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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 공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 읽기

혼자 책을 읽을라 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미루기 마련이다. '디지털 종교학' 관련 글을 쓰려고 샀다가 책장에 고이 모셔만 놨었는데, 같이 공부하는 세미나팀에서 이번에 읽기로 해서, 묵힌 숙제를 털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지리적 정보만 보여주는 지도가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결합시킨 지도, 부제가 표시하듯이 '세상을 읽는 데이터'가 덧입혀진 지도를 보여주고 있다. 모든 데이터가 지리적 지도에 표시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데이터 시각화 사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이 책은 코로나19가 전지구적 전염병으로 떠오르던 시기에 마무리 작업이 이루어졌고, 그 분위기를 머리말에서 느낄 수 있다.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시각화 지도로 시작한다. 머리말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지리정보학) 제임스 체셔(James Cheshire)에 의해서 쓰였다. 

서문은 이 책을 만들게 된 핵심적 아이디어를 참조가 된 메시지와 연구 사례를 통해서 제시한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다음 말로 장이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하여
우리는 결론을 내릴 수 있고,
비교적 확실하게 그 존재를 상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려면 유추하는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만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만.
-게르하르트 리히터

MIT 학생 케이티 보먼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블랙홀 촬영,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실험도 보이지 않는 것을 우리 눈으로 확인한 사례로 언급한다. 

그렇지만 서문 내용 중에서 가장 중요한 참고 사례는 바로 자연철학자 훔볼트가 시도한 지도 시각화 사례였다. 실제로 그 작업을 구현한 것은 하인리히 베르크하우스였다. 훔볼트는 그에게 "전 세계 식물과 동물의 분포, 강과 바다, 활화산 분포, 자기 편각과 복각, 자기에너지 세기, 바다 조류, 기류, 산맥, 사막과 평원, 인종 분포, 산 고도와 강 길이 등을 표시한 지도"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한다.

Outline of plant geography(1838), made for Humboldt(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Heinrich_Berghaus)

지금이야 이런 지도를 '지리부도'만 보아도 볼 수 있으니, 특별할 게 없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 이런 아이디어를 누가 떠올렸을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던 것을 깨닫게 된 부분이 흥미로웠다. 지도를 이용하는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 훔볼트였다는 걸 처음 알았다. 서문의 이야기는 지도와 데이터 결합의 발전사를 다룬다.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지도학 분야의 '콜럼버스의 달걀'을 보는 느낌이었다.

1장 우리는 어디에서 왔나가 이 책에서 가장 인문학적 특성이 두드러졌던 것 같다. 장의 메시지를 담는 인용문은 미국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연설이었다.

편견과 억압의 물을 바짝 말리려면
우리가 만든 방법들에 의지해야 합니다.
……
또 불꽃이 꺼지지 않게 하려면
세상에서 내쫓고 싶은 악에 대한 생생한 기억에
의지해야 합니다.
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지난한 투쟁의 과정에서 기억은 우리가 지닌
가장 강력한 자원입니다.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2004년 4월 22일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열린 추모의 날 기념 연설에서

법관다운 메시지다. 이 장은 '18세기 부랑자'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와 '타자'의 구분 문제를 다루고, 홀로코스트 기억 지도(실제 지도는 아니고), 유전자로 본 혈통과 민족주의, 포경 지도(피로 물든 바다), 노예 무역의 흐름(지도로 나타내지 않고, 출발지와 기착지로 표시) 등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 이 책 전체를 통틀어 성격이 다른 지도가 목격자의 지도다. 영문 타이틀은 Eyewitness cartography(목격자의 지도 제작)이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기억을 공간 지도에 그냥 표현하는 것으로는 그들이 느낀 바를 제대로 상상할 수 없으리란 문제의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35-37쪽 '목격자의 지도'

다만 목격자의 진술과 공간을 이동하는 느낌이 조화되기 힘들어서 직관적으로 이 시각화 정보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이런 경우는 공간적으로 시각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스토리텔링이 되는 시각화를 하는 것이 더 맞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면 만화 같은 형식의 시각화가 적절하지 않았을까.

