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다

※이 글은 얼룩소 글(23.5.4)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γνῶθι σεαυτόν [gnōthi seauton] 

https://exploringyourmind.com/the-origin-of-the-famous-saying-know-thyself/

이 말은 여전히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여겨지기도 합니다만, 소코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라는 것도 제법 알려져 있습니다.

http://maincontents.com/bbs/board.php?bo_table=card_news&wr_id=22, https://www.youtube.com/watch?v=XgL8hpCvyyM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앞 기둥'에 새겨진 글귀가 그 출처라고 하죠. 그 이상의 출처 찾기는 낯선 문제이긴 하지만, 'Know thyself'(영어 위키)만 보더라도 델포이 신전에 새겨지기 전에 '어떤 발화자'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제법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소크라테스 외에 이 격언의 지은이로 여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볼까 합니다.


  • 본래의 출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격언을 말한 것으로 여겨진 고대 그리스의 현자들에는 프리에네의 비아스(Bias of Priene), 스파르타의 킬론(Chilon of Sparta), 린도스의 클레오불로스(Cleoboulos),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 케나이의 미손(Myson of Chenae), 미틸레네의 피타코스(Pittacos), 피타고라스(Pythagoras), 아테네의 솔론(Solon), 밀레토스의 탈레스(Thales) 등이 있습니다.

"삶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을 아는 것이다" - 탈레스

https://knowyourmeme.com/photos/1151984-philosophy

격언을 만든 사람을 '칠현자'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한 인물을 지목되기도 합니다(탈레스, 킬론, 피타코스, 비아스, 피티아Phythia 등). '칠현자' 버전이 나름 극화되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전의 유명한 현자 7명이 모여서 아폴론 신전에 새길 글귀를 정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델포이 신전의 유명한 3개의 격언('너 자신을 알라', '과하게 하지 말 것', '보증은 파멸을 가져온다')*을 그들이 정해서 기둥에 새기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그 격언의 저자는 이 '칠현자'일 수 있습니다.
* ΓΝΩΘΙ ΣEΑΥΤΟΝ (KNOW THYSELF), ΜΗΔΕΝ ΑΓΑΝ (NOTHING IN EXCESS), and ΕΓΓΥΑ, ΠΑΡΑ ΔΑΤΗ (SURETY BRINGS RUIN). 델포이 신전의 격언은 이 외에도 147개가 더 알려져 있습니다. cf. Delphic maxims.


  • 일곱 현자들

다만 관련 연구자들은 이러한 출처에 대해서 의심스러워합니다. Parke와 Wormell(1956)에 따르면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세 격언의 실제 저자는 불확실한 채로 남아있는 것 같다. 그것들은 아마도 유명한 속담일 것이고, 나중에 특정 현자들에게 귀속되곤 했을 것이다."*
* H. Parke and D. Wormell, The Delphic Oracle, (Basil Blackwell, 1956), vol. 1, p. 389. (Know thyself 영문 위키 참조).

'칠현자'를 말한 플루타르코스(Plutarchos: 46-119,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 정치가 겸 작가)와 파우사니아스(Pausanias: 2세기 그리스의 여행가이자 지리학자)가 꼽은 일곱 명은 각각 다르기도 합니다.

플루타르코스는 밀레토스의 탈레스, 프리에네의 비아스, 미틸레네의 피타코스, 아테네의 솔론, 스파르타의 킬론, 린도스의 클레오불로스, 스키티아의 아나카르시스(Anacharsis)를 꼽았습니다.*
* 플루타르코스, '7현인의 저녁식사', 『모랄리아』, 한길사, 2021.

파우사니아스는 밀레토스의 탈레스, 프리에네의 비아스, 미틸레네의 피타코스, 린도스의 클레오불로스, 아테네의 솔론, 스파르타의 킬론, 그리고 케나이의 미손(Myson)을 '칠현자'로 꼽았습니다.*
* Paus. Description of Greece, 10.24.1.

해당 격언의 지은이로 7현자를 말하는 기록은 신전이 지어지고 수백년이 흐른 뒤에 쓰였습니다. 그러니 그 기록을 '그럴 듯한 상상'의 결과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이 격언을 소크라테스가 말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된 것은 단연 플라톤 때문입니다. 유명한 제자를 둔 덕분에 이런 '오귀인'도 일어난 것이죠. 플라톤은 Charmides(164D), Protagoras(343B), Phaedrus(229E), Philebus(48C), Laws(II.923A), Alcibiades I (124A, 129A, 132C)에서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를 언급하는 대화를 적고 있습니다(Know thyself).

