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위키에도 관련 문서가 작성되어 있습니다('나무: 리칭윈'). 위키백과에도 나오는군요(위키: 리칭윈). 이런 내용들에 '의심'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단지 '증거가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다는 수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이라는 장수인에 대한 기사는 지금도 종종 언론에 등장합니다.
구글 '뉴스' 검색 결과 중에서
사실확인이 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시사in 기사를 보면 '기네스북에서 검증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언론들이 이런 기사는 가쉽성으로 편하게 다루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믿거나 말거나'인 경우가 많습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 '풍문으로 들었소'가 '이런 사실이 있다'로 둔갑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의심'이 많은 사람들도 이런 이야기 거리는 그러려니 하는 것인지 그냥 유통이 되는 경향이 있더군요(재밌는 이야기 거리로 말하는데, 죽자고 달려들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므두셀라'를 언급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조금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우에는 그런 사례를 취급하지는 않지요.
영화 <노아>의 므두셀라methuselah, https://www.huffingtonpost.co.uk/2014/02/18/noah-film-anthony-hopkins-russell-crowe_n_4806606.html
므두셀라는 기독교 경전(창세기 5장 21절에서 27절)에 등장하는 인물로 그의 이름은 '창 던지는 자', '하나님께 예배하는 자'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969세까지 살았다고 해서 기독교 경전에 언급된 인물 중 가장 장수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주 창조에서 지금까지를 '6천년의 역사'라고 믿는 기독교인들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을 '므두셀라'로 여기는지 궁금하긴 하네요.
이 이름을 넷플릭스의 '얼터드 카본'이라는 드라마에서는 하나의 계급으로 표현하기도 했지요. 기억 저장 장치(슬리브)를 새로운 카본 바디에 이식해 영생을 누리는 계급을 '므두셀라'라고 불렀습니다.
'얼터드 카본'의 므두셀라 계급의 사람들은 구름 위 천상의 공간에 산다, https://www.retrozap.com/altered-carbon/
'웰빙'의 시대에 장수인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긴 하겠지만, 얼토당토 않은 수준의 '최 장수인'에 대한 '카더라' 정보들이 생명력을 가지고 유통되는 것을 보면 신기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리칭윈'을 넘어선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었습니다. 에스키 이스탄불 쿠르트레리(Eski Istanbul Kurtleri)로 1453년에 태어나서 1925년에 사망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자그마치 나이가 473세라고 합니다. 그에 대한 튀르키에(터키)어로 된 책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말 믿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야, 이런 게 있다'라는 이야기 거리로 소비되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언론까지 나서서 기사로 언급하게 되면 어느 새 '신뢰할 만한 정보'로 둔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리칭윈의 경우 처럼요.
'한국 미신'으로 악명 높은 '선풍기 죽음'(fan death)의 경우 언론의 역할이 상당히 컸지요. 선풍기를 틀어 놓고 죽은 사람이 있다는 기사를 언론사(특히 방송사)가 낸 경우들이 과거에는 많았습니다.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중 뉴스 이미지들
그 옛날에는 실험을 해도 결과가 '선풍기틀고 취침 실험, 호흡곤란으로 인한 질식사 위험'이라고 나왔습니다.(지금은 선풍기가 열 받아 실내 온도가 조금 오른 것 외에는 질식이나 저체온 위험은 전혀 없다고 정리되었지요. 과거에 '선풍기 죽음' 괴담을 유포한 언론에서도 "'근거 없는' 선풍기 바람 사망"이란 기사를 반성 없이 내기도 했습니다)
기네스북을 통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회자되는 인물은 프랑스인 잔 루이즈 칼망(Jeanne Louise Calment)입니다. 공식 출생증명서로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공인된 최고령자라고 합니다. 기네스북이 인정했으니 공신력이 있다고 여겨질 뿐 이에 대해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9년 9월에 BBC에서 낸 기사를 받아 연합뉴스 등 언론사들이 보도하면서 국내에 알려졌습니다. 이 시기에 러시아 연구팀의 연구에 대한 프랑스 측의 반박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BBC의 보도가 나왔던 것입니다.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49746060
과학적으로 보면 현재 인류는 대략 120세 정도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향후에는 유전자 조작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서 인간의 수명이 150세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되어 봐야 알 일이죠. 100년 후의 일이니 아직은 하나의 '과학 소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역시 부리나케 언론사들이 이런 기사를 열심히 냅니다.
