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한강 물은 왜 갑자기 불었나...백중사리를 알아보자

한강 물이 갑자기 불어난 이유가 만조 때문이라는 데, 높은 만조가 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인지, 불현듯 궁금증이 들어서 디벼봤다. 

어제(9월 12일 밤) 한강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달 비가 많이 내릴 때라면 한강 상류 댐들의 방류 때문이라 하겠지만 이날 팔당댐의 방류량은 당시 초당 1,000t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반면 비가 많이 내리면 방류량이 5천t에서 1만 2천t 수준이다(8월 초와 9월 초). 

즉, 팔당댐 방류량 만으로는 한강 물 넘침을 설명할 수 없다. 두 가지 요인이 추가적으로 주목되는데, 그동안 많은 비가 내려 하류로 모래 등이 쓸려 내려와 강바닥이 높아져 있다는 것과 마침 만조 때가 겹쳤다는 것이다. 이 후자가 아마 주요한 요인이었을 걸로 보인다.

어제 인천의 만조 시간은 저녁 6시18분이었다(참고). 한강의 물이 넘친 건 저녁 9시였다고 한다(관련기사).

요즘 1년 중에 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큰 시기라 한다. 이를 보통 '백중사리'라고 한다. 백중은 음력 7월 15일을 가리키는 말이고, 사리는 조수 차가 가장 클 때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대조(大潮)'가 있다. 영어로는 'spring tide'라고 한다. 반대로 조수가 차가 가장 작을 때를 통상 '조금'이라 하고 다른 말로 '소조(小潮)', 영어로 'neap tide'라고 한다.

바닷가 사람들은 밀물과 썰물이 언제 드는지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인데, 특히나 그 조수의 높이가 높을 때와 낮을 때를 알 필요가 있었으니 '사리'와 '조금'을 구분한 것이겠다. 

어쨌든 백중사리는 음력 7월 15일 즈음의 사리를 말하는데, 올해는 8월 초 중부지방에 큰 비가 내렸을 때이다.

그런데 실제로 조수가 높은 것은 그때만이 아니라 일정 기간이라고 한다. 대체로 7-9월로 이번 9월 12일까지가 그 기간이었다고 한다. 어제 기상청에서 '조고'(조수의 높이)에 대한 예보를 이렇게 냈다고 한다.

오늘(12일)까지 달에 의한 인력이 강해져 해수면 높이가 높은 기간이고, 특히, 제주도해안에는 만조 시간대에 해수면 높이가 더욱 높아지겠으니, 해안가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밀물과 썰물이 나타나는 것과 사리와 조금이 나타나는 것은 설명되어야 할 것이 다소 차이가 있다. 게다가 '백중사리'라는 것은 또 한 가지가 추가된다.

기조력

한자 없이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起潮力', 풀면, '조수를 일으키는 힘'이다. 이해하면 별로 어려운 말도 아니다. 기조력은 통상 주위의 행성이나 항성 혹은 위성 때문에 생긴다. 중력의 영향이다. 달의 중력이 영향을 미쳐서 달을 마주 보고 있는 위치의 물이 끌어 당겨지고 반대편도 마찬가지로 수위가 높아지며 달과 90도를 이루는 부분에서는 수위가 가장 낮은 상태가 된다.

위 그림에서 '만유인력'이 나오는 것은 뉴턴이 제시한 설명모델이기 때문이다(참고). 

달이 뜨고 질 때, 즉 지구가 자전하면서 달의 위치가 변하는 현상 때문에 생기는 조석은 밀물과 썰물로 대략 12시간 주기이다(정확히는 12시간 25분, 지구 자전+달의 공전). 

달의 반대편에서 만조가 일어나는 건 달의 중력만으로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지구와 달의 '회전중심'을 가지고 설명한다. 달을 보는 쪽으로 구심력(달의 중력)이 반대편으로는 원심력이 작용해서 만조가 만들어진다고 한다(참고).

달은 지구를 돌고 있기 때문에 그 공전 주기에 따라서 달의 위상이 변하고, 그에 따라서 조수의 수위도 변하기 마련이다.

