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음수 이해의 역사와 개념을 이해하는 문제

오늘 우연히 '(서양에서의)음수 수용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마이너스)라는 개념이 중국에서는 기원전 기록에서부터 확인되고(BCE 200), 이것이 인도와 이슬람 세계를 통해서 유럽에 전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1800년대까지 이 음수는 수로서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이야기가 되지만 실생활에서는 경험해 볼 수 있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잘못된 수'로 이해했다고 한다.

꾸역꾸역 대응시켜 본 것이 '이익'과 '빚'으로 +와 -를 이해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경우는 (-1)x(-1)=+1 같은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익-빚 모델은 -(-1)=+1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 뿐이라고 한다. (빚이 1 있다. 채무자 -1. 채무자의 빚이 감소하는 것을 -로 표현할 때, -(-1)은 빚이 없어진 것이고 채권자는 다시 +1이 되므로 위 식을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비유적 이해는 오로지 저 식을 '납득'해 보자는 취지이니 조건을 조금만 달리해도 현실의 문제와 수식은 불일치 한다. 가령 채무자의 경우만 보면 -(-1)이 아니라 (-1)+(+1)=0으로 생각할 수 있다.

(-1)x(-1)은 위치나 위상을 고려할 때 우리가 구체화해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다. 지금 우리는 위의 문제를 수직선[수를 나타내는 직선]에 나타내서 이해한다.

음수를 더 쉽게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화씨의 다니엘 가브리엘 파렌하이트(Daniel Gabriel Fahrenheit, 1686–1736)가 온도계를 만들면서 0도 아래에 음수를 표기하면서 대중들이 음수 개념을 0 아래의 '어떤 위치'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위 영상 참고).

수학자들조차도 현실에 대응되지 못하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데 수백 년이 걸렸고, 결국 낯선 개념이 일상에서 친숙해지는 어떤 계기를 통해서 이해 가능한 구체적인 개념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   .   .

이 이야기와 내가 관심을 가져왔던 '종교 개념사' 논의가 연결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종교'라는 말이 쓰인 사례들을 통해서 이 말의 개념이 어떻게 이해되었는지 새롭게 조명하려 한 나의 연구에서 중요한 착목점은 바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체화 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종교'라는 말은 새로운 어휘였지만 한자문화권에서 익숙한 기준점은 그 한자 낱글자들이었다. 바로 '宗'(으뜸, 마루), '敎'(가르침)이다. 기왕에 '敎'는 성현/성인들의 가르침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표현이다. 그러니 익숙한 것으로 낯선 것을 파악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었다.

한편 '종교'라는 개념의 새로움이 우리의 역사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은 그것이 행정-법령의 공식 용어로 사용되고 그에 따라 일상의 제도적 형태(종교 단체, 건물, 의례 주기 및 양상 등)가 정비된 이후의 일이었다는 것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한국의 경우 빨라야 1910년대 중반의 일로 생각된다).

'다름'을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 그것은 '익숙한 무엇'이었던 것이다. 기존의 틀에 부합하지 않으면 '틀린 것'이 되는 것이고, 기존의 틀에 부합하면 그건 이미 알던 그것일 따름이다.

음수가 '잘못된 수'에서 '현실의 수'가 되는 변화에 '체감'이 중요한 것처럼 종교가 '이미 알던' 敎에서 '새로운' 宗敎가 되어 가는 데도 체감은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그리고 '체감'은 사람마다 다른 법.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위로가 없는 '차가운 종교학', Science of Religion을 생각하며

※이 글은 얼룩소 글(23.7.13)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종교라는 주제를 다루려면 '위로'가 필요하다? 이 말을 저는 곳곳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그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정재승 박사가 총괄자문 및 프리젠터로 참여한 다큐 시리즈 '뇌로 보는 인간'의 마지막 '종교' 편에 제가 자문으로 참여하여 아주 짧은 시간 출연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시청률이 높았던 편이 아니라서 사람들로부터 별다른 반응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우연히 EBS 다큐를 보던 친구가 '야, 너 나왔더라...잠깐 ㅎㅎ', 이런 반응을 보인 예가 있었을 뿐입니다. 함께 자문에 참여한 구형찬 박사(인지종교학)가 종교학자로서는 메인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뇌로 보는 인간' - 종교 편의 한 장면┃저는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몇 년이 지나서 그때 나왔던 미디어 비평 기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스 기사 캡쳐 해당 다큐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다음에 이런 논평을 내 놓았습니다. 미디어스 관련 기사 '위로가 없다'는 비판 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종교라는 주제를 다룰 때 사람들은 그런 것을 기대하곤 합니다. '종교의 본질', '참된 의미' 같은 것을 발견하고, 뭔가 진리의 말씀이나 인생을 통찰할 수 있는 지혜를 얻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종교학도 존재합니다. '현대인의 종교는 병들었다'는 진단을 내리며 '고대인의 지혜'를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거나 모든 종교에 담겨있는 가장 고귀한 가르침(가령 황금률 같은)은 모두 상통하고 그것이 인간이 향유해야 할 소박하지만 분명한 진리라고 이야기하는 예도 있습니다.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출처: Wikimedia Commons 종교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막스 뮐러는 '종교학으로의 초대(Introduction to the Science ...

