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들어와 슬슬 노안이 오다 보니 '눈부심' 없이 논문이나 pdf로 된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서 e-ink tablet을 찾아봤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reMarkable2였다.
사전조사로 선택(2,3년 전쯤부터 이 태블릿에 주목했다)한 이유는
1. '종이에 쓰는 것 같은' 필기감
(필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전자 메모장이 있었으면 하긴 했다. 무언가 구상을 하며 낙서한 것을 컴에 저장해 놓을 필요성이 있었기에)
2. 디자인이 심플하다
(계속 써야 하는 기기니 디자인이 좋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정도였다.
ebook(epub만 가능), pdf를 e-ink로 볼 수 있으면서 그런 조건을 만족한다니 이게 좋겠다 싶었다.
검토 과정에서 후기들을 보니, 결론은 '극악의 가성비 및 사용성 제약' 때문에 "비싼 메모장"으로 불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건 큰 장애물은 아니었지만, 구입을 주저할 만한 이유는 되었다. 더 신경 쓰였던 문제는 해상도였다. 컴퓨터로 메모한 것이나 그림 그린 것을 확대하면 해상도가 좋지 않게 나온다는 지적이 있었다(사실 사용해 보니 그런 건 큰 문제는 아니었을 것 같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개선한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컴터로 봐도 매끈하게 나온다).
리마커블2에 메모한 것 pdf로 내보내기 해서 pc로 확대해 본 결과(색깔 쓰기도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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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구 형태, 글씨 두께, 색깔(검, 회, 백, 파, 빨)을 변경할 수 있다 |
해상도 문제가 개선되길 기대하며 reMarkable3가 나오면 사보자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길 2,3년의 시간이 흘러, re3가 나올 기미도 없고, re2를 사서 쓰다가 re3가 나오면 갈아타자 싶어서 주 초에 '중고나라'를 통해서 re2를 샀다. (신품은 너무 비쌌다. 마커, 커버 등을 갖추니 80만원이라니. 이건 아내의 결재를 받기 불가능했다)
그렇게 싸지도 않게(40) 중고를 구매했다. 커버와 마커는 re의 정품 커버와 머커는 아니고 별도 제품이 장착된 것이었다. 정가의 65% 정도 가격으로 구매한 셈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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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와 마커 |
며칠 써보니 이 태블릿의 장단점은 극명했다. 단점이 워낙 유명하니 단점부터 짚어보면..
단점
1. 메모, 노트, 그림 그리기와 epub, pdf 읽기 및 주석 달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2. 어떤 어플도 깔 수 없다.
3. 고로 ebook리더기로 고려한다면 활용도가 무척 떨어진다. 어떤 ebook 어플도 깔 수 없으니 말이다. 다운로드 받은 epub 파일을 넣어 쓸 수는 있지만..
4. 웹 브라우저도 없다. 1번에 밝혔듯 이 태블릿은 쓰고, 그리고, 읽기만 가능하다.
5. 웹 클라우드 연결은 할 수 있지만, dropbox, google drive와 연동하려면 '구독 서비스'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1년 무료에 이후 월 4.5천원 정도 한다고 한다. 이 부분은 분노를 금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 정책이 바뀐지 좀 되었는데, 확인을 못한 것이었다. dbox, gdrive 무료로 연동 가능하다. (다만 해당 웹 클라우드에 접근해서 파일을 읽을 수는 없고, 기기로 다운로드 해서 봐야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웹 클라우드에서 읽고 쓰기가 된다면 용량 문제는 완전히 해결될 수 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6. 커버와 함께 쓰면 무게가 좀 나간다. 700g 전후가 아닌가 싶다. 커버를 빼면 403g으로 가볍게 쓸 수 있다.
7. 필기감이 예상보다는 미끄럽다. 비정품 마커(펜)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8. 한글 지원이 안 된다. 영어로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큰 불편이 없을 수 있는 요소겠지만, 일단 한글 제목 파일이 깨진다는 게 문제다. 폴더명이나 기타 인터페이스 용어들은 그러려니 볼 수 있지만, 업로드(컴과 sync─usb로 보내는 게 아니다)한 파일을 분간하려면 일일이 영어로 바꿔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9. 한글 지원이 안 되니 당연히 한글 자판이 없다. 그러니 한글 문서 작업을 할 수 없다(타이핑할 수 없다). 오로지 메모로만 할 수 있고, ocr 인식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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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타이핑용으로는 현재로선 사용 불가다 |
10. 파일이나 폴더에 한글이 표기되게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작업을 해 줘야 한다('리마커블 한글'로 검색만 해도 방법은 알 수 있다. 외부 프로그램 이용해서 폰트─NotoSansKR-Regular.ttf─를 기기에 설치해서 그나마 대응할 수 있다(한글 파일명을 볼 수 있게 하려면 이 짓을 반드시 해야 한다. 태블릿에서 파일명을 한글로 입력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건 아니다). 덧> 운영체제 업데이트 시마다 폰트 설치를 다시 해야 한다. 개킹받는 포인트!!