※ 이 글은 '얼룩소'에 2023년 1월 21일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 ∞∞∞ ─── 미신이란 말을 많이 씁니다. 그게 무엇이냐 물어 본다면 우리는 어떤 행위들이나 관념을 이야기합니다. 뇌과학자 정재승 선생님도 미신 이야기를 하면서 '빨간색으로 이름 쓰는 행위가 불길하다는 미신'을 이야기했습니다. 차이나는 클라스, 정재승 편 미신이 어떤 것인가를 말할 때, 이렇게 미신에 속한 것들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시험 볼 때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 '시험 볼 때 포크를 선물한다' '손 없는 날 이사해야 한다' '밤에 손톱을 깎으면 안 된다' '귀신을 쫓기 위해서 팥죽을 먹는다' 그럼 '미신'은 어떤 것이냐 설명해 보라면, 아마 이런 말들을 늘어 놓게 될 겁니다. https://engoo.co.kr/blog/먼나라이웃나라-세계-각국의-다양한-미신들/ 표준국어대사전에 바로 그와 같이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미신' 항목 그런데 이런 개념은 일상에서는 그런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쓸 수 없는 설명입니다.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게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입니다. 도덕적, 경제적 판단과 믿음에도 그런 사례를 많이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관상은 과학이다', 'ABO 혈액형 성격론', '과시적 소비' 등등. 어떤 종교적 맥락에서 '이상한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미신'이란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종교와는 다른 것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위 국어사전의 개념 정의는 종교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신과 종교가 구분되지 않는다면, 어딘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미신'은 과학적 개념은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시하는 많은 개념은 편견의 산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에서 그런 게...
※ 이 글은 '얼룩소'에 2023년 1월 25일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본래 제목을 약간 수정하였습니다. ─── ∞∞∞ ─── 미신, 사이비, 이단 이 말들은 종교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들입니다. 미신은 종교적 의식(儀式)이지만, 종교적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을 지칭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비과학적인 믿음을 통칭할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사이비(似而非), 말뜻은 ‘비슷하지만 틀린 것’이죠. 영어의 ‘pseudo-’에 대응되는 말입니다. 사이비 종교를 ‘pseudo religion’이라고 하지요. ‘가짜’라는 의미가 두드러집니다. '사이비'란 말은 『맹자(孟子)』, 「진심장구하(盡心章句下)」 편에 수록된 말입니다. 孔子曰: 惡似而非者(공자왈: 오사이비자)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닌 것을 싫어한다." 출처: 다락원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darakwonchild) 이 언급의 자세한 맥락은 다음의 글을 참고하세요( 사이비-나무위키 ). 겉만 그럴 듯하고 속은 빈 경우를 말합니다. 사이비란 말은 참된 종교와 거짓 종교를 말하는 맥락에서 많이 쓰이게 되면서 애초 의미에서 '거짓 가르침'으로 변하였습니다(사이비과학, 사이비종교 등등). 이단(異端), 말뜻은 ‘끝이 다르다’이고, 의미상으로 ‘사이비’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맹자집주』의 주자주(朱子註) 중 '맹자는 양주와 묵적과 같은 이단에게서 유교를 지켰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유교의 맥락에서 '이단'의 대표주자는 '양주와 묵적'입니다. 양주는 '위아설'(나만 위하면 돼), 묵적은 '겸애설'(모두 무차별적으로 사랑하라)로 이야기됩니다. 유가들이 곡해해서 '무부무군(無父無君)의 가르침'으로 평가되는 것이지, 그리 허무맹랑한 가르침은 아니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참고: 양주(전국시대)-나무위키 ...
※ 이 글은 '얼룩소'에 2023년 1월 2일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부제를 약간 수정) ─── ∞∞∞ ─── 1년의 시작점은 많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간은 동지, 설, 정월대보름, 입춘 등입니다. 전에 이야기한 16세기 후반 프랑스의 신년 기념일들처럼( 참고 ) 같은 나라 안에서도 여러 신년 기념일이 있는 경우는 특이한 현상이 아닙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원래 지역적인 단일성은 있었을 겁니다. 특정 지역에서는 1월 1일이다, 이 동네는 음력 설이다, 이 동네는 입춘이다, 이렇게 말입니다. 이게 어떤 계기에 통합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지역적으로 통일성을 가진 집단들이 묶여서 더 큰 집단으로 통합되면서 시간, 의례 등을 통합하는 과정이 뒤따르게 됩니다. 종교단체 수준에서도 진행이 되지만 국가 수준에서도 진행이 됩니다. 이 과정은 국가의 흥망성쇠, 종교단체의 흥망성쇠 등 집단 구속력의 변화에 따라서 부침을 겪으며 반복·중첩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프랑스에서는 16세기에 신년 기념일을 단일화하려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러한 노력이 19세기말 20세기에 시도되었습니다. 공식적인 수준에서 한 해의 시작일은 그렇게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지만, 의례적으로 기념하는 첫 날은 쉽게 변화하지 않습니다. 이를 문화적 관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선조들이 해왔던 대로 해야 한다는 의식으로 나타남). 여러 신년 기념일은 그런 통합의 힘에도 어떤 현실적 필요에 의해서 과거의 전승이 살아남아 그 흔적을 남긴 덕분입니다. 다만 해당 기념일을 현재에 활용하는 의미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적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면 사라질 운명을 일 겁니다. 그럴 경우 '고유한 문화를 지키자'는 운동이 표출될 수도 있습니다. 집단 정체성과 관련된 전통으로 선택되지 못하면 잊혀지는 것이고요. 동지 우리에게는 팥죽 먹는 날 정도의 의미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이 날도 과거에는 새해가 시작되는 날로 기념되었습니다. 그런 동지 축제가 신년 축제인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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