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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24의 게시물 표시

'델포이 신전의 작은 옴파로스'는 옴파로스가 아니다?┃델포이 신전의 E 심볼의 비밀(2)

※이 글은 얼룩소 글(23.5.15)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지난 번 글( 델포이에서 아폴로는 테미스를 쫓아냈나? )에 이어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옴파로스에서 나온 E Γã(E Ga[Ge])를 근거로 아폴로 신앙이 들어오기 전 그리스 전역에 퍼져있던 대지모신(가이아 혹은 테미스)에 대한 신앙이 존재했고, 아폴로가 이를 대체했지만, 대지모신의 심볼은 재활용되면서 델포이 신전의 상징으로 남겨지게 되었다는 베이츠의 가설을 살펴 보았습니다.  그 출발점이 된 옴파로스가 과연 기원전 7세기에 만들어진 것인지, 새겨진 문자를 과연 E Ga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20세기 중반에 새로운 가설이 제시되었습니다. 그 주장이 맞다면 베이츠의 가설은 기초가 무너지면서 E의 비밀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됩니다. 델포이의 여러 옴파로스 베이츠 가설의 토대가 된 쿠르비(Courby)의 주장[돌은 기원전 7세기 이전 것이고, 새겨진 문자는 E Ga이다]을 강력하게 부정한 장 부스케(Jean Bousquet)는 작은 옴파로스의 재질, 덧붙여진 성분, 부속 물건(칼) 등에 주목해서 이 돌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이 문제를 살피기에 앞서서 델포이 신전의 옴파로스를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옴파로스'로 불리는 게 한 두 개가 아니거든요. '옴파로스'는 그리스말로 '배꼽'을 말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한 세상의 중심을 나타내기 위해서 이 옴파로스를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델포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은 신화적 이야기로 이렇게 표현되었다고 하지요. 어느 날 제우스가 세계의 중심을 알아보기 위해 세상의 양 끝에서 각각 독수리를 날렸고, 독수리는 똑같은 속도로 서로를 마주 보고 날아 왔고, 델포이 상공에서 서로 교차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우스가 지구의 중심을 표시하기 위해서 이곳에 돌덩어리를 놓았고, 그것이 우리가 옴파로스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

델포이에서 아폴로는 테미스를 쫓아냈나?┃델포이 신전의 E 심볼의 비밀(1)

※이 글은 얼룩소 글(23.5.12)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너 자신을 알라'(ΓΝΩΘΙ ΣEΑΥΤΟΝ, gnothi seauton*)라는 경구가 델포이 아폴로 신전의 어느 위치에 새겨져 있다고 볼 수 있는지를 다루면서 '델포이 신전의 심볼'로 여겨지는 'E'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지난 글 ). 이 심볼의 수수께끼에 대해서 제법 다양한 학술적 논의가 전개되었더군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ΣEΑΥΤΟΝ(seauton) 말고 ΣΑΥΤΟΝ(sauton)으로 쓴 경우도 많은데, 주로 책에 쓰인 경우였다고 합니다. 델포이 신전의 E가 가진 비밀 델포이 신전의 심볼 E는 우리에게는 낯선 것이긴 합니다만,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격언이 새겨졌던 곳 근처에 함께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무, 청동, 황금 버전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의 가운데 빨간 원 안의 기호가 '델포이의 E(delphic E)'로 불리는 것입니다. 다만 해당 기호는 최근에 유행하는 버전인 것으로 보이고, 과거에는 E의 모습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그림1. 델포이 신전의 심볼 E, delphic E라는 문자를 보여준다. 이 이미지의 심볼의 모양은 고대 신전에 새겨진 것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출처: https://realgreekexperiences.com/delphic-maxims) 지난 번 글에서 봤던 2세기의 로마 주화에는 명확하게 'E'라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림2. 파우스티나 황후 기념 주화와 하드리아누스 황제 기념 주화 속 델포이 신전의 'E', 이미지 출처: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3576039089095158&set=p.3576039089095158&type=3 애초 기호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cf. 아래 그...

'너 자신을 알라'는 델포이 신전의 어디에 새겨져 있었을까?

