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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귀신을 믿는 게 아니다, '믿음'이라는 함정 카드

믿음이라는 '함정 카드'

이제까지 인류는 귀신, 유령과 같은 ‘영적 존재’를 ‘믿어’왔다. 이제는 누구도 귀신을 믿는다고 쉽게 말하지 못한다. 

전전세기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Edward Burnett Tylor는 기독교적인 종교 개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을 종교라고 이야기했다. 믿음의 대상이 유일신에서 ‘영적 존재’로 확장되었지만(이전 학자들과 비교할 때), 여전히 ‘믿음’은 종교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점이었다. 종교를 이야기할 때 '믿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던져보는 질문이다.

여러분은 귀신을 믿으시나요? 귀신은 과연 존재할까요?

이 질문에 이끌려서 귀신이 없다는 증명을 하거나 귀신이 있다는 증명을 할 수도 있다. 회의주의 과학자들*이 종교 문제를 대할 때 기본적으로 이런 전략을 취한다. (참고: “종교 '억까', 스켑틱의 질문(가설)은 비과학적이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미신’을 비판할 때도 실험하며 결과(물의 결정)가 바뀌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혈액형 성격론’이나 ‘MBTI 성격론’이 유행할 때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 과학적 회의주의, “실증적 연구와 재현성을 바탕으로 증거가 불충분한 주장의 진실성에 대해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 혹은 반증하려는 과학적 태도”인데, 종교 문제에 국한해서 본다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므로) 신은 없어, 그런 거 믿지 말라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귀신이 존재한다면 질량이 있을 것이다?

귀신(유령) 문제는 어떨까? ‘안될과학’에서 그런 사례를 보여준다.

영혼의 무게를 재는 실험이 있었다고 한다. 일명 ‘21그램 실험’이 그것이다. 항간에 ‘영혼의 무게는 21g이다’라는 속설로 퍼져 있다. 미국 매세추세츠 주 헤이브릴의 의사 던컨 맥두걸Duncan MacDougall은 ‘영혼이 실존한다’면 ‘무게’를 가질 것이고(과학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 ‘다른 입자와의 상호작용한다는 말로 기본적으로 질량을 갖고 있다는 뜻’ – 안될과학 ‘귀신’ 편 참고) 그렇다면 사람이 죽을 때 무게를 측정해서 그 차이가 발생한다면 영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측정을 해 보니, 다른 변수들을 제하고 설명되지 않는 무게의 감소분이 ‘21g’으로 나왔다고 한다. 종교계에서 이야기하는 ‘영혼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근거로 개에 대한 실험도 진행했다. 개 15마리가 죽을 때(정확히는 독을 써서 죽이고) 측정해 보니 무게 감소는 없었다고 한다.

맥두걸의 연구를 소개하는 뉴욕타임즈 기사(1907. 3. 11).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과는 엉망이었다. 피험체는 6명에 불과했고, ‘21g’의 근거가 된 피험체는 1구에 불과했다. 이 실험은 귀신 존재를 증명하려 한 ‘창의적 접근’(이그 노벨상에서 평가를 받아야 하겠지만)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실험 자체가 과학적이진 않았다. 의학 저널 등에 해당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지만, 타당성 비판을 받았고 과학계에서는 과학적 성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인간의 미세한 무게 감소나 개에게서 무게 감소가 없었던 이유는 ‘땀’으로 설명된다. 인간은 폐에서 호흡하며 혈액을 식히는데, 죽으면 그 과정이 없어 일시적으로 체온이 상승하여 땀 분비가 일어나 수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아마 그런 식으로 무게 감소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한다. 반면 개는 땀샘이 없어(개는 발바닥을 제외하고 몸에는 땀샘이 없어서 체온을 혀를 통해서 식힌다) 그러한 무게 감소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1907년 어거스터스 P. 클락Augustus P. Clarke이란 의사의 지적).

귀신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한 예들은 그 외에도 많다. 더 궁금하신 분은 위의 ‘안될과학’의 귀신편을 참조하길 바란다.


우리는 귀신을 ‘믿는’ 게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귀신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소비되는 것인지를 오해해서 빚어진 해프닝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과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신과 함께’라는 영화를 보지 않을까? ‘워킹 데드’라는 미드를 보지 않을까? 슈퍼 히어로 영화는 또 어떤가? 그런 초능력을 지닌 존재가 있다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귀신과 유령, 초능력자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믿지’ 않지만 재미로는 수용한다. 오락의 영역에서는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 별로 상관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귀신이나 유령, 언데드, 슈퍼히어로, 산타, 그리고 종교의 신은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상상된다. 다만 보통 인간이 가지지 않는 ‘이상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몸이 없거나(귀신, 유령 등), 썩었지만(죽음) 움직이거나(일반적으로 죽으면 움직이지 않으니까), 초능력을 가지거나(투시, 괴력 등), 하루 밤 만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거나(엄청 빠른 썰매와 좁은 굴뚝을 통과하는 능력), 온갖 기적(병자를 낫게 하고, 죽은 자를 다시 살게 하며, 심지어 세상을 창조)을 행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그런데 세계의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초자연적 존재들에 대한 상상에는 상당히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의 이런 상상이 그저 '믿음'의 결과였다면 왜 이렇게 비슷한 구석이 많을까? 충분히 그런 의심을 해 볼만 하다.


