통에 대한 변론적 입장은 가지고 있지 않음. 뉴버그의 신학은 그리스도교 신학이 아님. 그의 신경신학은 뇌과학을 통해 인간의 믿음 체계와 그것의 기원 등에 대한 학문적 설명을 목표로 한다.
  • 그레고리 R. 피터슨(Gregory R. Peterson)은 남다코타 주립대학 (South Dakota State University)의 종교철학 교수. 인지과학과 종교철학의 대화를 시도하는 선구적 학자. 대표저서 Minding God: Theology and Cognitive Science(2003).
  • 그의 작업은 ‘인지과학의 신학화’, 혹은 ‘신학적 수용’이라 할 수 있고, 따라서 인지신학(cognitive theology)으로 부를 수 있음.
  • 인지과학은 신학의 주제 인간의 본성, 성격, 죄의식 등을 다루는데 주요한 영감을 줄 수 있음: 신을 인격적이라 보는데, 그럼 인격이 무엇인지 규명하게 된다면 신의 속성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됨.
  • 피터슨의 작업은 이전 불트만처럼 21 세기 인지과학과 뇌과학의 영향 아래 있는 현대인에게 전통적 신학 주제를 이해 가능하게 설명해주는 역할.
이길용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아민 기어츠의 말을 인용하였습니다. ‘어떻게 뉴런으로 꾸란에 이를 수 있는가?’라고 말입니다. 신경과학적 종교 연구가 역사와 사상까지 설명해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발표는 포스텍의 김준홍 교수님의 “종교는 복잡한 사회 형성에 기여했는가?”라는 제목의 발표였습니다.

3-3발표 김준홍 선생님
  • 종교의 기원을 ‘죽음 혹은 사후세계 관념’에서 생각해 본다면, 매장과 관련된 고고학적 발굴에 주목해 볼 수 있다.
  • 최근 16만년 전 호모 날레디의 매장지가 발견된 것이 아닌가 하는 고인류학계의 논란이 있다.
  • 호모 사피엔스의 매장은 7만 8천년 전(케냐의 Panga ya Saidi 동굴에서 발견된 어린이 유골).
  • 부장품으로 사후세계를 생각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4만년 전 이후(ex. Sungir burials, 34,000년전 사례).
  • 1만년 전: 동식물 길들이기의 시작 → 정착생활, 잉여 식품, 인구의 증가, 분업의 심화. 5천년 전: 국가 사회의 등장. 복합 사회의 등장은 점진적인 과정이 아니라 단속평형적인 과정(어느 날 갑자기 출현). 농업 이외에 복합 사회의 형성에 기여한 주요 요소는 무엇인가?
  • Big Gods 가설(Norenzayan et al. 2016), 초자연적 존재에 의한 처벌을 강조. 종교와 복잡한 사회는 공진화했다. 메이저 종교를 믿는 사회에서 높은 협동성이 관찰됨(행동경제학 실험: 1회성 상호작용에서 협동할 가능성↑). 비교문화적 연구에 의하면, 크고 복합적인 사회일수록, 실존적 불안정이 큰 사회일수록(예, 전쟁) 종교를 믿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가 커질수록 친족과 호혜성에만 의존할 수 없음.
  • 종교의 기능 중 하나: 사회통합. 성공적인 종교 = 적응적인 집단. 종교 집단은 동일한 가치와 믿음을 공유. 성공적인 종교에는 대개 매우 도덕적인 규율(moralizing god)이 있다. 이러한 종교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부터 위협을 이용하여 규율을 강제한다. 보이지 않는 힘은 무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검증하기도 어려움.
  • Big Gods 가설에 대한 비판. Turchin et al. 2022; Whitehouse et al. 2022(seshat[Global History Databank]을 구축하여 분석).
  • 세계 전역의 373개 사회를 대상으로 100개 이상의 변수에 대해서 기원전 9600년부터 서기 1900년 사이의 정보. 종속 변수: 사회 규모(인구, 영역, 위계적 복잡함, 정부의 전문화 정도 등을 51개 변수의 통합). 독립 변수: 농업 생산량, 농업을 시작한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기반 시설 구축 정도, 경제적 발전, 내부의 갈등(계층화), 외부의 갈등(전쟁), 종교 등.
  • 최초의 처벌을 강조하는 메이저 종교는 기원전 1000년이 되어서 등장했지만(그후 불교, 조로아스터교에 이어서 기독교와 이슬람이 등장), 복잡한 사회는 그 보다 이전에 출현함.
  • 처벌은 농업과 전쟁으로 인한 사회 변화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 오히려 이 둘을 설명하는 변수는 전쟁의 강렬함(특히, 철제 무기와 기병대)과 농업의 생산량이었음.
  • 현재로서는 제도 종교는 복잡한 사회가 출현한 이후에 나타났다고 판단된다.

이상의 발표가 마무리되고 곧 종합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예정된 시간은 18:00까지였습니다만, 3,40분 넘겨서 진행되었습니다.
 
종합토론(사진 K종교학술확산연구소 제공)

이때까지도 많은 분들이 남아있었습니다. 정재승 선생님의 질문과 청중의 질문에 발표자들이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종교 생활 차원에서의 궁금증에서 학술적 난제에 대한 질문까지 다양하게 다뤄졌습니다.

