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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24의 게시물 표시

‘악귀’ 속 민속학자를 보는 종교학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글은 얼룩소 글(23.7.23)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드라마 '악귀'에서 주인공과 함께 악귀의 비밀을 찾아다니는 염해상이라는 인물이 민속학과 교수로 등장합니다. 드라마 '악귀', 나무위키 이 때문에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이런저런 불만을 쏟아내게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민속학자에 대한 오해’를 불러온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종교학자’에 대한 오해가 팽배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다빈치 코드'가 큰 인기를 끌었을 때입니다. '다빈치 코드', 책과 영화 (출처: 위키백과) 물론 '다빈치 코드'가 종교 분야에서 일으킨 관심은 주로 기독교 신학적 문제였기 때문에 '종교학자에 대한 오해'는 '다빈치 코드 논란'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습니다(구글 등 포털에서 '다빈치 코드 논란'으로 검색해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종교학자에 대한 오해'는 주인공 로버트 랭던(Robert Langdon) 때문이었습니다. 영화상에서 그는 하버드 대학의 예술사 및 종교 상징학 교수로 나옵니다. 이 시기에 종교학자라고 하면 종교에 감추어진 상징을 능수능란하게 해석할 수 있는 전문가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현실과는 다른 이야기죠(종교적 비의가 '사실'이며, 그 비밀을 풀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는 연구는 객관적 학문으로 인정받기 어려우니까요). 극 중의 캐릭터가 가진 직업이 꼭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Harvard: No Symbology here...

죽음에 관한 '진짜 목사' 이야기 + 사족

※이 글은 얼룩소 글(23.7.20)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저의 은사님이었던 노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노선생님께서 여든이 넘으셨을 때, 70대 중반의 동생이 치명적인 암(완치가 어렵고 생존기간이 짧은)으로 투병하던 중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미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재산을 비롯한 신변 정리를 마치고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을 때의 일입니다. 병원에서 노선생님과 그 동생은 동생 사후 장례식, 화장 등 죽음 이후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이때는 의사가 요양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죽음이 머지 않아 그냥 병원에 있게 한 후로 환자와 그 가족은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때였습니다. 그때 동생 분이 다니시던 교회의 목사와 신도들이 병문안을 왔습니다. 그리고 목사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출처: 뉴스앤조이 '하느님, 000 성도의 병을 낫게 해 주세요.' 목사와 신도들이 돌아간 후에 형제는 목사의 '낫게 해 달라'는 기도의 엉뚱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래 동생의 딸이 병문안을 왔다고 합니다. 그 조카는 미국 동부의 백인교회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였습니다.  조카 목사는 기도하기 전에 환자에게 먼저 이렇게 물었습니다. '00삼촌, 뭐에 대해서 기도하고 싶으세요. 제가 같이 기도해 드릴께요.' 조카 목사가 돌아가고 나서 동생은 형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00은 진짜 목사네요.' ____________ 이미 죽음을 운명, 신이 정하여 놓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신에 의한 치병의 기적'을 요구하는 기도가 얼마나 황당한 일일까요? 오히려 공감의 위로가 큰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로 '치병의 기도'를 하는 목사가 항상 '진짜 목사...

‘종교의 기원’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 참여 후기(인간의기원연구소)

※이 글은 얼룩소 글(23.7.17)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종교의 기원’이라는 주제로 열린 KAIST 인간의기원연구소 1회 학술대회(2023년 7월 10일 월요일)에 참여했습니다. 대전에서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학술대회라서 전날에 내려갔습니다. 숙박은 서강대 K종교학술확산연구소 (Academic Center for K-Religion)에서 지원해 주었습니다. 학술대회 당일은 발표장을 가려다가 충남대 앞 오거리 우회전에서 헤매고, 양문순 빌딩(E16-1)이 아닌 정문술 빌딩(E16)에 들어가는 헤프닝이 있어서 예상한 시간보다는 늦었지만, 학술대회 시작 시간 전(9:20)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약한 비가 뿌리던 날씨는 어느새 개여 있었습니다. 발표장이 있던 양문순 빌딜 앞(사진 인간의기원연구소 제공, 이하동) 사전신청자가 200명 가까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아마 정재승 선생님의 ‘티켓 파워’였겠죠), 10시 전까지 자리가 많이 차지는 않았습니다. 10시 10분까지 늦게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개회가 연기되었습니다. 축사나 이런 것 없이 정재승 선생님의 인간의기원연구소 설립 및 1회 학술대회에 대한 소개를 하시고 바로 1발표자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졌습니다. 1발표는 약 10시 20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발표 는 “종교적 사고와 행동의 진화인지적 토대”라는 제목의 발표였고, 발표자는 구형찬 박사였습니다. 구형찬 박사의 1발표 인간은 영혼, 사후세계, 기적, 주술 등을 믿고 있다. 여러 문화권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종교적 사고와 행동은 생물학적(진화적, 인지적) 요인을 따져 봐야. 인간의 종교적 사고와 행동, 적응적인가, 부산물인가? 발표자는 부산물을 지지. 리처드 소시스(Richard Sosis) 같은 학자는 종교를 적응 복합체로 보고, 종교가 도...