위 그림은 달의 위상 변화와 조수의 높이 변화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달은 지구 주위를 '타원 궤도'로 돌고 있다. 즉, 가까울 때가 있고, 멀 때가 있다. 가까울 때 중력이 세지고 그래서 조수 차가 커질 수 있다. 달이 근일점일 때 그리고 마침 보름 때라면 언론에서 '슈퍼문'을 언급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달의 지구 공전 궤도가 타원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올해 슈퍼문은 8월 12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슈퍼문의 주기를 생각해 보면 '백중사리'와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작년에는 4월이었다). 

태양의 기조력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달보다는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반 정도(0.46배)는 된다고 한다(참고). 그렇기 때문에 지구가 태양 궤도의 근일점일 때 높은 사리를 기록해야 할 걸로 예상이 되지만 그 영향은 몇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다른 요인들이 그것보다는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지구가 태양에 가까워지는 근일점은 1-2월 시기라고 한다. 역시 '백중사리'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

계절적 요인

조수의 연중 변화는 달의 기조력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바람, 기압, 지형, 해수 온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물의 높이가 결정된다고 한다. 7-9월 한반도의 해수면 높이를 높이는 요인은 "수온이나 기압, 해류와 바람의 방향"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참고).

위 그림은 시애틀의 연간 조수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이다(출처). 우리와는 달리 10-11월, 1-3월에 사리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그래프가 실린 웹 페이지를 보면 겨울 폭풍의 바람과 기압이 평균 사리 수위 높이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물을 남쪽에서 끌어 올리고 낮은 기압이 지나가는 시즌은 장마 및 태풍 시즌이다. 지구 대기 순환이 사리의 높이도 결정지었던 것이다.

'백중사리'가 관례적으로 사용되지만 실제로 높은 사리는 7-9월이라고 한다. 그러니 '백중사리'는 백중 즈음의 사리라고 이해하면 되겠다(가장 높은 사리로서 딱 음력 7월 15일의 사리라고 이해하면 현실과 맞지 않는다). 또 최근의 높은 사리는 지구와 달의 거리가 핵심적 요인이 아니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바꿔 말하면 '태풍 힌남노'의 영향?

어쨌든 기상청에서 말한 '달에 의한 인력이 강해져'서는 아니었다. 위 그래프(출처) 상에서 9월 11일자 지구와 달의 거리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지구와 달이 가까워 달의 기조력이 더 강한 시기는 6월과 7월 중에 있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뇌 회로는 친숙한 것, 중요한 것과 단순한 배경을 식별합니다."(논문 정리)

흥미로운 신경과학 연구 소개를 봤습니다. 친숙한 것과 중요한 것을 먼저 식별하는 뇌 경로에 관한 연구입니다. '신경종교학'에 참고가 되는 논문일 것으로 판단되어,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  *  * Brain Circuit Identifies What’s Familiar, Important, or Just Background┃Neuroscience News.com 요약 : 과학자들은 기억과 감정을 통합하여 감각 정보를 빠르게 평가하는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뇌 회로를 발견했습니다. 내측후각피질(entorhinal cortex)과 해마(hippocampus) 사이의 이 직접 피드백 루프를 통해 뇌는 중요한 광경과 소리를 거의 즉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알려진 더 느린 경로와 달리, 이 회로는 관련 자극과 배경 소음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PTSD와 자폐증과 같은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발견은 뇌가 정보를 걸러내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감각 및 기억 관련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 ───  익숙한 것을 한눈에 알아보는 뇌 회로, 해마의 비밀 우리는 왜 친숙한 얼굴이나 물건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요? 반대로 처음 보는 것은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런 능력 뒤에는 우리의 기억 이 큰 역할을 합니다. 뇌의 해마(hippocampus)라는 부분이 과거의 기억을 보관하고 있다가, 현재 들어오는 감각 정보와 비교하여 이것이 익숙한지 새로운지 판단하도록 돕는 것이죠. 예를 들어, 해마는 “이건 예전에 봤던 거야” 혹은 “처음 보는 거네”라는 신호를 뇌의 다른 부분에 보내 우리의 인식을 조절합니다. 이 덕분에 우리는 중요한 새로운 정보 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미 아는 것은 배경 소음처럼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해마는 특히 대뇌피질의 한 부분인 내후각 피질 (entorhinal cortex)과 긴밀히 소통합니다. 내후각 피질은 오감에...