흥미롭고 재밌는 학술대회였습니다. 인지종교학, 진화인류학, 진화심리학, 신학, 뇌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만나서 종교, 인간의 종교적 특성, 그리고 그 기원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또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KAIST 인간의기원연구소 1회 학술대회 ‘종교의 기원’ 참여 후기를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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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얼룩소 글(23.7.13)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종교라는 주제를 다루려면 '위로'가 필요하다? 이 말을 저는 곳곳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그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정재승 박사가 총괄자문 및 프리젠터로 참여한 다큐 시리즈 '뇌로 보는 인간'의 마지막 '종교' 편에 제가 자문으로 참여하여 아주 짧은 시간 출연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시청률이 높았던 편이 아니라서 사람들로부터 별다른 반응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우연히 EBS 다큐를 보던 친구가 '야, 너 나왔더라...잠깐 ㅎㅎ', 이런 반응을 보인 예가 있었을 뿐입니다. 함께 자문에 참여한 구형찬 박사(인지종교학)가 종교학자로서는 메인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뇌로 보는 인간' - 종교 편의 한 장면┃저는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몇 년이 지나서 그때 나왔던 미디어 비평 기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스 기사 캡쳐 해당 다큐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다음에 이런 논평을 내 놓았습니다. 미디어스 관련 기사 '위로가 없다'는 비판 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종교라는 주제를 다룰 때 사람들은 그런 것을 기대하곤 합니다. '종교의 본질', '참된 의미' 같은 것을 발견하고, 뭔가 진리의 말씀이나 인생을 통찰할 수 있는 지혜를 얻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종교학도 존재합니다. '현대인의 종교는 병들었다'는 진단을 내리며 '고대인의 지혜'를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거나 모든 종교에 담겨있는 가장 고귀한 가르침(가령 황금률 같은)은 모두 상통하고 그것이 인간이 향유해야 할 소박하지만 분명한 진리라고 이야기하는 예도 있습니다.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출처: Wikimedia Commons 종교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막스 뮐러는 '종교학으로의 초대(Introduction to the Science ...

"뇌 회로는 친숙한 것, 중요한 것과 단순한 배경을 식별합니다."(논문 정리)

흥미로운 신경과학 연구 소개를 봤습니다. 친숙한 것과 중요한 것을 먼저 식별하는 뇌 경로에 관한 연구입니다. '신경종교학'에 참고가 되는 논문일 것으로 판단되어,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  *  * Brain Circuit Identifies What’s Familiar, Important, or Just Background┃Neuroscience News.com 요약 : 과학자들은 기억과 감정을 통합하여 감각 정보를 빠르게 평가하는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뇌 회로를 발견했습니다. 내측후각피질(entorhinal cortex)과 해마(hippocampus) 사이의 이 직접 피드백 루프를 통해 뇌는 중요한 광경과 소리를 거의 즉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알려진 더 느린 경로와 달리, 이 회로는 관련 자극과 배경 소음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PTSD와 자폐증과 같은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발견은 뇌가 정보를 걸러내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감각 및 기억 관련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 ───  익숙한 것을 한눈에 알아보는 뇌 회로, 해마의 비밀 우리는 왜 친숙한 얼굴이나 물건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요? 반대로 처음 보는 것은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런 능력 뒤에는 우리의 기억 이 큰 역할을 합니다. 뇌의 해마(hippocampus)라는 부분이 과거의 기억을 보관하고 있다가, 현재 들어오는 감각 정보와 비교하여 이것이 익숙한지 새로운지 판단하도록 돕는 것이죠. 예를 들어, 해마는 “이건 예전에 봤던 거야” 혹은 “처음 보는 거네”라는 신호를 뇌의 다른 부분에 보내 우리의 인식을 조절합니다. 이 덕분에 우리는 중요한 새로운 정보 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미 아는 것은 배경 소음처럼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해마는 특히 대뇌피질의 한 부분인 내후각 피질 (entorhinal cortex)과 긴밀히 소통합니다. 내후각 피질은 오감에...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은 많다?│시간과 종교적 본능

※ 이 글은 '얼룩소'에 2023년 1월 2일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부제를 약간 수정) ─── ∞∞∞ ─── 1년의 시작점은 많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간은 동지, 설, 정월대보름, 입춘 등입니다. 전에 이야기한 16세기 후반 프랑스의 신년 기념일들처럼( 참고 ) 같은 나라 안에서도 여러 신년 기념일이 있는 경우는 특이한 현상이 아닙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원래 지역적인 단일성은 있었을 겁니다. 특정 지역에서는 1월 1일이다, 이 동네는 음력 설이다, 이 동네는 입춘이다, 이렇게 말입니다. 이게 어떤 계기에 통합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지역적으로 통일성을 가진 집단들이 묶여서 더 큰 집단으로 통합되면서 시간, 의례 등을 통합하는 과정이 뒤따르게 됩니다. 종교단체 수준에서도 진행이 되지만 국가 수준에서도 진행이 됩니다. 이 과정은 국가의 흥망성쇠, 종교단체의 흥망성쇠 등 집단 구속력의 변화에 따라서 부침을 겪으며 반복·중첩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프랑스에서는 16세기에 신년 기념일을 단일화하려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러한 노력이 19세기말 20세기에 시도되었습니다. 공식적인 수준에서 한 해의 시작일은 그렇게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지만, 의례적으로 기념하는 첫 날은 쉽게 변화하지 않습니다. 이를 문화적 관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선조들이 해왔던 대로 해야 한다는 의식으로 나타남). 여러 신년 기념일은 그런 통합의 힘에도 어떤 현실적 필요에 의해서 과거의 전승이 살아남아 그 흔적을 남긴 덕분입니다. 다만 해당 기념일을 현재에 활용하는 의미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적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면 사라질 운명을 일 겁니다. 그럴 경우 '고유한 문화를 지키자'는 운동이 표출될 수도 있습니다. 집단 정체성과 관련된 전통으로 선택되지 못하면 잊혀지는 것이고요. 동지 우리에게는 팥죽 먹는 날 정도의 의미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이 날도 과거에는 새해가 시작되는 날로 기념되었습니다. 그런 동지 축제가 신년 축제인 사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