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금(도매가격)이 맞는 표현이라는 썰을 들었다. 도매금은 사전에 나오지만 도매급은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 '도매급으로 넘기다'에서 '도매금'으로 가 더 상황을 명확하게 이해시킨다는 점에서 맞는 설명인 것 같다.
그런데 도매금에서 '도매급'이란 표현이 파생되고, '도매급'이 더 많이 쓰이는 상황이라면 '이 표현이 맞으니 저 표현을 쓰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도매금'은 '도매급'보다 발음도 불편하다. 게다가 '도매급'도 말이 된다. '도매'+'급(級, 등급)'의 합성어로도 충분히 '정상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도매급 취급', '각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럿이 같은 무리로 취급받음'이라는 의미에 도매금보다는 도매급이 훨씬 직관적으로 이해된다는 장점도 있다.
참고로 구글링을 해 보면(22-9-23, 5:40 검색), '도매금'은 44,000건, '도매급'은 1,730,000건 정도의 결과를 보여준다.
왜 국어학자 등은 언어를 화석으로 만들고 싶어할까? 분명 언어의 사회성을 가르치는 사람들일 텐데.
'언어의 사회성'을 '...약속'으로 설명하는 건 '사회계약론' 같은 소설적 개념인 듯하다. 뭐 일상의 '약속'과는 다른 약속이라고 당연히 이야기하겠지만, 그런 표현을 쓰는 건 다분히 '변이'보다는 '고정된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 같다.
'국립국어원'의 '온라인가나다라'의 답변에 "개인이 함부로 바꿀 수도 없앨 수도 없는 공용물"과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이란 표현이 눈에 띈다.
시중의 신조어 유행 등에 국립국어원이 얼마나 불편해 하는지 느낄 수 있는 표현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약속'이 무엇인가를 판단할 권위를 이 기관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사람들 사이의 '약속'으로 말이 통용되는 게 아니니까.
친한 사람이, 멋진 사람이 사용해서, 많은 사람이 사용해서 말(기의-기표의 관계 포함)이 확산된다. 누구도 명시적이거나 심지어 암묵적인 약속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해하는 '기의-기표'의 관계를 위반하면 평판이 떨어질 뿐이다.
신조어 따라하려다 틀리면 얼마나 '쪽팔리누?'
언어는 대중의 선호에 따라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이고, 유행을 통해서 '정상성'(올바른 것이 아니라)이 확보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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