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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종교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학술대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KAIST 인간의기원연구소 1회 학술대회의 주제로 '종교의 기원'이 다뤄진다. 

나도 프로그램 기획과 발표자로 참여하게 되었다(2발표).


프로그램 정보


진화인류학자, 심리학자, 종교학자가 모여서 '종교의 기원', '과학적 종교 연구'에 대한 다양한 주제의 발표와 강연을 진행한다.

구형찬 박사와 나는 '인지종교학'(Cognitive Science of Religion) 연구자로 참여한다. 구형찬 박사는 인지종교학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종교 행동과 관념을 소개한다. 


발표 요지:

종교적 사고와 행동에 횡문화적 보편성과 다양성이 나타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와 인지체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이 질문에 답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나는 과학적으로 종교를 연구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연구 대상의 문제(종교라는 개념)를 다룬다. 과학vs종교의 흑백논리나 과학적 호교론(종교 정당화)을 넘어서 인간의 종교적 행동과 종교문화를 과학적으로 다루는 것의 의미와 의의에 대해서도 다룬다. 


발표 요지:

종교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종교'라는 대상이 잘 정의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들의 한계를 살펴보면서, 과학적 종교연구를 위해 종교 정의 측면에서 넘어야 할 장애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여기까지가 1부이고 이어서 2부는 조셉 불불리아(Joseph Bulbulia)의 특별 강연이다. 그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지종교학, 종교심리학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세계적인 학자다. 불불리아는 종교적 행동과 감정이 인간의 친사회적 행동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종교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다양한 심리실험적 연구를 해 오고 있다. 이번 강연에서도 그러한 자신의 연구를 소개해 줄 것으로 보인다.


3부 1발표로 박한선(진화인류학/신경인류학)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진화생태학적 관점에서 종교성의 개체 간 차이를 설명해 준다. 


발표 요지:

종교는 종 특이적 보편 현상이지만, 동시에 종 내 다양성을 보이는 독특한 행동 시스템이다. 조건 의존적 종교성 발현이라는 동적 현상에 관한 진화적 개념을 제안하고, 행동생태학적 접근 전략을 논의한다.


3부 2발표로 이길용(종교학) 서울신학대학교 교수는 '신경신학(Neurotheology)'을 소개해 준다. 


발표 요지:

신경 신학의 등장은 종교 기원 관련 오래된 주제인 이해와 설명의 논쟁을 다시 불러냈다. 그러나 경험학문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종교학의 입장에서 종교의 기원 설명은 통시적 연구를 제한하는 불편한 제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3부 3발표로 김준홍(진화인류학) 포스텍 교수는 '종교와 사회성의 진화'라는 주제의 최근 논의를 다룬다. 'Big God Theory(거대한 신 이론)'를 소개해 주실 것 같다. 이 가설은 '종교가 소규모 공동체의 상호 호혜적 도덕성을 넘어서 거대 집단 수준의 협력을 가능케 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종교는 복잡한 사회를 형성하는 데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발표 요지:

과연 메이저 종교가 복잡한 사회의 발흥에 기여했는가? 본 발표는 최근 10여년 동안 역사학 및 유전자-문화 공진화론 계열의 여러 학자들이 비교문화적인 장기 데이터를 구축하여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노력을 살펴볼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종교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이 어떤 주제와 방법론으로 다뤄지고 있는 지를 이해해 볼 수 있는 자리다. 아울러 종교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단순히 종교 무용론이나 호교론이 아니라 인간의 종교성에 대한 더 깊은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학술대회는 2023년 7월 10일 월요일 KAIST에서 진행된다.


* 본 글은 얼룩소에도 실었던 글을 다소 수정한 것이다.