소크라테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학자로 유명합니다. 이 격언도 그의 '무지에 대한 앎'(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을 이야기하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 '메타-인지' 판단으로부터 확실한 앎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그의 철학적 사색과 대화의 요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격언은 주로 철학적이며 성찰적인 '자기 인식'의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이 오귀인 사례는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누가 처음 한 말인지는 모르는 유명한 격언이 특별한 현자가 한 말로 여겨진 사례입니다. 누가 한 말인가는 많이 이야기가 되지만, 어디에 쓰인 것인가는 잘 이야기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경구가 '신전'에 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종교적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만한 것이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다뤄 보겠습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예수 가족의 무덤, '예수 신화'에 이야기를 더하다

 얼룩소에 2023년 8월 2일에 쓴 글입니다. *  *  * 최근에 『예수의 무덤: 역사를 뒤집을 고고학 최대의 발견』(2007)이란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수의 무덤』의 표지(출처: 교보문고) 원제는 The Jesus Family Tomb: The Discovery, the Investigation, and the Evidence That Could Change History (예수 가족의 무덤: 역사를 바꿀 수 있는 발견, 조사, 그리고 증거, 2007)입니다. 이 책을 보고 '제임스 카메론'이 등장할 것을 알기는 어렵지요. 관련 논란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리 놀라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책을 펼치면 '추천의 글'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이 제임스 카메론(캐머런)이었습니다. 『예수의 무덤』 17쪽, '추천의 글' 글쓴이 그런데 이 책의 문제 의식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역사학자, 성서학자의 '예수의 실존'에 관한 일반론에 대한 반박을 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물리적 증거(예수 가족의 무덤)가 심차 자코보비치(Simcha Jacobovici)와 찰스 펠리그리노(Charles R. Pellegrino)에 의해서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요즘 많은 전문가들이 예수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는 한다. 이교도들의 신, 죽음과 부활의 신화, 1세기경 유대인들의 메시아 전통 등이 결합되어 조작된 존재로, 예수 역시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처럼 역사적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 그리고 대부분의 학자가 크리스마스도 동지를 축하하는 이교도의 전통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한다. 동정녀 잉태와 부활 등 예수의 이야기에서 기본적인 틀을 이루는 많은 부분이 예수의 존재보다 적게는 수백 년을 앞서고 있기 때문에, 예수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이유로 조작된 신화적 인물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예수 그리스도가 실제로 이 땅에서 살았다는 물리적 증거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

태백산, 산당, 서낭당 그리고 사람들┃답사 후기

[2017년 6월에 태백산 일대의 답사를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답사는 6월 3일부터 6월 4일까지. 후기 작성일 2017. 6. 7.] · · · 태백산에 다녀왔다. 천제단, https://www.khan.co.kr/local/Gangwon/article/202204281434001#c2b 난 답사를 싫어한다. 주위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왜 가야 하나'에 적절한 답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학부 때는 '학술'을 가장한 MT같은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싶었는데, 대학원에 들어와서는 그마저도 관심이 시들해졌다. '학'은 사라지고 '술'을 위해서 가는 것이라면 또 굳이 갈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실제 답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답사에서 무언가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박사수료 후부터 조금 달라졌다. 이제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도 재미가 있다. 왜 그런가 싶었는데, 역시 수준 높은 연구자들과 함께 가서 그런 것 같다. 혼자 갔다면 도저히 그곳의 이야기,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을 터다. ('자기 문제의식'이 명료화 되었다는 점도 중요한 것 같기는 하다) '산악신앙'은 상식적으로는 '원시신앙'으로 학술적으로는 자연신앙 내지는 마을신앙과 관련된 민속신앙으로 이야기된다. 고도의 신학적 이야기, 그래서 인생의 의미를 음미하는 따위의 것이 담겨있지 않다. 그래서 상당히 빈곤하게 이해된다. 그런데 이번에 태백산 답사를 가서, 거기에 '인간'을 들여다 보는 '어떤 창'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게 되었다. 산은 '신성한 곳'이다 태백산 같이 높은 산, 주변 지역의 '중심'이 되는 산은 특히 그렇다. 그런 산들은 일단 직접적으로 인간에게 '위험'하다. 맹수로부터 목숨을 위협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높...

우리 뇌의 '미래 보상 감지기'로서의 세로토닌?!

최근 오타와 대학교 연구팀이 세로토닌 뉴런이 우리 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우리가 일상에서 수많은 결정을 내릴 때 세로토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세로토닌의 새로운 역할: 미래 가치 예측자 세로토닌(serotonin)은 흔히 '행복 호르몬' 또는 '기분 좋게 만드는 화학물질'로 알려져 있다. 많은 항우울제가 이 세로토닌 시스템을 대상으로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세로토닌의 정확한 역할은 그동안 과학자들에게 수수께끼였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중요한 발견은 세로토닌 뉴런이 단순히 즐거움이나 고통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 가치(prospective value)'라는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이는 가까운 미래가 얼마나 좋을지를 뇌에 알려주는 일종의 예측 신호이다. 강화 학습 이론과 뇌 연구의 만남 연구팀은 '강화 학습 이론(reinforcement learning theory)'과 뇌의 세로토닌이 풍부한 지역인 '등쪽 솔기핵(dorsal raphe nucleus)'에서 얻은 신경 기록을 결합했다. 강화 학습 이론은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사용되는 개념으로, 행동의 결과를 바탕으로 학습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쉽게 말해, 좋은 결과를 가져온 행동은 반복하고, 나쁜 결과를 가져온 행동은 피하게 되는 학습 방식이다. 등쪽 솔기핵은 뇌간의 한 부분으로, 세로토닌을 생산하는 뉴런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 지역은 우리의 기분, 수면, 식욕 등 다양한 기능에 관여하고 있다. 의외의 보상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세로토닌 뉴런 연구에 따르면, 세로토닌 뉴런은 특히 '예상치 못한 보상(unexpected rewards)'에 가장 강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갑자기 길에서 돈을 발견했을 때 우리 뇌의 세로토닌 뉴런은 평소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는 세로토닌이 단순히 현재의 즐거움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