태백산, 산당, 서낭당 그리고 사람들┃답사 후기

[2017년 6월에 태백산 일대의 답사를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답사는 6월 3일부터 6월 4일까지. 후기 작성일 2017. 6. 7.] · · · 태백산에 다녀왔다. 천제단, https://www.khan.co.kr/local/Gangwon/article/202204281434001#c2b 난 답사를 싫어한다. 주위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왜 가야 하나'에 적절한 답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학부 때는 '학술'을 가장한 MT같은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싶었는데, 대학원에 들어와서는 그마저도 관심이 시들해졌다. '학'은 사라지고 '술'을 위해서 가는 것이라면 또 굳이 갈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실제 답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답사에서 무언가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박사수료 후부터 조금 달라졌다. 이제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도 재미가 있다. 왜 그런가 싶었는데, 역시 수준 높은 연구자들과 함께 가서 그런 것 같다. 혼자 갔다면 도저히 그곳의 이야기,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을 터다. ('자기 문제의식'이 명료화 되었다는 점도 중요한 것 같기는 하다) '산악신앙'은 상식적으로는 '원시신앙'으로 학술적으로는 자연신앙 내지는 마을신앙과 관련된 민속신앙으로 이야기된다. 고도의 신학적 이야기, 그래서 인생의 의미를 음미하는 따위의 것이 담겨있지 않다. 그래서 상당히 빈곤하게 이해된다. 그런데 이번에 태백산 답사를 가서, 거기에 '인간'을 들여다 보는 '어떤 창'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게 되었다. 산은 '신성한 곳'이다 태백산 같이 높은 산, 주변 지역의 '중심'이 되는 산은 특히 그렇다. 그런 산들은 일단 직접적으로 인간에게 '위험'하다. 맹수로부터 목숨을 위협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높...

적조암 , ' 寂照 ' 로 인도하는 곳┃답사 후기

2017년 6월 초 답사 두 번째 후기 적조암으로 오르는 길의 '적조암' 소개 팻말. "여기서부터 1km"가 포인트(1km는 거친 등산로) ⓒ steinsein 최종성 선생님(서울대 종교학과)께서 꼭 가보고 싶어하셨던 곳. 적조암은 동학의 2대 교주 최시형이 피난을 와 49일 동안 기도했던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동학 관련 연구를 진행하시면서 최시형이 기도했다고 하는 이곳을 꼭 눈으로 확인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이런 선생님의 관심과는 달리 역시 나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본사가 정암사인데, 박사과정 중에 그곳에 답사를 갔었던 것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 산 중턱의 '수마노탑'을 보고서야 그곳이 전에 와 봤던 곳임을 알았다. 정암사의 수마노탑 ⓒ steinsein 최선생님의 감상과는 달리, 이곳에서 무슨 새로운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품으며 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여기서부터 1km'라고 해서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태백산 답사를 왔던 곳 중에서 단연 힘든 코스였다. 산령각 답사도 힘들긴 했지만, 그나마 그곳은 등산로가 나쁘지 않았다. 적조암 가는 길은 입구 약간만 돌계단 같은 느낌의 정비된 등산로였지, 나머지는 거의 계곡물에 휩쓸려 내려 온 듯한 제법 굵직한 짱돌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는 그런 등산로였다.  1km를 고생스럽게 올라서서 본 적조암의 풍경은 흉칙했다. 가건물과 건물을 올리려는 터 정도만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2017년 6월 4일, 적조암의 모습 ⓒ steinsein 2017년 6월 4일, 적조암의 모습 ⓒ steinsein 2017년 6월 4일, 적조암의 모습 ⓒ steinsein 2017년 6월 4일, 적조암의 모습 ⓒ steinsein 그곳은 버려진 곳이었다. 여기에서 무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하던 차 적조암 가건물 옆 공터에서 무언가 신기한 아니 신비한 느낌을 받았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