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뇌는 어떻게 산만함을 억누르고 집중력을 유지하는가┃신경종교학을 위한 논문 읽기(2)

최근 발표된 한 신경과학 연구는 우리의 주의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하며, 특히 신경종교학(neurotheology)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 연구는 사람들이 주의력을 유지하고 주의 산만을 극복하는 뇌의 메커니즘을 다루는데, 현대 사회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주제다. 

이번 글에서는 주의력과 주의 산만의 신경과학적 기제를 파헤친 최신 연구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고, 나아가 종교적 경험과 주의력의 관계를 진화인지종교학 관점에서 주목할 부분을 생각해 본다. 이를 통해 뇌가 어떻게 집중을 지속하고 방해를 무시하는지, 그리고 종교적 수행과 의례가 이러한 주의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https://neurosciencenews.com/attention-distraction-neuroscience-28438/


'신경과학 뉴스' 관련 기사 내용

미국 워싱턴 대학교 세인트루이스(WUSTL) 연구진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뇌가 집중을 유지하는 방법을 조사하였다. 놀랍게도,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일 때 단순히 더 힘껏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방해가 되었던 산만한 자극을 무시함으로써 집중력을 높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시 말해 뇌는 중요한 정보 처리 능력을 극대화하기보다는, 방해 요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전략을 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견은 주의력이 작동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며, 주의 산만을 다루는 기존 이론에 대한 업데이트를 요구한다. 연구팀은 “어려운 과제를 겪은 후 뇌가 그때 방해되었던 요소에 익숙해져서, 다음번에 비슷한 방해가 나타나도 영향을 덜 받게 된다”는 주의 조절의 적응 현상도 확인했다. 이는 우리의 과거 경험이 현재의 주의 집중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뜻으로, 주의력이 일종의 학습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실험에서 연구진은 현실 세계와 유사한 복잡한 멀티태스킹 상황을 만들고자 새로운 과제를 도입했다. 기존의 스트룹(Stroop) 테스트처럼 하나의 방해 자극만 사용하는 대신, 네 가지 독립적인 정보 차원(모양, 색깔, 테두리 형태, 움직임 방향)을 지닌 시각 자극을 동시에 제시하여, 사람들이 다중 작업 환경에서 어떻게 주의를 배분하고 조절하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이전에 방해를 받았던 특정 자극에 대해 다음에 등장했을 때 반응을 억제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반대로 이전에 방해 요인이 아니었던 새로운 자극에 대해서는 여전히 주의를 기울였다. 

요컨대 “한 번 산만했던 것에는 익숙해져서 잘 무시하게 되고, 새로운 정보에는 여전히 귀를 기울인다”는 점이 관찰됐다. 이는 집중 유지의 비결이 우리가 생각하듯 어떤 대상에 정신을 더 쏟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느꼈던 요소를 학습을 통해 걸러내는 능력에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행동 관찰 결과를 신경망 모델로도 해석했다. 인공지능 기반 뉴럴 네트워크 모델을 사용하여 인간의 주의 조절 과정을 시뮬레이션했는데, 여러 방해가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사람과 유사하게 동작하도록 구축한 모델이, 한 번 방해 요소로 작용했던 입력을 이후 단계에서 자동으로 억제하는 방식을 보였다. 이는 인간 두뇌의 적응적 주의 필터 기능을 시사하며, 연구진은 뒤이어 이 과제를 수행하는 참가자들의 뇌를 fMRI로 촬영하여, 어떤 뇌 부위가 이러한 주의 적응을 담당하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 사회에서 이 연구는 특히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 스마트폰 알림, 소셜미디어 피드, 쉴 새 없는 뉴스 업데이트 등 정보의 폭주 속에서 현대인의 주의 산만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년 사이에 사람들의 평균 집중 지속 시간이 약 2분 30초에서 45초 내외로 크게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어, 우리는 예전만큼 한 가지 일에 몰입하지 못하고 금세 산만해진다. 