57-59쪽의 국가별 이름 순위에서 한국은 '지유'로 나오는 걸로 보인다.

한국인의 이름 통계(2008년 이후 출생 이름)로 보면 '지유'는 여자 이름 중에서도 8위다. 그 전 세대 데이터가 없어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과거에 그렇게 선호했던 이름은 아니고 최근에 선호하는 이름 스타일(지우, 시우 등등)이란 점에서 이 결과가 의심스럽다. 책에서 밝히는 데이터 출처는 UCL WORLDNAMES DATABASE인데, 인터넷 검색으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2장 우리는 누구인가는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이 인구조사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되지 못한 이유를 토머스 제퍼슨에게 설명하는 편지 내용을 인용하며 시작된다.

인구조사를 위한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고
이제 상원이 그 법안을 검토 중입니다.
사회 구성원들을 (그들의 직업을) 파악하는 계획도 포함되었는데,
그러한 정보는 입법부에 무척이나 필요한 것이지요.
... 하지만 괜히 골치만 아파지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책을
쓰는 데 자료만 줄 뿐이라며 상원이 그 계획에
퇴짜를 놓았습니다.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이 1790년 2월 14일 토머스 제퍼슨에게 보낸 서신

인구조사가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책을 쓰는 데 자료만'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얼마나 근시안적이었던가 하는 비판적 의미와 함께, 저자들이 책을 쓰는 데 그렇게 자료를 잘 활용했다는 의미도 담은 것 같다.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데 인구조사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인구 변동 자료가 인간 세계의 문제를 직관적으로 인식하게 해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장이다. 선거, 빈곤 문제, 자연 재해, 전염병, 전쟁과 난민, 도시화 등의 문제를 보여준다. 핸드폰을 이용한 인구 조사 방법의 강력한 힘도 확인할 수 있다.

'출퇴근 합중국'은 행정 구역과 사람들의 생활권(출퇴근 중심 지도)을 비교시켜 준다. 생활권으로 구획해 보면, 미국이 48개 주보다 많은 권역(약 60개)으로 나눠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자들은 생활권으로 행정 구역을 나눈다면 자원의 효율적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을 보여준다.

다른 상상도 가능하게 해 주는 면이 있다. 인간이 구획한 경계도 다양한 층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꼭 공간적인 구획이 아니더라도 '공식적으로 의미 있는 경계'와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경계' 사이의 차이를 상상할 수 있게 해 준다. 종교문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고민을 해 볼 수 있다. 

비슷한 개념으로 정진홍 선생님은 '지형도와 기상도'라는 것을 이야기하신 적이 있다. 종교의 경계는 모두가 그렇다고 인정하는 경계와 실제 작동하는 경계가 다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시각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잠깐 해 봤다. 지금으로서는 개념적 구분은 가능하지만, 시각화 방법에 대해서 어떤 상상도 힘들다. 적절한 시각화 방법이 정녕 없을까? 이런 작업도 한 번 시도해 보면 좋을 듯하다.


3장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는가는 다음과 같은 인용문으로 시작한다.

세상이 진실을 알고 싶어 하고
상당한 정확성과 수고로운 헌신으로 그 진실을 좇는다면,
세상이 그 노력을 기꺼이 지지하리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 W.E.B. 듀보이스, 자서전 『새벽의 어스름Dusk of Dawn』(1940)에서

지도를 활용한 데이터 시각화가 사회/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흑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첫 번째 '통치를 위한 진실'이 눈에 띈다. 21세기 미국에서 타인종에 대한 린치가 미국의 연방 범죄가 아니라는 점(민주당이 추진해도 공화당이 막고 있다고)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역사를 가진 흑인들이 아시아인 대상 묻지마 폭력과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Black Lives Matter' 때 미국 내 아시아인의 연대가 이런 문제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가 궁금하다. 아마, 저학력 빈곤 흑인 남성이 주목되지 않을까 싶긴 하다)

행복 측정의 세계 지도, '마음의 상태'에서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행복도 불행도 아닌 '보통' 상태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웃 일본은 웃고 있지만.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울상이 아닌가 여겨졌는데, 그것은 뉴스, 신문 같은 미디어에 의해서 착시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과 함께, 어떤 식의 조사 결과인지도 궁금했다.

