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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크스, 미신은 과학적으로도 효과가 있다 (일부 제한 요소가 있지만)

※ 이 글은 '얼룩소'에 2023년 2월 5일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본래 제목을 약간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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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선수들의 징크스

스포츠 선수들의 징크스도 미신의 일종으로 많이 이야기합니다. ‘징크스’(jinx)는 사전적인 의미로 ‘불운을 가져오는 사람이나 사물’ 혹은 ‘불운을 가져오다’라고 합니다. 20세기 미국 야구에서 쓰인 속어가 일상어로 정착된 말입니다. 그 모어가 되는 말 jynx는 부적이나 주문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참고: "jinx," Online Etymology Dictionary)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 말을 ‘불운을 피하기 위해서’ 혹은 ‘좋은 운을 얻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나 소지하는 물건’을 뜻하는 경우에 사용합니다. 징크스 행동이나 물건과 그것으로 기대되는 결과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지만, 사람들은 인과관계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징크스 행동을 하거나 징크스 물건을 착용합니다.

이 부문에 늘 회자되는 수퍼 스타가 있습니다.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과 은퇴한 NBA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입니다.
https://www.facebook.com/NBAonESPN/photos와 https://www.sportsbettingdime.com에서
조던의 경우 1982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신입생으로 NCAA(전미 대학 체육협회)의 전국 토너먼트 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후 당시 유니폼 반바지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NBA 선수가 되어서도 그 대학팀 유니폼 반바지를 안에 입고 겉에는 NBA팀(시카고 불스)의 더 긴 반바지를 입고 경기를 뛰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NBA에서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반바지 스타일이 유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NBA 선수 중에서 징크스 행동으로 더 주목할 만한 사례는 레이 알렌W. Ray Allen인데, 우리—농알못—에게는 낯선 인물이니 패스하겠습니다)

  • 나달의 미신 행동

라파엘 나달은 징크스 행동의 종합 백화점 같은 선수입니다. 코트에 들어설 때 오른 발부터 내딛고, 코트의 라인은 밟지 않으며, 서브를 넣기 전에는 몸에 붙은 바지를 엉덩이부터 떼고 그 손으로 코를 만지고 왼쪽 귀 위로 머리카락을 넘기고 다시 코를 만지고 오른쪽 귀로 머리카락을 넘깁니다. 쉬는 시간 벤치에 앉아서는 물이나 음료를 특정한 방향으로 라벨이 위치하도록 가지런히 놓습니다. 유튜브에서 ‘nadal superstition’으로 검색해 보시면 많은 영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Rafael Nadal's Wimbledon superstitions..." 기사(https://www.dailymail.co.uk)에서
워낙 유명하다보니 관련 질문도 많이 받았을 텐데요. 그는 자신의 자서전에 이에 대해서 이런 의견을 밝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미신이라고 부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미신이라면 왜 이기든 지든 똑같은 일을 반복하겠습니까? 그것은 내가 내 머릿속에서 찾는 경기의 질서와 일치하도록 내 주변을 정돈하면서 나 자신을 경기에 자리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경기에 참여하는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규정해서 플레이의 퍼포먼스를 증가시키는 의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나달은 아마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주술적 의식/의례’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사고방식을 미신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립적인 의미에서 '생의 위기 상황—나달에겐 경기—에서 위기 극복을 바라며 관념연합(비슷한 것, 인접한 것)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떠올리는 관념과 실천'이라고 한 바에 비추어 볼 때, 특히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참고: 미신에 대한 중립적 개념은 무엇일까?)

누구나 이런 미신적 관념과 실천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전에 다뤘습니다(미신을 떠올리는 마음(뇌)을 생각해 본다면?). 그런 발상을 어쨌든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하게 되는 것은 원하는 결과와 미신적 행동이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소원을 빈다고 원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 미신의 효과는 어떻게 측정할까

그런데 과연 아무런 효과도 없는데, 사람들이 미신적 행동을 계속해 왔다고 볼 수 있을까요? 직접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진 않지만, 뭔가 좋은 점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러한 행동방식을 지속하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건 우리가 일상에서 종종 확인하는 일입니다. 최근에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가 흥행하고 있습니다. 이 만화에서 주옥 같은 대사로 회자되는 게 ‘단념하면 바로 그때 시합은 끝나는 거야’,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예요.’입니다.
만화책 《슬램덩크》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브레인 게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긍정적 사고의 힘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동영상 보기: https://www.facebook.com/watch/?v=1030564806975007)
브레인 게임4 에피소드 13 '긍정적 생각'편 캡쳐 이미지(숫자는 따로 삽입함)
해당 영상에서는 ‘자유투 10번 시도 중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사람이 긍정적인 피드백만으로 실력이 늘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전에는 한 골도 넣지 못했던 사람이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10번 중 4번을 성공시킨다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물론 엄밀한 실험이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다분히 연출된 장면으로 보이지요.

이 실험은 직접적으로 미신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관련시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 주변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가 슛을 던지는 사람이 긍정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미신 관념이나 행동의 경우는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특정한 인과관계를 위해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그 행위자가 그런 관념과 행동 덕분에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될 거야’라는 긍정적 사고를 하게 해 줍니다.

주로 피험자의 소망에 따라 불가능한 인과관계를 떠올리는 경우 특정 활동의 퍼포먼스가 그런 관념을 떠올리지않거나 실천을 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서 변화가 있는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미신의 효과(마음먹기의 효과)를 가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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