11. 이런데도 가격이 45만원 정도하고, 마커와 커버를 적당히 넣는다고 해도 35만원 정도가 추가 된다. 풀세팅을 하면 90만원에 육박한다. 확실히 욕 나오는 제품이다.
장점
1. 기능이 없다는 점. 이게 장점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오로지 주의를 빼앗길 요소가 없다는 데 있다. 스마트 기기는 집중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이패드도 써 봤지만, 온전히 책을 보거나 필기에 집중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특히 필기의 경우 느낌이 별로라서 타이핑은 해도 메모용으로 쓴 적이 거의 없었다.
어쨌든 이 점이 '어플을 깔지 못한다', '메일도 못 읽는다'(파일 첨부 메일 보내기 기능은 있다), '웹 서핑도 못한다', 'Ebook 리더기로도 못쓴다', '한글 지원이 안 된다'를 충분히 상쇄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런 판단은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와 밀접하게 관련될 것 같다.
공부가 업인 자로서는 장시간 자료를 소화하는 집중력이 무척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료를 컴이나 아이패드 같은 곳에서 보는 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딴 짓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의 특성상 주로 보는 자료들이 pdf이다. 이 태블릿이 지원하는 유이한 파일 형태 중 하나다. 그러니 거의 없다시피 한 저 장점 하나에 40을 태워 볼 만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2. e-ink 태블릿이 제공해 주는 눈의 편안함. (이 태블릿만의 장점은 아니긴 하다)
3. 디자인, 무게
4. 종이 필기감을 충분히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아이패드 같은 기기에서 느껴보지 못한 필기감이라는 것은 사실인 듯.
이 태블릿은 "비싼 메모장"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장점1을 십분 누린다고 해도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기기값이 20만원 정도만 되어도 가성비 균형이 얼추 맞춰질 것 같은 느낌이다. 정품 마커나 커버는 또 왜 이리 비싼지. 중고 가격으로도 가성비가 안 맞는 느낌이다.
아, 용량(6.57GB─팔기는 8GB로 파는데..)이 너무 적다고 느껴지는데, epub과 pdf만 들어가는 걸 고려하면, 크게 부족한 느낌은 아닌 것 같다(내가 가진 모든 자료를 태블릿에 넣겠다는 생각만 하지 않으면... 그때그때 보는 자료들만 넣어서 보면 문제가 없다는 느낌). 그래서 단점이나 장점에 언급하지는 않았다. 확실히 장점도 단점도 아니니까. 어플을 깔 수 있다면 큰 단점이었겠지만.
아울러 배터리가 생각보다는 빨리 달았다. 오래 간다고 하지만 논문 한 편 로딩해서 읽고 닫으면 2-3%는 떨어졌다. 하루에 10분 정도는 충전을 시키는 것 같다. 충전 없이 사용하면 길어야 3,4일 정도 사용할 것 같다. (원래 기대한 수준은 1주 이상이었다)
그러나 나는 '집중력'과 눈의 편안함을 샀다고 생각하고 있다. 저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그래도 개선되길 바라는 것은 '한글 타이핑'과 dropbox나 google drive 무료 연결이다. 현재 연결 가능(다만, 연결해서 해당 파일을 보는 건 못하고 파일을 기기로 다운로드 해야 볼 수 있다. '이게 뭔 xxx이야' 싶다. 온라인으로 파일 보기를 못하다니, 21세기에...).
정리
Ebook리더기를 고려하면 사지 마시라.
눈 편한 태블릿 pc를 고려하면 사지 마시라.
메모, 노트 용으로 쓰면서 pdf, epub 파일을 주로 사용하는 경우라면 조금 고려해 볼 만하다.
여기에 '집중력'을 중시한다면, 꽤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집중력 고려한 별점: ★★★☆
글쓰기만 고려한 별점: ★★☆
눈 편한 태블릿 pc 기준: ☆
덧> 지우개 달린 정품 마커가 17.5만원, 안 달린 마커가 10만원 정도 하는데, 탭해서 지우개를 사용하는 게 생각만큼 불편하지는 않다. 굳이 더 비싼 걸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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