※이 글은 얼룩소 글(23.5.7)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ΓΝΩΘΙ ΣEΑΥΤΟΝ'[gnōthi seauton/그노시 세아우톤]이란 글귀는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서 정확이 어디에 새겨져 있었을까요? 델포이 신전 입구의 기둥에 새겨져 있었다고 하거나 그냥 입구에 새겨졌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느 위치를 말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 해당 유적이 거의 무너져 있으니 확인할 수가 없어서 그렇겠지요. https://www.tripsavvy.com/temple-of-apollo-delphi-complete-guide-4172549 신전 전면의 페디먼트(pediment)나 프리즈(frieze)에 쓰여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만, 옛 사람들은 다른 곳을 말했습니다. 디오도로스 시켈로스(기원전 1세기)는 신전 입구 쪽의 기둥(column)이라고 하고, 또 파우사니아스(110-180)는 프로나오스(pronaos)에 쓰였다고 했으며, 마크로비우스는 입구문의 문설주에 쓰였다고 봤습니다. 플라톤의 『파이드로스』의 고대 주석자는 신전의 입구(propylaea)에 새겨져 있다고 기록했습니다. 기둥(column)은 유적으로도 많이 봤기 때문에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문설주도 알 수 있습니다만, 나머지는 그리스 신전 건축 양식을 알아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리아, 이오니아, 코린트 건축 양식 (출처: https://www.khanacademy.org/humanities/ancient-art-civilizations/greek-art/beginners-guide-greece/a/greek-architectural-orders) 페디먼트 는 전면의 지붕을 지탱하는 삼각면 박공(gable)을 말합니다. 위 그림에서 이오니아식(Ionic order)의 맨 위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https://study.com/learn/lesson/what-is-a-pediment-in-architecture.html 프로나오스 는 신전 내부로 들어가는 ...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다

※이 글은 얼룩소 글(23.5.4)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γνῶθι σεαυτόν [gnōthi seauton]  https://exploringyourmind.com/the-origin-of-the-famous-saying-know-thyself/ 이 말은 여전히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여겨지기도 합니다만, 소코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라는 것도 제법 알려져 있습니다. http://maincontents.com/bbs/board.php?bo_table=card_news&wr_id=22, https://www.youtube.com/watch?v=XgL8hpCvyyM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앞 기둥'에 새겨진 글귀가 그 출처라고 하죠. 그 이상의 출처 찾기는 낯선 문제이긴 하지만, ' Know thyself '(영어 위키)만 보더라도 델포이 신전에 새겨지기 전에 '어떤 발화자'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제법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소크라테스 외에 이 격언의 지은이로 여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볼까 합니다. 본래의 출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격언을 말한 것으로 여겨진 고대 그리스의 현자들에는 프리에네의 비아스(Bias of Priene), 스파르타의 킬론(Chilon of Sparta), 린도스의 클레오불로스(Cleoboulos),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 케나이의 미손(Myson of Chenae), 미틸레네의 피타코스(Pittacos), 피타고라스(Pythagoras), 아테네의 솔론(Solon), 밀레토스의 탈레스(Thales) 등이 있습니다. "삶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을 아는 것이다" - 탈레스 https://knowyourmeme.com/photos/1151984-philosophy 격언을 만든 사람을 '칠현자'로 ...

신과 사후 세계는 존재하는 게 아니다. 다만 필요할 뿐이다.

※이 글은 얼룩소 글(23.4.23)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귀신, 유령, 언데드, 그리고 신은 존재할까? 천국과 지옥은 존재할까? 현대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종교와 관련된 대표적인 질문 중 하나 입니다. 이런 질문이 제기되면 종교인과 비종교인 사이의 갑론을박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뭔가 시대착오적인 질문 같은 느낌입니다. 믿음의 문제가 사실의 문제로 오인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안될과학〉에서 '귀신 존재에 대한 과학적 증명' 문제를 다룬 바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HgA0Xlzdko 당연한 결과를 확인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과학적으로 귀신(죽은 자의 영혼)이 존재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실험의 가정이 '존재한다는 것은 물질이라는 것이고, 물질이라면 질량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신이나 영혼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에게 어떤 '충격'도 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들은 분명, '그 가정이 틀렸다'고 하지 않을까요? 우리 마음 속 상상으로 떠올리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것은 어딘가 어색합니다. 페가수스를 상상할 수 있다고 해서, 페가수스가 존재했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페가수스는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던져지지 않는다, https://www.techm.kr/news/articleView.html?idxno=86781 그러나 신이나 귀신, 유령, 그리고 사후 세계에 대해서는 늘 '존재한다, 아니다'라는 논란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너무 확신에 찬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분명 영적 존재나 사후 세계를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인간의 마음이...

복어가 아니라 북어가 행운의 부적이 된 사연은?

