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얼룩소'에 2023년 1월 31일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본래 제목을 약간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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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때문에 이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제 블로그에 옛 경험을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의심병자'의 기록"으로 정리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무슨 도시 전설처럼 온라인 상에 퍼져 있다는 것을 처음 살펴본 계기였습니다(2020년 10월). 게다가 그 이야기의 확산에 언론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나무위키에도 관련 문서가 작성되어 있습니다('나무: 리칭윈'). 위키백과에도 나오는군요(위키: 리칭윈). 이런 내용들에 '의심'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단지 '증거가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다는 수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이라는 장수인에 대한 기사는 지금도 종종 언론에 등장합니다. 사실확인이 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시사in 기사를 보면 '기네스북에서 검증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언론들이 이런 기사는 가쉽성으로 편하게 다루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믿거나 말거나'인 경우가 많습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 '풍문으로 들었소'가 '이런 사실이 있다'로 둔갑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의심'이 많은 사람들도 이런 이야기 거리는 그러려니 하는 것인지 그냥 유통이 되는 경향이 있더군요(재밌는 이야기 거리로 말하는데, 죽자고 달려들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므두셀라'를 언급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조금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우에는 그런 사례를 취급하지는 않지요. 므두셀라는 기독교 경전(창세기 5장 21절에서 27절)에 등장하는 인물로 그의 이름은 '창 던지는 자', '하나님께 예배하는 자'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969세까지 살았다고 해서 기독교 경전에 언급된 인물 중 가장 장수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주 창조에서 지금까지를 '6천년의 역사'라고 믿는 기독교인들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을 '므두셀라'로 여기는지 궁금하긴 하네요.
이 이름을 넷플릭스의 '얼터드 카본'이라는 드라마에서는 하나의 계급으로 표현하기도 했지요. 기억 저장 장치(슬리브)를 새로운 카본 바디에 이식해 영생을 누리는 계급을 '므두셀라'라고 불렀습니다. '웰빙'의 시대에 장수인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긴 하겠지만, 얼토당토 않은 수준의 '최 장수인'에 대한 '카더라' 정보들이 생명력을 가지고 유통되는 것을 보면 신기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리칭윈'을 넘어선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었습니다. 에스키 이스탄불 쿠르트레리(Eski Istanbul Kurtleri)로 1453년에 태어나서 1925년에 사망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자그마치 나이가 473세라고 합니다. 그에 대한 튀르키에(터키)어로 된 책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말 믿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야, 이런 게 있다'라는 이야기 거리로 소비되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언론까지 나서서 기사로 언급하게 되면 어느 새 '신뢰할 만한 정보'로 둔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리칭윈의 경우 처럼요.
'한국 미신'으로 악명 높은 '선풍기 죽음'(fan death)의 경우 언론의 역할이 상당히 컸지요. 선풍기를 틀어 놓고 죽은 사람이 있다는 기사를 언론사(특히 방송사)가 낸 경우들이 과거에는 많았습니다. 그 옛날에는 실험을 해도 결과가 '선풍기틀고 취침 실험, 호흡곤란으로 인한 질식사 위험'이라고 나왔습니다.(지금은 선풍기가 열 받아 실내 온도가 조금 오른 것 외에는 질식이나 저체온 위험은 전혀 없다고 정리되었지요. 과거에 '선풍기 죽음' 괴담을 유포한 언론에서도 "'근거 없는' 선풍기 바람 사망"이란 기사를 반성 없이 내기도 했습니다)
기네스북을 통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회자되는 인물은 프랑스인 잔 루이즈 칼망(Jeanne Louise Calment)입니다. 공식 출생증명서로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공인된 최고령자라고 합니다. 기네스북이 인정했으니 공신력이 있다고 여겨질 뿐 이에 대해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9년에 러시아의 한 연구팀이 잔 칼망은 실제 1934년에 사망했고, 1997년에 사망한 사람은 그의 딸 이본 칼망(Yvonne Calment)이라는 연구 결과를 Rejuvenation Research(회춘 연구)[저명한 '노화생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에 실었습니다. (22권 1호의 두 번째 논문으로 실렸습니다. Evidence That Jeanne Calment Died in 1934—Not 1997). 2019년 9월에 BBC에서 낸 기사를 받아 연합뉴스 등 언론사들이 보도하면서 국내에 알려졌습니다. 이 시기에 러시아 연구팀의 연구에 대한 프랑스 측의 반박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BBC의 보도가 나왔던 것입니다. 과학적으로 보면 현재 인류는 대략 120세 정도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향후에는 유전자 조작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서 인간의 수명이 150세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되어 봐야 알 일이죠. 100년 후의 일이니 아직은 하나의 '과학 소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역시 부리나케 언론사들이 이런 기사를 열심히 냅니다. 21세기에도 '소문'이 진실이 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을 통해서 전달되는 정보마저 진위여부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시대니 말입니다.
종교문화 연구자로서는 사실 흥미로운 시대입니다. 21세기 최점단 과학의 언어가 유통되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향유하는' 많은 이야기가 여전히 전설, 민담 수준일 수 있으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무슨 도시 전설처럼 온라인 상에 퍼져 있다는 것을 처음 살펴본 계기였습니다(2020년 10월). 게다가 그 이야기의 확산에 언론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이라는 장수인에 대한 기사는 지금도 종종 언론에 등장합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 '풍문으로 들었소'가 '이런 사실이 있다'로 둔갑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의심'이 많은 사람들도 이런 이야기 거리는 그러려니 하는 것인지 그냥 유통이 되는 경향이 있더군요(재밌는 이야기 거리로 말하는데, 죽자고 달려들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므두셀라'를 언급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조금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우에는 그런 사례를 취급하지는 않지요.
우주 창조에서 지금까지를 '6천년의 역사'라고 믿는 기독교인들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을 '므두셀라'로 여기는지 궁금하긴 하네요.
이 이름을 넷플릭스의 '얼터드 카본'이라는 드라마에서는 하나의 계급으로 표현하기도 했지요. 기억 저장 장치(슬리브)를 새로운 카본 바디에 이식해 영생을 누리는 계급을 '므두셀라'라고 불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리칭윈'을 넘어선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었습니다. 에스키 이스탄불 쿠르트레리(Eski Istanbul Kurtleri)로 1453년에 태어나서 1925년에 사망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자그마치 나이가 473세라고 합니다. 그에 대한 튀르키에(터키)어로 된 책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미신'으로 악명 높은 '선풍기 죽음'(fan death)의 경우 언론의 역할이 상당히 컸지요. 선풍기를 틀어 놓고 죽은 사람이 있다는 기사를 언론사(특히 방송사)가 낸 경우들이 과거에는 많았습니다.
기네스북을 통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회자되는 인물은 프랑스인 잔 루이즈 칼망(Jeanne Louise Calment)입니다. 공식 출생증명서로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공인된 최고령자라고 합니다. 기네스북이 인정했으니 공신력이 있다고 여겨질 뿐 이에 대해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9년에 러시아의 한 연구팀이 잔 칼망은 실제 1934년에 사망했고, 1997년에 사망한 사람은 그의 딸 이본 칼망(Yvonne Calment)이라는 연구 결과를 Rejuvenation Research(회춘 연구)[저명한 '노화생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에 실었습니다. (22권 1호의 두 번째 논문으로 실렸습니다. Evidence That Jeanne Calment Died in 1934—Not 1997).
종교문화 연구자로서는 사실 흥미로운 시대입니다. 21세기 최점단 과학의 언어가 유통되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향유하는' 많은 이야기가 여전히 전설, 민담 수준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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