일례로 하루 종일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알림과 정보는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해 주의를 분산시키며, 많은 사람이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려 하지만 실제로는 멀티태스킹을 잘 하고 있다고 착각할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주의력 부족의 시대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방해를 무시함으로써 어떻게 집중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 주목된다. 나아가 이러한 통찰은 인지 훈련 프로그램이나 ADHD 치료 등에 응용 가능하여, 현대인의 집중력 향상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경종교학을 위한 검토

위 연구 결과는 신경종교학(neuroscience of religious culture)에서도 흥미롭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종교적 수행은 오랜 세월 동안 주의력과 깊은 관련을 맺어 왔는데, 명상이나 기도가 바로 집중을 통한 의식 상태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한 최신 연구에서는 불교의 선정(명상)과 기독교의 방언 기도가 겉보기엔 대조적이지만, 실제로는 주의-각성-해방(Attention-Arousal-Release) 스파이럴이라는 인지적 피드백 루프를 활용해 깊은 몰입 상태와 황홀감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보고됐다(The Spiral of Attention, Arousal, and Release).

수행자가 호흡, 만트라 혹은 신앙의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면, 이를 통해 생긴 긍정 정서가 다시 집중을 용이하게 만들어 몰입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즉, 종교적 황홀경은 단순한 감정 폭발이 아니라 의도적인 주의 집중에 의해 일어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심리적 안정과 희열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신경과학 연구들은 또한 명상기도가 뇌의 주의력 회로에 변화를 준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평소 명상을 규칙적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잡념이나 마음의 방황을 일으키는 뇌의 자동활동을 더 효과적으로 잠재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뇌 스캔 결과, 오랜 수행을 쌓은 명상가들의 내적 사고 관련 활동이 안정적 패턴을 보였으며, 전두엽을 비롯한 주의집중 담당 부위가 강화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도 역시 유사한 영향을 미쳐, 특정 신앙 대상에 몰입할 때 전두엽 활성화가 두드러지고 언어적 반복을 통한 집중이 뚜렷해진다. 

이처럼 종교적 수행은 뇌의 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산만함을 억제하여, 결과적으로 인지적 안정성과 명료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주의 산만종교적 의례의 관계도 주목된다. 종교 의례는 대부분 정해진 순서와 반복적 행동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의례 동작에 정신을 집중하게 되어 일상적 걱정이나 잡념을 떨치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의례의 반복성이 가져오는 인지 부하가 개인의 작업기억을 점유함으로써 불안이나 부정적 생각이 침입할 여유를 줄여준다고 설명한다. 예배당에서 함께 찬송가를 부르거나 기도를 낭송하는 경우도, 그 리듬과 언어적 반복에 개인의 주의가 집중되어 잡념이 차단된다. 실제로 의례는 큰 슬픔이나 불안을 겪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통제감을 되찾도록 돕는 역할을 해왔다고 여러 연구가 시사한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주의력은 인간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기능으로 발전해 왔다. 위험을 회피하고 사회적 협력을 유지하려면 특정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고, 잡음을 걸러내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종교적 신념과 의례는 이러한 주의력을 집단 차원으로 확장하여, 공동체를 하나로 묶고 협동을 촉진하는 장치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집단 의례를 통해 많은 사람이 동시에 같은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면 정서적 동기화가 일어나 친밀감과 유대감이 강해지고, 이는 공동체 내 신뢰와 협력을 증진한다. 

또 “신이 나를 지켜본다”는 신념은 개인의 일상적 행위에도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이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도덕적 규범을 어기지 않도록 자제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연구도 있다. 결과적으로 종교는 인간의 주의력 체계를 교묘히 활용해 개인의 정신 안정, 집단의 결속, 문화적 지속성을 도모해 온 셈이다.


주의력과 산만함에 대한 이번 신경과학 연구는 현대 사회의 집중력 문제를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종교적 경험과 의례가 주의력을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해명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뇌가 방해를 무시함으로써 집중을 유지한다는 사실은, 명상·기도·의례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주의의 핵심 작동 원리와 맥이 닿아 있다. 종교적 행동 전략이 주의력 관리의 측면에서 효과적인 기술인지에 대해서 과학적 검토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고문헌

  • Kool, Wouter, and Davide Gheza. “Adaptive Distractor Filtering in Complex Tasks: Investigating the Cocktail-Party Effect.” Nature Human Behaviour (2025): 1–12.

