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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22의 게시물 표시

수능 부적과 주술적 사고│미신은 살아있다

2021년 수능 모습. 사진출처: 대학저널(원출처: 대전교육청) 오늘 수능일이었다. 이 입시 시즌에 종교계도 바쁘다. 근래 들어와서 종교계의 대표적인 대목은 신년과 입시다. 종교 서비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사라지진 않았다. 물론 예년에 비해서는 규모가 많이 작아졌지만 말이다. 엔데믹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예년 수준을 회복했는지 모르겠다. 여러 종교 영역에서 기도가 이루어진다. 부모들만이 종교 서비스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수험생 당사자도 그렇다. 그걸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수능 부적'이다. 아, 자칫 사람들이 그런 미신 믿는 게 아니라 그냥 재미로 하는 것다, 뭐 이렇게 넘어갈 수도 있으니 부적, 미신 운운하는 게 불편할 수도 있다. 옳고 그름,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잠시 미뤄두고, '특정한 행동 패턴'에만 주목해 보기로 하자. '수능 부적'으로 통칭되니, '부적'이란 말에 대한 거부감은 잠시 제쳐두고 생각해 보자.   수능 부적 요새 '수능 부적'으로 회자되는 게 '수능포카'라고 한다. '포카'는 포토카드의 준말이다. in서울 아이돌의 사진이 '부적'처럼 통용된다고 한다. 아이돌의 부적으로 '수능 합격 기원' 동영상도 만들어지는 것 같다. 각광을 받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지 출처: 이투데이 '라떼', 한 20년 전에는 휴지, 포크 같은 게 새로운 수능 부적이라고 이야기되었던 것이다. 특히 차 엠블럼의 's' 글자가 유행했다. 그때는 '쏘나타'라는 차를 보면 심심치 않게 '오나타'로 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한국일보, '황당한 수능 미신 총정리' 기사. 수능 이전 학력고사 시대 때는 엿이나 떡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엿이나 떡은 지금도 유효하다. 사진은 1972년 고입 시험

국가가 주도하는 추모 방식의 기괴함│추모가 아닌 위령제라고 봐야

정부가 10.29 핼러윈 참사 * 이후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합동 분향소도 정부 주도로 만들면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지침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   고려대 국문과 신지영 교수는 11월 3일 TBS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태원 참사'보다 '10.29 참사'로 쓰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실상이야 '책임 회피'라는 것은 명확한 것인데, 일부 사람들은 어떤 종교적 배경을 의심한다. 사람들은 '살(煞)'에 관한 민속신앙을 떠올리고 있다. 이마의 검은 칠이나 위패가 없는 것도 한 '법사'가 배후에서 지도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다. 합동 분향소는 이제까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적은 없었다. 세월호 합동 분향소와 비교해 보면 명백하다. 사진과 위패를 같이 놓고 있다. 위패에는 이름이 적히기 마련이다. *    *    * 종교학 공부인으로서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분향(焚香), 말 그대로는 '향을 불태운다'는 의미이다. 분향을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초혼(招魂)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관습은 아니다.  가령 기독교 경전을 보면, 민 16: 35, 왕하 12:3, 대하 13:11, 렘 1:16, 호 11:2, 눅 1:9-10 등에서 신적 존재에게 분향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야훼가 아닌 다른 신에게 분향하는 것을 문제 삼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향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물리적 성질(연기가 위로 올라가며 사라진다)을 사람들이 영적 존재와 연결시켰던 것인데, 이에 대한 직관적 상상은 지역적-문화적 범위를 넘어서 인류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초혼과 강림 우리에게 익숙한 관념은 분향을 해서 혼령을 부른다고 해서 그 부르는 곳으로 혼령이 올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해당 혼령을 특정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한데, 이름이나 사진 혹은 유품이 될 수 있다. 이런 사고방식도 한국적인 것 만은 아니다. 우리는 통상 민간신앙 같은 것으로 여기