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얼룩소의 '스켑틱' 계정에서 쓴 "착각에서 나와라 – 인간 중심적 사고가 만드는 이상한 개념들"이란 글에 대해서 반박하기 위해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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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에서 나와라"라는 글의 출처를 확인해 보죠.
Skeptic(영문판)에서 데이비드 자이글러의 글은 다음과 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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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proquest.com/에서 Skeptic 잡지에 대한 검색 결과 중 상위 3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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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keptic 24(1): 3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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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Skeptic 18, 136-137쪽 |
이 글이 실린 18권은 2019년 6월에 출간되었습니다. 자이글러의 글은 영어판에 실린 뒤 이내 번역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과도한 과학적 회의주의'가 비과학적이라면?
어느 분야의 전문가나 자신의 분야 외의 영역에 대해 자기 분야 만큼의 전문적 식견을 발휘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낯선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의 논의를 어느 정도는 소화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은 수준에서 하는 이야기라면 일상의 사적 모임이나 개인 블로그나 SNS에 자기 의견으로 정리하는 게 나을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자이글러 글에서 다루는 각종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믿음은 '인간 중심적 사고'가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저자가 지나치게 용감(?)하고 오만하게 '편리하고 쉬운 적'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의 논의가 비과학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인간 행위자 기반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상상은 인지적 편향 때문에 나타납니다. '직관적 추론'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반성적 사고(reflective thought) 수준의 '의식적 사고 작용'의 결과가 아닙니다.
cf. 사람들은 귀신을 믿는 게 아니다
미신을 떠올리는 마음
2. 목적론적 사고 등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믿음들은 세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활동'이 아니라 '생존 위기 상황에서 정신승리 회로로 존버하는 행동전략'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cf. 징크스, 미신은 효과가 있다
미신은 '마약성 진통제'에 비교될 수 있다
종교적 믿음,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믿음 등은 인간의 진화된 본성과 상당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이러한 사실이 신경과학자, 진화생물학자, 진화심리학자, 진화인지적 관점의 종교 연구자(인류학자 및 종교학자) 등에 의해서 풍부하게 논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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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인지적 관점의 과학적 종교연구서와 신경과학적 종교연구서들 중 일부 |
이런 결과를 고려할 때, '답정너'식으로 '모든 종교적 믿음/목적론적 사고/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믿음/미신적 사고 등'이 '나쁘다', '피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과학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어느 수준까지 문제가 되지 않는지, 어느 수준까지 유익한지는 아직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지만, 그런 수준의 구분을 해서 인간의 종교적 특성을 이해하고, 현실의 삶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지식을 전달할 수는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학적 회의주의도 극단에 치달으면 과학적 '잠정성'의 가치를 외면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반종교론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에 종교라는 현상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제가 신뢰할 만하다고 보는 시각은 최재천 선생님 버전과 김상욱 선생님 버전이 있습니다. (종교학 연구자로서는 다소 아쉬운 버전입니다만..) 한 번 찾아서 보실 만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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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최재천의 아마존'과 'tvN'에서 |
11권 “무신론의 세 가지 카테고리”*라는 글을 보면, 저자들은 도킨스의 무신론적 태도가 ‘교조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회의적 태도’와 ‘교조적 태도’는 구분되고 있습니다.
* 브리트니 페이지, 더글러스 내버릭, “무신론의 세 가지 카테고리: 불가지론과 무신론은 서로 다른가”, 〈스켑틱〉 11권, 193-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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