언데드 사례가 말해주는 것은 인간의 ‘직관적 상상력’

언데드 사례를 조금 더 파보자. 세계 도처에는 언데드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모습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그들의 행태는 비슷하다. 죽은 자로 산 자를 '물고 뜯고 씹고 맛보며 피를 빠는' 존재들이다.

중국의 강시, 미국의 좀비(기원은 아프리카지만), 중동의 구울(Ghoul), 유럽의 뱀파이어, 노르웨이의 게엥강거(Gjenganger, 'walking after death'라는 뜻), 아일랜드의 디어그듀(Dearg-due ‘피를 마시는 자’, 여성 뱀파이어), 일본의 가샤도쿠로(がしゃどくろ, 굶주린 해골), 말레시아 등지 동남아의 페난가란(Penanggalan, '제거하다'/'떼어내다', 여성 흡혈귀) ≒ 태국의 크라슈(Krasue, 여성 흡혈귀) ≒ 캄보디아의 압(Ahp, '고통을 주는 존재', 여성 흡혈귀), 인도네시아의 뽀쫑(Pocong, '싸인 수의'), 캐리비언 지역의 수쿠얀트(Soucouyant, 흡혈 노파), 토고와 가나 지역의 아드제(Adze, 반딧불-인간 변신) 등은 각양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죽은 자’, ‘흡혈’ 혹은 ‘식인’을 하는 특성을 공히 가지고 있다.

왜 움직이는 시체(언데드)가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상상이 세계 도처에서 발견될까? 그런 존재를 본 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그 모든 경우에 사람들은 오락을 위해서 그런 존재들을 상상했을까? 

‘귀신 이야기’는 재밌지만, 그런 기능만 하지는 않는다. 무섭고 위험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그런 존재가 출몰할지도 모르는 곳이나 상황’을 회피하게 해 준다. 그들은 무엇이 형상화된 것일까? 다른 걸 생각하기 어렵다. 전염병이다. 

그럼 옛날 사람들이 ‘전염병을 회피하기 위해서’ 그런 존재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런 ‘의도’를 상정하기는 어렵다. 그런 목적의식을 가지고 초자연적인 존재를 떠올리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는 상태로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상황에서 ‘저주’나 ‘귀신’을 떠올리는 습성을 보여준다. ‘누군가의 어떤 행위’로 인해서 ‘좋지 않은 일’(재액)이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과거라면 사람들의 미신적 사고방식이라고 한 마디만 하면 끝이다. 지금에 와서는 인간의 인지 편향을 이야기한다. ‘누군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한 바 때문에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판단은 인간의 여러 인지 추론 체계(뇌의 다양한 정보처리 회로)가 ‘자동적으로’ 작동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칠흑같이 깜깜한 밤 중에 어딘가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났을 때, 우리는 ‘어떤 존재’를 상정한다. 그런데 확인했을 때 아무도 없다면 누구나 ‘귀신’ 같은 존재를 잠깐 떠올린다. 그런 추론이 우리에게 너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들어온 정보가 있는데, 그와 일관된 추가 정보가 확인되지 않을 때, 뇌는 그 빈 공간을 자신의 논리에 맞게 채워 넣는다.


뇌가 만드는 ‘현실’의 모습

몬더그린 효과라는 걸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Who let the dogs out’이라는 노래가 ‘우울할 때 X 싸’로 들리거나 ‘All by my self’를 ‘오빠 만세’로 듣는다든지 하는 현상을 말한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외국어가 듣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국어처럼 들리는 일종의 착각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은 미국인 작가 실비아 라이트Sylvia Wright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어낸 말이다. ‘머레이의 잘생긴 백작(The Bonny Earl of Murray)’이라는 17세기 스코틀랜드 발라드의 가사(시)를 그녀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종종 읽어 주셨는데, 그 내용 중 "그리고 그를 풀밭에 눕혔네(And laid him on the green)"라는 구절을 "그리고 몬더그린 아가씨(And Lady Mondegreen)"로 잘못 알아들었던 일을 떠올리며 만든 용어라고 한다. 몬더그린이란 말이 꼭 외국어를 자국어로 잘못 듣는 경우만 말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우리식으로 '사오정 효과'라 해야 할까?

모호한 소리가 있을 때, 우리 뇌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가장 그럴듯한 소리로 들리게 만들어 준다(팝송의 가사가 영어로 잘 들리는 사람에게는 위 사례가 ‘우울할 때 X 싸’, ‘오빠 만세’로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 그럴듯한 의미가 처음에 어떤 버전으로 명확하게 이해되고 나면 실제 말과 다르더라도 그렇게 듣는 경향성이 생긴다. 우리 뇌에서는 해당 소리 정보를 초기 해석 값에 연결을 시켰기 때문에 동일한 자극에 대해 동일한 아웃풋을 내 놓는 것이다.