  • Stroop, John Ridley. “Studies of Interference in Serial Verbal Reaction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18, no. 6 (1935): 643–662.

  • Newberg, Andrew, Eugene D’Aquili, and Vince Rause. Why God Won’t Go Away: Brain Science and the Biology of Belief. New York: Ballantine Books, 2001.

  • Lazar, Sara W., Catherine E. Kerr, Rachel H. Wasserman, Jeremy R. Gray, Douglas N. Greve, Michael T. Treadway, Metta McGarvey, et al. “Meditation Experience Is Associated with Increased Cortical Thickness.” NeuroReport 16, no. 17 (2005): 1893–97.

  • Boyer, Pascal, and Pierre Liénard. “Why Ritualized Behavior? Precaution Explanations and a Problem of Cooperation.” Current Anthropology 47, no. 6 (2006): 859–82.

  • Singer, Tania, and Olga M. Klimecki. “Empathy and Compassion.” Current Biology 24, no. 18 (2014): R875–R878.

  • Newberg, Andrew B., Abass Alavi, Eugene G. Loughead, et al. “The Neural Basis of Prayer and Spirituality.” Journal of Nuclear Medicine 44, no. 2 (2003): 239–48.

  • McCullough, Michael E., and Brian L. B. Willoughby. “Religion, Self-Regulation, and Self-Control: Associations, Explanations, and Implications.” Psychological Bulletin 135, no. 1 (2009): 69–93.

  • Rossano, Matt J. “Ritual Behavior and the Origins of Modern Cognition.” Cambridge Archaeological Journal 19, no. 3 (2009): 243–56.

  • Dunbar, Robin I. M., et al. “Social Laughter Is Correlated with an Elevated Pain Threshold.”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79, no. 1731 (2012): 1161–67.

  • Brahinsky, Josh, Jonas Mago, Mark Miller, Shaila Catherine, and Michael Lifshitz. “The Spiral of Attention, Arousal, and Release: A Comparative Phenomenology of Jhāna Meditation and Speaking in Tongues.” American Journal of Human Biology 36, no. 12 (2024): e24189.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위로가 없는 '차가운 종교학', Science of Religion을 생각하며

※이 글은 얼룩소 글(23.7.13)을 옮겨온 것입니다. ━━━━━━ ♠ ━━━━━━ 종교라는 주제를 다루려면 '위로'가 필요하다? 이 말을 저는 곳곳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그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정재승 박사가 총괄자문 및 프리젠터로 참여한 다큐 시리즈 '뇌로 보는 인간'의 마지막 '종교' 편에 제가 자문으로 참여하여 아주 짧은 시간 출연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시청률이 높았던 편이 아니라서 사람들로부터 별다른 반응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우연히 EBS 다큐를 보던 친구가 '야, 너 나왔더라...잠깐 ㅎㅎ', 이런 반응을 보인 예가 있었을 뿐입니다. 함께 자문에 참여한 구형찬 박사(인지종교학)가 종교학자로서는 메인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뇌로 보는 인간' - 종교 편의 한 장면┃저는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몇 년이 지나서 그때 나왔던 미디어 비평 기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스 기사 캡쳐 해당 다큐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다음에 이런 논평을 내 놓았습니다. 미디어스 관련 기사 '위로가 없다'는 비판 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종교라는 주제를 다룰 때 사람들은 그런 것을 기대하곤 합니다. '종교의 본질', '참된 의미' 같은 것을 발견하고, 뭔가 진리의 말씀이나 인생을 통찰할 수 있는 지혜를 얻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종교학도 존재합니다. '현대인의 종교는 병들었다'는 진단을 내리며 '고대인의 지혜'를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거나 모든 종교에 담겨있는 가장 고귀한 가르침(가령 황금률 같은)은 모두 상통하고 그것이 인간이 향유해야 할 소박하지만 분명한 진리라고 이야기하는 예도 있습니다.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출처: Wikimedia Commons 종교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막스 뮐러는 '종교학으로의 초대(Introduction to the Science ...