"뇌 회로는 친숙한 것, 중요한 것과 단순한 배경을 식별합니다."(논문 정리)

흥미로운 신경과학 연구 소개를 봤습니다. 친숙한 것과 중요한 것을 먼저 식별하는 뇌 경로에 관한 연구입니다. '신경종교학'에 참고가 되는 논문일 것으로 판단되어,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  *  * Brain Circuit Identifies What’s Familiar, Important, or Just Background┃Neuroscience News.com 요약 : 과학자들은 기억과 감정을 통합하여 감각 정보를 빠르게 평가하는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뇌 회로를 발견했습니다. 내측후각피질(entorhinal cortex)과 해마(hippocampus) 사이의 이 직접 피드백 루프를 통해 뇌는 중요한 광경과 소리를 거의 즉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알려진 더 느린 경로와 달리, 이 회로는 관련 자극과 배경 소음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PTSD와 자폐증과 같은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발견은 뇌가 정보를 걸러내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감각 및 기억 관련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 ───  익숙한 것을 한눈에 알아보는 뇌 회로, 해마의 비밀 우리는 왜 친숙한 얼굴이나 물건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요? 반대로 처음 보는 것은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런 능력 뒤에는 우리의 기억 이 큰 역할을 합니다. 뇌의 해마(hippocampus)라는 부분이 과거의 기억을 보관하고 있다가, 현재 들어오는 감각 정보와 비교하여 이것이 익숙한지 새로운지 판단하도록 돕는 것이죠. 예를 들어, 해마는 “이건 예전에 봤던 거야” 혹은 “처음 보는 거네”라는 신호를 뇌의 다른 부분에 보내 우리의 인식을 조절합니다. 이 덕분에 우리는 중요한 새로운 정보 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미 아는 것은 배경 소음처럼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해마는 특히 대뇌피질의 한 부분인 내후각 피질 (entorhinal cortex)과 긴밀히 소통합니다. 내후각 피질은 오감에...

뇌는 어떻게 산만함을 억누르고 집중력을 유지하는가┃신경종교학을 위한 논문 읽기(2)

최근 발표된 한 신경과학 연구 는 우리의 주의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하며, 특히 신경종교학 (neurotheology)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 연구는 사람들이 주의력 을 유지하고 주의 산만 을 극복하는 뇌의 메커니즘을 다루는데, 현대 사회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주제다.  이번 글에서는 주의력과 주의 산만의 신경과학적 기제 를 파헤친 최신 연구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고, 나아가 종교적 경험과 주의력의 관계를 진화인지종교학 관점에서 주목할 부분을 생각해 본다. 이를 통해 뇌가 어떻게 집중 을 지속하고 방해를 무시하는지, 그리고 종교적 수행과 의례가 이러한 주의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https://neurosciencenews.com/attention-distraction-neuroscience-28438/ '신경과학 뉴스' 관련 기사 내용 미국 워싱턴 대학교 세인트루이스(WUSTL) 연구진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뇌가 집중을 유지 하는 방법을 조사하였다. 놀랍게도,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일 때 단순히 더 힘껏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방해가 되었던 산만한 자극을 무시함으로써 집중력을 높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시 말해 뇌는 중요한 정보 처리 능력을 극대화하기보다는, 방해 요소를 선택적으로 억제 하는 전략을 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견은 주의력이 작동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며, 주의 산만을 다루는 기존 이론에 대한 업데이트를 요구한다. 연구팀은 “어려운 과제를 겪은 후 뇌가 그때 방해되었던 요소에 익숙해져서, 다음번에 비슷한 방해가 나타나도 영향을 덜 받게 된다”는 주의 조절의 적응 현상 도 확인했다. 이는 우리의 과거 경험 이 현재의 주의 집중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뜻으로, 주의력이 일종의 학습 능력 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실험에서 연구진은 현실 세계와 유사한 복잡한 멀티태스킹 상황을 만들고자 새로운 과제를 도입했다. 기존의 스트룹(Stroop) 테스트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