댓글

  1. 종교학에 대한 최신의 연구동향을 조감할 수 있는 학회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신경신학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사실, 이런 최근의 연구 동향들은 잘 아는 내용이 아니어서 그런지 궁금한 점이 생기기도 해요. 이를테면 종교에 대한 과학적 연구라는 것은 사실, 유물론적 종교이해라는 것을 일종의 (숨겨진) 전제로 두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러한 입장을 바탕으로 하여 현재의 다양한 종교현상 등을 설명하는데 설득력이 있는 설명방식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러한 방법과 자세가 꼭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위에 언급한 근원적 전제에 찬성하지 않는 종교학 이론이나 과거의 연구들은 '비과학적'이거나 'outdated'한 이론이라고 여겨지게 되겠죠. 하지만, 최신의 자연과학이 제공하는 정보들과 입증된 지식이 전통적인 해석학적 종교현상학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예를 들면 우리가 종교. 종교성, 영성 등을 말할 때, a) '이러한 종교적 활동을 담당하는 뇌의 어느 영역이 발견되었다'는 것과 b) '그 뇌의 활동으로 인간의 종교적 활동을 설명할 수 있다' 라는 두 명제는 c) '종교적인 것의 본질이 뇌 안에 있다'는 생각으로, 나아가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생리전자기 등의 현상이 종교성의 본질'이라는 것으로 쉽게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견해가 현재 종교학의 모든 입장이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d) '인간의 폭력적 활동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발견되었다.' e) '따라서 그 뇌의 활동으로 인간의 폭력성과 폭력행위를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f) '폭력/폭력성의 본질은 뇌 안에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상대방에 대한 유무형의 행위 등은 폭력행사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 본질은 어디까지나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생리전자기적 현상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듯해요.

    물론 위 대비는 정밀하게 든 사례가 아니라 지금 생각나는 것을 거칠고 극히 간략하게 적은 것에 불과하지만요, 뇌와 종교적 현상들이 서로 관련이 있다거나, 뇌와 폭력성의 발현이 관계가 있다는 주장은 'correlation'과 'causation' 그리고 'causality'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잘 모르는 것을 길게 적고 있었네요. 폐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중요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신 선생님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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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일단 '종교의 본질'이 과학적 관점의 설명에서는 연구의 목표가 되지 않습니다(과학적으로 그것을 규명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a,b,c로 설명한 것으로 말씀드리면, a와 b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만(그것도 구체적 양상은 이렇게 정리된 명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걸로 보입니다), c는 도출되기 어렵습니다. '본질'이라는 것이 과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요? 종교철학적 전제가 있어야 그러한 전개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c는 해석학적 작업이기 때문에, '선택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적 코드는 상호주관적 실재로서 인간 사회에서 그 현실성이 인정되기 때문에(과학적 실재는 아닙니다), c나 f는 타당성이 없겠지요. 우리 현실의 문제는 문화, 도덕, 법과 같은 사회적 합의(계약)로 규정되고, 통제될 것입니다(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자연적 특성을 거스르는 경우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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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진한 점들을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어휘 선택과 분석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좀 조급하게 글을 쓴 것 같습니다. 신경 신학 등에서 말하는 것 중 하나가 뇌의 활동과 인간의 종교체험 내지는 신비적 체험이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신과 관계된 체험도 뇌의 활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저는 이 신/신의 존재 및 이와 필수적으로 연관된 사항들과 관련된 문제를 종교의 '본질'의 문제로 성급하게 판단하고 무리한 주장을 한 것 같습니다. 위의 글을 썼을 때 제가 '종교의 본질적인 문제가 결국 뇌과학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주장이 신경신학 등에서 말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습니다. 지적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저는 인간의 영성과 종교의 문제가 (100퍼센트는 아니라 할지라도) 뇌의 활동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본질'이라는 용어를 피하고 새로이 논리를 전개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는 블로그 댓글이지 논문발표회장이나 토론장은 아니고, 또 저는 이런 분야에 정통하지 못합니다. 선생님으로부터 많이 배우게 되었다는 점에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어설픈 댓글을 진지하게 읽고 답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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