"뇌 회로는 친숙한 것, 중요한 것과 단순한 배경을 식별합니다."(논문 정리)

흥미로운 신경과학 연구 소개를 봤습니다. 친숙한 것과 중요한 것을 먼저 식별하는 뇌 경로에 관한 연구입니다. '신경종교학'에 참고가 되는 논문일 것으로 판단되어,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  *  * Brain Circuit Identifies What’s Familiar, Important, or Just Background┃Neuroscience News.com 요약 : 과학자들은 기억과 감정을 통합하여 감각 정보를 빠르게 평가하는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뇌 회로를 발견했습니다. 내측후각피질(entorhinal cortex)과 해마(hippocampus) 사이의 이 직접 피드백 루프를 통해 뇌는 중요한 광경과 소리를 거의 즉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알려진 더 느린 경로와 달리, 이 회로는 관련 자극과 배경 소음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PTSD와 자폐증과 같은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발견은 뇌가 정보를 걸러내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감각 및 기억 관련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 ───  익숙한 것을 한눈에 알아보는 뇌 회로, 해마의 비밀 우리는 왜 친숙한 얼굴이나 물건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요? 반대로 처음 보는 것은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런 능력 뒤에는 우리의 기억 이 큰 역할을 합니다. 뇌의 해마(hippocampus)라는 부분이 과거의 기억을 보관하고 있다가, 현재 들어오는 감각 정보와 비교하여 이것이 익숙한지 새로운지 판단하도록 돕는 것이죠. 예를 들어, 해마는 “이건 예전에 봤던 거야” 혹은 “처음 보는 거네”라는 신호를 뇌의 다른 부분에 보내 우리의 인식을 조절합니다. 이 덕분에 우리는 중요한 새로운 정보 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미 아는 것은 배경 소음처럼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해마는 특히 대뇌피질의 한 부분인 내후각 피질 (entorhinal cortex)과 긴밀히 소통합니다. 내후각 피질은 오감에...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은 많다?│시간과 종교적 본능

※ 이 글은 '얼룩소'에 2023년 1월 2일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부제를 약간 수정) ─── ∞∞∞ ─── 1년의 시작점은 많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간은 동지, 설, 정월대보름, 입춘 등입니다. 전에 이야기한 16세기 후반 프랑스의 신년 기념일들처럼( 참고 ) 같은 나라 안에서도 여러 신년 기념일이 있는 경우는 특이한 현상이 아닙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원래 지역적인 단일성은 있었을 겁니다. 특정 지역에서는 1월 1일이다, 이 동네는 음력 설이다, 이 동네는 입춘이다, 이렇게 말입니다. 이게 어떤 계기에 통합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지역적으로 통일성을 가진 집단들이 묶여서 더 큰 집단으로 통합되면서 시간, 의례 등을 통합하는 과정이 뒤따르게 됩니다. 종교단체 수준에서도 진행이 되지만 국가 수준에서도 진행이 됩니다. 이 과정은 국가의 흥망성쇠, 종교단체의 흥망성쇠 등 집단 구속력의 변화에 따라서 부침을 겪으며 반복·중첩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프랑스에서는 16세기에 신년 기념일을 단일화하려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러한 노력이 19세기말 20세기에 시도되었습니다. 공식적인 수준에서 한 해의 시작일은 그렇게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지만, 의례적으로 기념하는 첫 날은 쉽게 변화하지 않습니다. 이를 문화적 관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선조들이 해왔던 대로 해야 한다는 의식으로 나타남). 여러 신년 기념일은 그런 통합의 힘에도 어떤 현실적 필요에 의해서 과거의 전승이 살아남아 그 흔적을 남긴 덕분입니다. 다만 해당 기념일을 현재에 활용하는 의미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적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면 사라질 운명을 일 겁니다. 그럴 경우 '고유한 문화를 지키자'는 운동이 표출될 수도 있습니다. 집단 정체성과 관련된 전통으로 선택되지 못하면 잊혀지는 것이고요. 동지 우리에게는 팥죽 먹는 날 정도의 의미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이 날도 과거에는 새해가 시작되는 날로 기념되었습니다. 그런 동지 축제가 신년 축제인 사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