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얼룩소 글(23.4.23)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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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유령, 언데드, 그리고 신은 존재할까?
천국과 지옥은 존재할까?
현대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종교와 관련된 대표적인 질문 중 하나 입니다. 이런 질문이 제기되면 종교인과 비종교인 사이의 갑론을박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뭔가 시대착오적인 질문 같은 느낌입니다. 믿음의 문제가 사실의 문제로 오인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안될과학〉에서 '귀신 존재에 대한 과학적 증명' 문제를 다룬 바 있습니다.
우리 마음 속 상상으로 떠올리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것은 어딘가 어색합니다. 페가수스를 상상할 수 있다고 해서, 페가수스가 존재했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 의도적 상상과 직관적 느낌의 차이
신이나 사후 세계를 믿는 것은 그 사람들이 '무지몽매'해서 벌어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의 믿음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물론 그런 신이나 사후 세계가 존재한다는 걸 뒷받침해 주는 건 아니고, 그런 대상들의 존재가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페가수스 같은 상상의 동물, 기괴한 모양의 요괴들은 사람들이 그럴듯하게 상상한 결과물들입니다. 그림이나 영화 속 외계인의 모습도 그런 것입니다.
또 뇌의 정보 처리 특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부정확한 정보가 주어지더라도 우리 뇌에서는 이를 보정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로 바꾸어 줍니다. 이런 특성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가 '몬더그린'입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주로 외국어)을 익숙한 말(자국어)로 듣게 되는 착각을 말합니다.
'옷 색깔 논란'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착시 효과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누가 맞느냐로 뜨겁게 논쟁이 벌어졌었지요.
신, 귀신 같은 존재를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 뇌가 그런 인식 결과를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존재의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의 현실 감각과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정말 그렇게 봤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 필요의 맥락
사람들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모두 '사실'이 되지는 못합니다. 애닐 세스라는 신경과학자는 '현실성'이라는 게 뇌과학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환각에 우리가 동의할 때 우리는 그것을 현실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 전제가 되는 것은 우리의 뇌에서 만들어 내는 현실 지각이라는 것이 '환각'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환각이라는 의미라기보다는 뇌에서 우리 몸을 통해서 들어온 감각 정보를 '그럴 듯하게' 재구성하는 과정이 거쳐진 그런 정보라는 점에서 '환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위의 옷 색깔 사례에서 '파검'이 특정 조명 조건에서 '흰금'으로 인식되게 만드는 효과입니다. 그 사례는 일부 사람들의 착각으로 치부될 수 있겠습니다만, 다음과 같은 착시 사례는 모든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뇌가 초자연적 존재(신, 영혼, 귀신 등)와 초자연적 세계(사후 세계 등)를 '잘' 떠올리게 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사람들이 공유할 때, 초자연적 존재나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이 사람들 사이에서 잘 퍼질 수 있습니다.
어두운 환경, 위험한 상황 등이 그러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에 '죽음'을 표상하는 초자연적 존재의 모습은 너무 현실감이 있었을 겁니다.
신, 영혼, 귀신, 사후 세계는 인간의 인지 방식의 특성, 살아가기 위한 필요, 사람들의 공감 속에서 '현실성'을 갖습니다. 물리적인 실재로서가 아니라 보다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생존 본능과 관련되기에) 마음 속에 '그려내는 현실'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존재의 문제가 아닌 필요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 영혼, 귀신, 사후 세계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그래서 그 존재 규명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인간의 필요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연구들이 점차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연구는 과학의 언어로 종교를 말살하려는 게 아니라 인간에게 종교의 세계가 왜 필요한지, 그것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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