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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 데이 vs 가래떡 데이

11월 11일은 90년대부터 '빼빼로 데이'로 기념되고 있다. 한 지역의 자생적 문화가 기업의 마케팅에 의해서 국민적인 상업적 기념일로 자리잡은 케이스다.

출처: 연합뉴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크리스마스와 함께 연인들의 4대 명절쯤이 되었다고 한다. 빼빼로데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챙기는 기념일 중의 하나로 조사되기도 했다.

출처: 뉴스토마토

출처: 더스쿠프

꼭 연인들만 챙기는 날은 아니기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2012년 자료로 보이는 "성별, 연령별 매출구성비"를 보면 이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출처: 아시아 투데이(BGF리테일 자료)

그런데 11월 11일은 '농민의 날'이기도 하다. 이걸 아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土월 土일이라서 선정된 날짜라고 한다. 土는 十과 一로 파자할 수 있어서 11일을 뜻한다고 하는데, 한자가 익숙하지 않은 요즘 시대에는 확 와 닿지 않을 것 같다. 11과 빼빼로 모양의 직관성을 넘어서긴 힘들어 보인다.

'빼빼로 데이'라는 상업적 기념일을 불식시키고, 농업인의 날을 알리기 위해 2003년 안랩에서 '가래떡 데이'를 제안해서 지금도 농림부를 중심으로 11월 11일을 '가래떡 데이'로 알리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출처: 충청신문

'가래떡 데이'는 2000년대 초반 반짝 관심을 받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재는 별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빼빼로데이'(파랑)와 '가래떡데이'(빨강) 구글 검색트렌드

이 기념일 쟁탈전, 결과는 싱거웠지만,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문화적 적합성'이라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선물 주고 받기), 관념(11월 11일 OOO데이다)이 사람들에게 선택되고 유행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土보다는 '빼빼로 모양'(II)이 숫자 11을 더 잘 연상시킨다.
  • 가래떡보다는 빼빼로를 주고 받는 것이 더 용이하다(접근성, 보관성, 비용 등).
  • 선물을 통해 관계(연인, 가족, 친구 등)의 친밀도를 높이거나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라는 공식이 항상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것도 '유행'일 따름이다. 90년대 후반에 등장해서 약 25년 정도 이어지고 있는 사회적 (소비)관습일 뿐이다.

온라인 상의 '빼빼로데이' 언급량 연도별 추이(자료: Sometrend)

소셜데이터 상에서 언급되는 빈도를 보면, '2019년'이 눈에 띈다. 한창 '일본 불매' 운동이 일 때였다. 2023년의 경우는 11월 11일에서 그 이후 며칠의 데이터가 현재 없어서 다른 해와 동일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2016년을 기점으로 (2019년을 제외하면) 완만한 추세 하락이 감지된다.

기념일 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 봐야 할 요소인 것 같다. 

출처: 더스쿠프


출처: 더스쿠프

당분간은 '빼빼로 데이'가 존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행에 따라서 11월 11일은 또 다른 날이 되거나 잊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래떡 데이'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가래떡 주고 받기는 아무래도 용이하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디지털 미디어,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그 이전 시대보다 인간 관계의 폭도 좁아지고, 친밀한 관계의 밀도도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더 개인주의적 문화가 강화된다면, 선물을 주고 받는 날이 더욱 부담스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자료: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조건이 이런 '기념일'에도 영향을 끼쳐 그 유행 양상을 결정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 얼룩소에 2023년 11월 11일에 게재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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