우리의 뇌가 모호한 정보에서도 최대한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내 놓도록 진화된 결과이다(위험을 예측하고 생존을 도모하려는 정보 처리 경향). 이 정보 처리 과정은 그저 본능적인 것도 아니고 학습에 의한 어떤 지식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한 때의 ‘경험’이 정보해석의 중요한 자원이 되지만 그것이 충분히 직관적(비의도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보여준다("종교 '억까', 스켑틱의 질문(가설)은 비과학적이다"에서 '착시' 이야기한 부분 참고).

뇌가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피험자가 마네킹 손을 바라보고 있고, 실험자가 그 마네킹 손을 솔로 간질이면서 피험자의 실제 왼손도 간지럽히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yu7v7nWzfo

그러던 중에 갑자기 다른 사람이 포크로 마네킹 손을 찍으면 피험자는 자기 손이 포크에 찍힐 거라고 생각해서 손을 움직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lyu7v7nWzfo

이 내용은 아닐 세스Anil Seth라는 신경과학자의 TED 강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뇌에서 ‘현실’이라는 게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이다. 부정확한 정보들을 조합해서 최대한 그럴 듯하게 ‘현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마네킹 손을 간질이는 시각 정보, 실제 손에서 전해지는 간지러운 촉각 정보가 뇌에서 통합되면서 마네킹 손이 자기 손처럼 느껴진 것. 의도적 판단이 아닌 뇌의 정보 통합에 의한 착각). 그리고 그 작업은 우리가 모르게 우리 뇌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귀신이라는 존재를 우리가 ‘의도적으로 믿기’로 했기 때문에 서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 뇌에서 ‘빠진 정보’를 바탕으로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끼워 맞춰서 ‘그럴 듯하게 느껴지는’ 존재이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도처의 언데드가 비슷한 특성을 가지는 것은 ‘전염병’이라는 병인론이 없는 상태에서 그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서 뇌가 만들어 낸 환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가 참조하는 ‘그럴 듯한 정보’는 개인들의 경험에 근거하기 때문에 문화적인 편차들(생김새의 차이 등)이 나타나게 된다.

귀신은 믿어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우리 뇌가 그 존재를 쉽게 ‘상상’(뇌의 추론 결과값)하기 때문에 ‘이야기’로 존재하는 것이다. 종교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려 할 때, 믿음에 주목하고 종교인들의 말에 근거해서 생각하는 것은 달을 가리키는 손을 보며 달을 찾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덧>

종교를 이야기할 때 언제나 ‘믿음’은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역사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어떤 종교를 ‘믿는다’고 말했던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서구에서는 종교개혁 이후의 일이다. 과거에는 ‘어떤 의례를 실천’(행동)하는가가 중요했다. 조선시대 때 천주교도 탄압의 빌미는 ‘신주를 불태우고 조상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본 에도시대 때 ‘카쿠레기리시탄’(숨은 기독교인)을 ‘십자가 밟기’로 확인하였다. 믿음의 ‘말’이 중요해진 것은 동아시아의 경우 근대 이후의 일이다.


※ 이 글은 '얼룩소'에 2022년 12월 10일에 게재했던 글이다.

댓글

  1. 각종 흥미로운 실험 결과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친구로 영국 UCL에서 학위를 받은 Andreas Sommer 박사가 유령에 대해 쓴 간략한 기사(정확히는 일본 신문의 질의에 대한 응답이 기사화 된 것)가 있는데, 혹시 관심있으시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https://www.forbiddenhistories.com/2019/08/ghosts-uk-germany-japanese-qu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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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1. 좋은 글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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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인지종교학적 입장에서 유령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신 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좋은 설명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를테면 2사람 이상이, 혹은 수많은 군중이 동일한 대상을 보았다고 하며, 그들이 본 대상이 세세한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일치하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경우는 꼭 유령이 아니라, 종교적인 신앙의 대상, 이를테면 예수 혹은 성모마리아의 모습인 경우도 있다고 하죠.

    제가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납량특집 방송을 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한국인 무당분과 일본의 음양사가 출연했었어요. 두분은 서로의 말을 몰라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는데, 어떤 '귀신'을 보고서 두 분 모두 같은 외양을 묘사하더군요. 이런 사례는 설명하기가 어려워 보이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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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령, 귀신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를 경험했다는 증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디테일은 문화적 기억과 관련될 것이기 때문에 특정 집단 내에서 유사한 모습으로 상상하는 것은 별로 특별한 일은 아니며, 위의 설명 방식으로 설명이 불가능하지도 않습니다.

      무당과 음양사 사례는 '방송 콘텐츠'라는 한계 때문에 적절한 반례로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귀신 같은 존재를 보는 경험'이라는 게 어떻게 정의되어야 할지, 사람들이 '같은 존재'를 봤다는 경험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지 않고는, '사람들의 경험담'만으로 반증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종교적 관념/행동에 대한 사람들의 설명, 의미 부여한 것이 실제 그 행동의 동기와 메커니즘과는 관련이 없기 마련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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