위로가 없는 '차가운 종교학', Science of Religion을 생각하며

※이 글은 얼룩소 글(23.7.13)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종교라는 주제를 다루려면 '위로'가 필요하다? 이 말을 저는 곳곳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그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정재승 박사가 총괄자문 및 프리젠터로 참여한 다큐 시리즈 '뇌로 보는 인간'의 마지막 '종교' 편에 제가 자문으로 참여하여 아주 짧은 시간 출연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시청률이 높았던 편이 아니라서 사람들로부터 별다른 반응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우연히 EBS 다큐를 보던 친구가 '야, 너 나왔더라...잠깐 ㅎㅎ', 이런 반응을 보인 예가 있었을 뿐입니다. 함께 자문에 참여한 구형찬 박사(인지종교학)가 종교학자로서는 메인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뇌로 보는 인간' - 종교 편의 한 장면┃저는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몇 년이 지나서 그때 나왔던 미디어 비평 기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스 기사 캡쳐 해당 다큐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다음에 이런 논평을 내 놓았습니다. 미디어스 관련 기사 '위로가 없다'는 비판 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종교라는 주제를 다룰 때 사람들은 그런 것을 기대하곤 합니다. '종교의 본질', '참된 의미' 같은 것을 발견하고, 뭔가 진리의 말씀이나 인생을 통찰할 수 있는 지혜를 얻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종교학도 존재합니다. '현대인의 종교는 병들었다'는 진단을 내리며 '고대인의 지혜'를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거나 모든 종교에 담겨있는 가장 고귀한 가르침(가령 황금률 같은)은 모두 상통하고 그것이 인간이 향유해...

영혼은 '존재'하는가? 실재성과 존재 감각은 다르다.

※이 글은 얼룩소 글(23.7.9)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세 줄 요약 영혼의 존재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그 물리적 실재성을 검증하는 게 아니다(ex. '21그램 실험'). 영혼이 있다고 느끼게 되는 인지적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이 영혼의 존재에 대한 과학적 접근 방법이다. 현대의 과학적 임사체험 연구는 죽음에 임박한 상태 혹은 친밀감이 높은 대상의 죽음을 경험할 때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뇌 활동이 나타나면서 죽은 자나 죽은 자들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느끼게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귀신, 유령, 더 나아가 신적 존재가 사람들에게 '현실감' 있게 느껴질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런 영적 존재가 정말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이 테마는 유물론자이자 무신론자인 과학자들의 '훌륭한 먹이감'이 되어 왔습니다. 과학적으로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믿음은 거짓이야. 그런 걸 믿는 사람들은 허약한 사람들이거나 무지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과학적인 설명에 이런 것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한 예이지만 '영혼의 무게가 21g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21g 실험'으로 불리는 이 실험은 고작 6명의 사람으로 이루어졌고, 이런저런 이유로 측정한 사람 1명의 무게만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대조군으로 15마리의 개(독살로 추정)를 측정해서 무게 변화가 없었다고 보고했습니다(1907). 이미지 출처: Wikipedia & News Text Area 이 실험이 나오자마자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1907년 의사 오거스터스 클라크(Augustus P. Clarke)는 사망 시 폐가 더 이상 혈액을 식히지 않기 때문에 체온이 갑자기 상승하여 땀을 흘리게 된다. 이 수분 손실이 21g을 설명할 수 있으며, 개는 땀샘이 ...

신님과 스마트폰으로 통화하는 상상, 어떻게 봐야 할까?

※이 글은 얼룩소 글(23.7.5)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디지털 시대의 종교(문화)는 어떻게 바뀔까? 스마트폰이 없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이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수단이 되면서 우리 삶의 많은 모습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종교(문화)에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그 변화의 방향을 많은 학자들은 이렇게 예상했습니다.  가상 체험이 현실 체험을 압도하여 종교 활동도 디지털 기반으로 크게 변모할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디지털 종교' 혹은 '가상공간 속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종교 활동도 온라인으로 하게 되면서 가상의 공간에서 종교적 체험을 하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고, 현실 세계의 경험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하이퍼리얼리즘'을 구현하여 새로운 종교 소비 시장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습니다. 그런 변화에 발 맞추어 가상 세계에 종교의 성지를 구축하여 사람들이 사이버 순례를 경험하게 한다든지, 사이버 종교 공간에서 사람들이 종교적 의식을 경험하게 한다든지 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렇게 종교계에서 가상 세계의 종교적 공간이라고 몇몇 사이트를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러한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서 성지 순례를 한다거나 특별한 종교적 체험을 하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예측은 인터넷 가상공간에 현실의 종교를 옮겨와 상상한 것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관념론이었던 것이죠. 메타버스도 망해가는 판국인데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종교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할 리가 없지요. 애플의 '비전 프로', 출처: 디일렉(The elec) https://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21443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경험하게 해 주는 기기를 쓰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