※이 글은 얼룩소 글(23.4.16)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복어와 북어, 출처: https://www.kb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830688,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24408 비슷한 명칭이라 참 헷갈리는 복어와 북어, 저만 북어를 '복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나무위키의 '북어' 설명 중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습니다. '북어', 나무위키 '복어' 나무위키 항목에는 이런 정보가 붙어 있기도 합니다. '복어', 나무위키 복어를 '북어'*라고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북어' 발음이 더 어려워서일까요? 민속신앙과 관련해서 '복(福)'과 관련된 것은 북어입니다. 복(福)과 같은 발음을 사용하는 복어가 행운의 부적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북어는 일반적으로 '말린 명태'를 말합니다. 한자로는 '北魚'죠. '북쪽에서 온 물고기'라는 의미입니다. 황태와 구분하지만, 원래부터 구분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황태는 '더덕북어'라 불리는 북어 중의 최상품을 구분하는 명칭인 듯합니다). 이 명칭은 명태를 말린 형태로 유통하기 시작한 이후에 정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종교적 관습(특히 미신으로 불리는)에는 '소리'나 '형태'의 유사성 때문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숫자 4와 죽을 사(死)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숫자 4를 꺼림칙하게 여기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복조리는 소리가 아닌 행동의 유사성 때문에 복과 관련이 됩니다. 조리가 쌀을 일어 불순물(주로 돌)을 제거하는 것처럼 '복조리'는 복을 담을 수 있다는 연상을 한 것이죠. 그런데 '복어'는 '福'과 관련되지 ...

기독교 방언과 빙의는 유사하다

※이 글은 얼룩소 글(23.4.10)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우리말 '방언(方言)'은 '사투리'(dialect)라는 의미와 '신적 존재의 영향에 의해 하게 되는 인간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glossolalia)이라는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기독교에서 통상 '성령이 함께하는 상태에서 하게 되는 말'로 이해됩니다. 과거 그림에는 후광이나 머리 위의 하얀 불꽃처럼 표현하곤 했습니다. Gustave Doré(1832-1883)'s "The Descent of the Spirit", https://ayomideakinbode.medium.com/speaking-the-tongues-of-angels-and-men-a-conundrumsconundra-of-the-21st-century-church-696ecd22f930 우리말 '성령'으로 번역되는 'holy spirit'은 'spirit' 중에서 좀 '다른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절대신과 관련된 영입니다. 기독교(가톨릭, 개신교, 정교회 등)의 교리에는 '성령'은 '성부'(하느님), '성자'(예수)와 동일하다고 규정합니다(삼위일체)만, spirit이라고 한 바로 보면 어떤 '영적 존재'를 떠올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통상 '귀신'이라거나 '유령'이라고 부르는 것들도 다 spirit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성령은 그 중에서도 절대신에 속한 것이라는 '예외적 감각'이 담겨있습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우리가 귀신이나 유령을 떠올리는 감각(인식)을 성령이란 존재를 떠올릴 때도 활용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빙의의 징후 방언으로 말하는 사람은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말하는 것입니다. 아무도 그것을 알아듣지 못합...

만우절 장난과 빙의의 관계 │ 놀이와 주술적 사고의 관계

※이 글은 얼룩소 글(23.4.1)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https://www.bbc.co.uk/teach/school-radio/primary-school-assemblies-collective-worship-ks2-april-fools-day/z9ttxbk 전에 쓴 " 핼러윈, 크리스마스, 만우절의 공통점 "이라는 글에서 만우절이 신년 의례였다는 것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만우절과 관련된 내용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만우절은 봄을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기는 관습의 산물로 보인다. 서구의 ‘만우절’은 16세기 후반에 프랑스에서 신년 첫 날을 1월 1일로 정리하면서(Édit de Roussillon, 1564) 공식 신년 기념일과 지방의 관습이 어긋나게 된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명하다. 16세기 후반 프랑스의 각 지역 신년 기념일에 대한 기록을 보면, 어디는 크리스마스(12월 25일), 어디는 3월 25일, 어디는 부활절이었다. Édit de Roussillon이 반포될 때 프랑스 지역별 신년 기념일. 지도 구글맵, 자료 'Edict of Roussillon', Wikipedia.com 4월 1일은 3월 25일에 시작하는 춘분 축제와 관련된 날짜다. (캘린더의 1일은 시간의 시작일로 적합하다. 1주일의 축제가 끝나면 4월 1일이 된다. 동지 축제가 시작되는 12월 25일에서 일주일 쯤이 흘러 1일이 시작되는 날은 1월 1일이다. 참고: 천문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1월 1일은 왜 새해 첫날이 되었을까? ) 1월 1일을 신년 첫 날로 정하면서, 4월 1일은 신년으로서의 의미가 퇴색되었다. 유럽의 다른 신년 축제 때, 장난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중세 크리스마스 때 '바보들의 축제'. 참고: 기독교 시대의 크리스마스도 연말 잔치 느낌 ) 만우절을 특징짓는 ‘장난’, ‘농담’, ‘악의 없는 거짓말’ 등이 여러 신년 의식에서 나온 행동 양식과 비슷하다. 만우절 장난은 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