찾아보니 'World Happiness Report 2020'를 참고한 것으로 나온다. 리포트를 보면 어떤 지표들이 사용되었는지 볼 수 있다. 선두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social support(사회 지원/복지)'와 'freedom to make life choices(인생 선택의 자유)', 'perceptions of corruption(부패에 대한 인식)'과 'Dystopia(1.97) + residual'(디스토피아 + 나머지)이 낮게 나왔다. 이 마지막 항목은 가상의 '디스토피아'라는 나라를 설정해서 위 6가지 요인 각각의 기여도를 비교할 수 있는 벤치마크로 사용한다고 한다(자세한 건 위 자료 참고).

'불공평한 노동량'도 주목을 받을 데이터 시각화 사례다. 우리가 '가사 노동'으로 부르는 것을 '무급 노동'(요리, 청소, 육아, 노령 가족 돌봄 등)으로 표현한 것 같다. 가장 차이가 적은 스웨덴조차도 여성이 일일평균 약 50분 정도 무급 노동을 많이 한다고 한다. 어느 나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무급 노동을 적게 하는 경우는 없었다(육아에서 절대적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출처: https://datasoapbox.com/book-review-atlas-of-the-invisible/

한국은 여성의 무급 노동이 가장 적은 나라로 측정되었다(한국 여성들이 놀랄 듯). 다만 격차는 알고 있는 대로 큰 사회로 확인된다. 남성의 무급 노동 시간은 대략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것 같다(이 부문에서 일본이 뒤에서 1등을 했다고, 40분. 도토리 키 재기 같지만).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나라들이 대체로 격차가 크거나 남성의 무급 노동의 절대 시간이 적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평균 이상'은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설거지와 음쓰/재쓰/일쓰 버리기만으로는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지 않는 것 같다. 설거지+쓰레기 버리기+청소가 필수적인 듯. 여기에 요리를 할 수 있다면 무급 노동의 평균 이상을 무난하게 확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종말'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후 위기에 인류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인류 종말'이 더 가까워진 것 같다.


4장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기상도'의 출현과 기후 위기를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기상 관측과 기상도의 역사가 길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인용으로 장이 시작되고 있다.

하늘의 상태, 비·눈·우박의 시작과 끝,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날마다 기록해 제공한다면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
전국의 데이터를 충분히 모아
일 년 하루하루를 개별 지도로 만들어 완성할 수만 있다면,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반 폭풍 현상의 법칙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조지프 헨리, 1858년 스미스소니언 협회 연례 보고서에서

날씨 지도를 보여주는 헨리(1856년), Louise Rochon Hoover작, 1933, SIA.

이 장은 기상도의 발명과 기상 예측 역사보다도 지구적 기후 위기를 지도를 통해서 분명히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는 속도를 시각화한 지도가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지구에 대한 인류의 '범죄'를 여러가지 조명하고 있다. 지도로 시각화한 데이터를 활용한 사회 문제 해결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챕터를 기획할 때 명확하게 구분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부분이다. 사회문제 해결에 이런 데이터 시각화가 유용한 경우들만 모았으면, 각 챕터별 일관성이 좀 더 명확해졌을 것 같다)


에필로그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인간, '우리'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해도 없이는 항해할 수 없지만,
달랑 해도만 가지고 항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키와 키잡이도 필요하다.
-존 K. 라이트, 「지도 제작자는 인간이다」(1942)에서

머리말과 함께 에필로그도 제임스 체셔가 작성했다. 코로나19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다음 그래프로 인상적이다.

한국의 조치를 무조건 찬양하는 맥락은 아니다. '정보 공유의 효용과 해악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찾아야' 하는 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기 위해 이 사례를 조명하였다(한국도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해서 감염자의 동선 공개를 제한적으로 하게 되었다). 

체셔의 마지막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독자들이 이 책에서 새로운 걸 발견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를 바란다. 동시에 즐거움 이상의 것을 얻어 갔으면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기록적으로 따뜻했던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 거대 빙산이 남극에서 떠밀려 내려가는 인공위성사진을 보고 있다. 우리가 계속 방관자로 머물러 있는 한 그러한 정보는 아무 쓸모도 없다. 단 하나라도 좋으니 이 책에 실린 이야기에 영감을 얻어 당신도 행동에 나서기를 빈다.

이 감동정인 메시지의 단 하나의 흠이라면, 이 책이 온전히 기후 위기 데이터의 시각화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류나 어색한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 일단 35쪽 아래쪽에 "제이컵과 애나의 증언 전문과 이 지도 원본은 206쪽에 실어두었다."고 적고 있는데, 번역판 206쪽에는 각주 밖에 없다. 원문을 확인하지 못해서 원문의 오류인지, 번역본의 오류인지는 모르겠다. 

156쪽 "그러나 먹구름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단락 밑에서 4번째 줄, "관측자들은 그레이트 갤버스턴 허리케인이 상륙하기 1900일 전에 이를 예측했으나 ..."라고 하는 문장은 오역이다. 원문은 "And though observers predicted the Great Galveston Hurricane of 1900 days before it made landfall, ..."로 보인다(공저자 올리버 우베르티Oliver Uberti가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 Trust in meteorology has saved lives. The same is possible for climate science에 동일한 표현이 등장한다). 이 번역은 "관측자들은 1900년 갤버스턴 허리케인이 상륙하기 수일 전에 예측했지만, ..."이 되어야 한다. 

기상 예보는 1900일 전에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슈퍼 컴퓨터를 사용하는 지금도 장기 예보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지금도 보름 이상 넘어가면 거의 맞추기 어렵다. 100여년 전이라면 더욱 그렇다(역자가 기상학의 상식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걸까? 설마 그럴 리가...). 영어 문장을 잘못 읽었더라도 이렇게 번역될 수 없는 문장이다. Galveston Hurricane만 검색해 봐도 알 수 있는 것인데(1900을 붙여서 표현한다, "Galveston hurricane of 1900"), 번역이 무척 이상하다.

번역에서 어색함을 느낀 또 다른 대목은 128쪽 뉴욕 재개발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부분이다. 지도 설명을 하는 부분에서 "① 인우드: 맨해튼에 마지막으로 남은 부담 가능 지역이 리조닝되자98 주민들은 들고 일어났고 재판에서 이겼다."라는 문장에서 '리조닝'이라는 표현이 어색하다. 영어 단어는 rezoning이다. '용도지역 변경', '구역 재조정' 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 말이다. '리조닝'이라고 외래어로 쓰는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다(구글 검색 결과가 나오긴 하지만, 7만 건 정도다. 반면 '용도지역 변경'은 900만 건이 넘는다).

번역 자체는 번역어가 튀는 부분이나 명백한 오류 부분을 제외하고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몇몇 문제들은 읽다가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좋은 책의 옥의 티라고 하겠다.


감상 마무리,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종교문화 데이터 시각화' 문제를 고민하고 있어서였다. 미국 생활권 지도가 '자연적 경계'(산맥, 강 등)에 종속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듯이 종교 문화도 자연 환경에 종속된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어떻게 시각화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어서 유익한 독서와 지도 감상이 되었다. 새로 알게 된 사실도 적지 않다(훔볼트, 기상도 등). 

전체적인 내용은 파편적인 구성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 같다. 지도를 활용한 데이터 시각화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를 이어주는 스토리텔링이 되기는 어렵지 않았나 싶다. 그런 점이 이 책 전체를 보는 데에 다소 간의 장애물이 되는 것 같기는 하다. 전체적인 주제의식이 그래서 뚜렷하지 않게 느껴진다. 다만, 기후 위기 주제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에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문제 환기와 행동'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는 주는 것 같다.

이 책의 큰 미덕은 그럼에도 손상되지 않는 것 같다. 다양한 자료를 지도를 매개로, 혹은 공간적 이미지로 시각화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문제 인식력을 높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중지를 모으는 데에 훨씬 효과적일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번역은 큰 흠까지는 아니지만, 향후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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